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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심차게 올림픽 행사를 준비하고 있는 중국인에게 미안한 이야기지만 이번 베이징 올림픽의 개막식은 '역사왜곡'을 바탕에 깐 사기극이다. 용이라 자처하면서도 그동안 현대사의 이무기에 불과했던 중국은 이번 베이징 올림픽을 통해 공식적으로 용으로 승천을 꿈꾸고 있다. 그리고 그 역사적인 이벤트가 며칠 후 베이징 하늘 아래 화려하게 펼쳐진다. 스스로 세계의 중심임을 자부하는 중국은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중화'를 세계에 각인시키고자 철저한 국가 프로젝트로 올림픽을 준비했다. 그런데 느닷없이 한국의 한 방송사가 '2008 베이징 올림픽' 세레모니 리허설 장면을 주최측의 허가 없이 방송해 버렸다. SBS는 올림픽 개막식 리허설의 무술시범, 레이저 쇼 등의 영상을 2분여간 방영했지만 사실상 개막식의 핵심 내용은 빠져 있다. 3년여 동안 영화감독 장이모의 총괄로 이루어진 개막식 이벤트가 허무하게 노출된 것을 가만히 두고 볼 중국당국이 아니지만 개막당일 취재거부 정도로 파문이 매듭지어질 것이라는 보도이고 보면 노출된 부분은 별개 아닌 것은 분명한 모양이다.


 이 같은 와중에 중국당국은 베이징올림픽 개막식 2차 리허설을 실시했다. 지난 2일 밤 열린 리허설에서는 모든 종류의 카메라 휴대가 금지되는 철통보안령이 내려졌고 아무도 리허설 장면을 카메라에 담아오지 못했다. 주 경기장인 냐오챠오(鳥巢) 주변에는 무장경찰 병력이 배치됐고 기자들도 카메라를 일체 휴대하지 못하고 리허설 장면을 외부에 유출하지 않겠다는 보안각서를 쓰고서야 경기장 입장이 허용됐다. 리허설에 참가하는 출연자들도 카메라로 서로 사진을 찍어주는 행위를 하지 말도록 조직위로부터 주의를 받았다. 중국당국이 이 정도까지 철통 보안에 목을 매는 이유는 바로 '극적효과'를 극대화 하려는 공산정권의 속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가능한 세계인의 눈과 귀를 8월8일 오후 8시에 집중시켜 이무기의 승천을 전 인류가 축하하는 명장면을 만들고 싶다는 속내다. 그 비밀의 열쇠인 새둥지 '냐오차오'에서 봉황이 날아오를지 정말로 용이 승천을 할지는 두고볼 일이지만 적어도 용이나 봉황을 이벤트화 하는 것은 틀림없는 모양이다.


 용의 나라 중국이 이번 올림픽에서는 유독 새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스스로 천자(天子)의 나라를 자처하는 중국이 하늘의 아들인 용을 버리고 새둥지 모양의 스타디움에서 봉황의 비상을 꿈꾸는 데는 숨길 수 없는 역사가 깔려 있다. 중국인이 스스로 세계최초의 문명국임을 주장하는 증거는 홍산문명이다. 옛 고조선의 땅에서 발견된 이 문명지를 중국인은 문명의 시원으로 여기며 자신들의 우월성을 주장한다. 이른바 동북공정이라는 거대한 역사왜곡의 프로젝트도 홍산문명의 중국화를 위한 과정이다. 그런 의미에서 중국은 일제강점기의 일본식 역사왜곡이 고마운 점도 있다. 일왕의 명령으로'조선사편수회'가 앞장선 실증사학이라는 잣대는 동북아 문명탄생을 주도한 우리 역사를 말살·축소하고 환국은 환인으로 단군은 신화로만 남게 했다. 태양신의 후예가 봉황을 버릴 수 없기에 홍산문명 역시 자신들의 역사로 움켜쥐고 싶은 게 중국이다. 장이모가 어떤식의 이벤트로 봉황의 울음을 재현할지 모를 일이지만 왜곡된 역사는 시간이 지나면 이벤트에 불과하고 역사적으로는 사기극의 다름 아니다.


 일제강점기 이후 우리의 지식인들조차 조선조 임금의 문양이 용이 아닌 봉황을 사용한 것을 두고 사대주의 운운한 것은 우울한 식민사관의 영향이다. 우리 민족은 고대로부터 하늘을 숭상하는 민족이었고 이는 풍백, 우사, 운사의 삼사나 솟대문화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재야학자들 중에는 고대 치우와 헌원의 싸움을 용과 봉의 다툼으로 보는 '용봉문화설'을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만약 봉황의 격이 용에 비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이야 말로 중국인들이나 일본인들이 노리는 역사왜곡에 말려든 생각이라고 할 수 있다. 원래 봉황과 용은 그 위상에 차이가 있지 않았다. 굳이 따지자면 봉황이 우리민족의 뿌리인 동이족의 상징이었고 태양의 나라, 천자의 후손인 동이족이 중국의 고대국가를 지배했다. 그러나 위만조선의 성장으로 중원에서 밀려난 우리민족이 요동과 한반도를 중심으로 주무대를 옮기자 만리장성 담벼락 아래 숨어버린 한족(漢族)은 우리와의 차별성을 부각하려고 용을 상징문양화 했다.


 봉황은 이렇듯 고대 동북아 사람들의 정신적 지주였고 우리 민족의 상징이다. 고구려 고분의 태양속 삼족오는 중국과 우리, 그리고 일본이 함께 공유하는 문화적 코드이자 그 중심에 우리 한민족이 있다. 고대국가시절 동북아의 절대적 지위에 있던 고조선은 태양의 제국이었고 그 태양의 신이 봉황이었다. 봉황의 변형된 문양인 삼족오가 중국이나 일본에서 자신들의 역사적 문양으로 변신한 것은 어쩔 수 없는 문화적 변이과정이라 할 수 있지만 역사의 뿌리마저 부인할 수는 없다. 중국 역시 이번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천자의 나라, 세계의 중심을 연결하기 위해 고대사의 비밀을 풀지 않을 수 없었고 '하나의 세계 하나의 꿈 (One World, One Dream)'이라는 이름으로 인류를 상대로 거대한 사기극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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