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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만대 생산차질과 3조원 손실' 현대차지부가 올 임금교섭 때 세운 기록이다. 파업으로 점철된 이 노조의 지난 29년 기록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그런데도 양이 차지 않았던 모양이다. 어제 또  두 시간씩 4시간 동안 공장을 멈췄다. 명분은 박근혜 대통령 퇴진이다. 물론 명백한 불법정치파업이다. 파업 전날인 29일에는 기자회견까지 가지며 자신들의 파업을 정당화했다.

 그러나 교언영색으로 자신들의 불법행위를 미화하고 정당화시켜도 이젠 그 말을 곧이곧대로 들을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다. 심지어 노조의 주인이랄 수 있는 조합원조차도 고개를 갸우뚱할 것이다.

 파업에 앞서 노조는 24일 조합원 찬반투표를 했다. 상급단체인 금속노조의 지침에 따른 것이다. 헌데 뜻밖의 결과가 나왔다. 조합원 과반수가 '불법 정치파업은 안 돼'라며 62.6%가 부결을 시킨 것이다. 밖에서 보기에도 의외의 결과인데, 하물며 집행부 입장으로서는 내심 얼마나 놀랐을까. 그런데도 "금속노조 전체로 봤을 때는 과반수가 찬성했다"는 상급단체의 주장에 순종한 것이다. 자기 조합원의 뜻보다 상급단체의 지침을 받아들인 것이다. 자기 조합원의 과반수는 '파업반대'를 했는데 말이다.

 같은 금속노조 소속인 동종사 노조의 결단을 보면 이번 파업은 더더욱 이해하기 힘들다. 르노삼성과 쌍용자동차는 아예 투표조차 안 했다. 그리고 기아차와 한국GM은 각각 61.9%와 61.6%가 찬성 쪽에 도장을 찍었다. 그런데도 대의원 선거시간 대체와 조합원 교육시간 대체로 파업흉내만 냈다. 반면 자기조합원이 '부결'을 한 현대차지부는 오히려 파업을 강행한 것이다. 이런 아이러니가 어딨나 싶다. 한 마디로 조합원 위에 '군림'하겠다는 현 지부의 속내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이다. 자칫 대통령 하야하라는 주장이 되레 지부장 내려가라는 조합원의 분노로 변하지 말란 법도 없다. 현대차지부의 파업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의 따가운 질책도 안 들리는지 참 안타깝다.

 지난 22일 현대차는 새 그랜저(IG) 신차 발표회를 가졌다. 심리적 마지노선이라는 점유율(M/S) 40%조차 무너지며 끝없이 추락하는 내수시장 판매량을 높이고자 건곤일척의 각오로 내놓은 야심작이다. 언론에서도 비교적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 정치파업으로 구매욕구를 싹 가시게 하지는 않았을까 염려된다. 이에 앞서 회사는 10월 18일 연산 30만대 규모의 중국 4공장을 준공했다. 두 번의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쳐 교섭조인식을 한 바로 다음날이었다. 묘한 여운을 남기는 일이 아닌가.

 노조는 '국내생산량 확보'를 줄기차게 주장하고 있다. 생산량은 조합원 고용과 관계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해는 된다. 그렇다면 서두에서 말했듯이 14만 대라는 엄청난 생산물량을 날려버린데 대해서는 어떻게 답변할 것인가. 낮은 생산성과 고임금에도 불구하고, 할당된 물량마저 소화하지 못하면서 제 발로 차버리는 주제에 말이다.

 회사가 망하지 않는 한 현대차 노사는 내년에도 단체교섭을 할 것이다. 노조의 단골메뉴인 '성과급 요구'도 분명이 나올 것이다. 성과급은 전년도의 경영성과를 전제로 한다. 때문에 가변성이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노조는 "전년도 보다 더 많이"라는 비논리적인 주장을 해왔다.

 그렇다면 내년에도 고장난 레코드판을 또 돌릴 것인가, 어떤 명분과 데이터로 회사에 성과급을 요구할까? 정말 궁금하다. 지금 현대차가 처한 내우외환의 위기상황이 적이 염려될 정도라는 게 경제전문가들의 얘기다. 정치적인, 너무도 정치적인 현대차지부의 향후 행보가 어떻게 이어질지 예의주시된다. 아울러 외신조차 찬사를 보내는 평화시위가 이번 불법파업으로 변질될까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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