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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권오정                     

7월이면 옥수수나무 앞에서 기도합니다 뿌리에 거름주며 물주며 수염 쓰다듬어주며 제발 영글어주세요 익어주세요 소원입니다 하고.
어느 여름, 방학동안 옥수수가 영글지 않아 못 먹이고 보내 어머니 속을 태운 후 7월이면 밤낮으로 지신에게 허리를 굽힙니다 노인의 허리기도는 옥수수도 감동 했을까요 어머니 말씀이 우리가 도착하기 전날 옥수숫대가 심하게 흔들리더니 껍질 안에서 알맹이 줄 서고 자리잡는 부산스러운 소리가 들렸다고 합니다 여름이 오면 별이 급하게 하늘에서 익는 것처럼, 딸은 개망초 닮은 입으로 옥수수를 먹습니다 아니 기도를 먹습니다 나는 옥수수 손에 들고 어머니 목덜미 땀띠만 눈으로 먹습니다 타이어처럼 몸을 말고 밭둑을 다니는 허리는 기도입니다

●권오정: 경북 영주 출생, 문학저널등단, 시와 사람들 동인, 詩作 나무 동인, 울산문인협회, 울산 중구 문학회원.


 

불러도. 불러도 지치지 않는 이름.
 또다시 불러보아도 더 부르고 싶은 이름이 어머니이다. 어머니를 노래한 시와 수필 등 산문들이 쏟아져 나와 있어도 권오정 시인의 어머니처럼 다시 다가오는 모정은 드물었다. 갖은 풍상을 겪고 세상 파도에 부대끼며 늙어버린 어머니는 사랑하는 딸에게 옥수수 한 개를 쥐어주고 손수 입에 넣어주기 위해 땀 흘려 농사를 짓고 기도하며 옥수수가 많이 열리기를 허리가 굽도록 정성을 다한다. 그러는 사이 얼굴의 주름살은 늘고 주름살의 홈은 더 깊어질 것이다.
 이제 자식을 기르는 어머니가 된 시인은 옥수수 몇 알을 입에 넣어도 그것이 어머니의 땀과 기도로 얻은 것임을 알게 된 것이다. 그 아름다운 모녀간에 이어지는 연을 새기며 쓴 시. 그 사랑을 가슴에 녹여서 귀한 시를 쓰는 시인이기에 더욱 신뢰를 가지게 되는 것일까? 순수시의 종사(宗師)로 꼽히는 김영랑의 시를 대하는 느낌이다.  최종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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