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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2월 9일 대한민국 운명의 날이 밝았다.
 역사는 이날을 대한민국 헌정사상 두 번째 대통령 탄핵 표결일로 기록할 것이다. 기록은 다시 역사의 평가 자료가 된다. 

 누가 국민의 뜻과 촛불민심을 올바로 새기고 제대로 반영했는지를 담게 될 것이다.
 광장의 촛불민심도 나도 탄핵 찬반 투표권은 없다. 이미 우리는 권한을 위임했고 대표자를 여의도에 보냈으니 그들이 투표권을 행사한다.

 지난 두어 달간 우리는 많이 놀랐고 많이 부끄러웠고 참으로 분노했다. 일상의 환경은 늘 그대로였지만 패닉과 아노미 상태에서 간난고초의 사바세계를 오롯이 체험했고 인간의 탐진치 3독을 깡그리 목격했다.
 행복이란 단어 자체가 사치였던 시간, 거짓은 진실을 이기지 못한다는 말을 되뇌어 왔다. 이제 촛불민심이 어떻게 반영되고 그 후는 어떻게 될지를 기다린다.

 이 아침,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배를 뒤집어 엎기도 한다'(轉舟覆舟)는 경구를 되새긴다. 배를 모는 어느 사공도 물길을 이길 수 없다. 어느 지도자도, 어느 정치인도 민심을 거스를 수 없다. 그래서 박근혜 대통령의 '담담한 각오'는 '암담한 고집'으로 들린다.

 대통령은 여전히 탄핵을 피하지 않고 갈 데까지 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촛불민심'에게 추운 거리로 계속 나서라는 말이다. 너희들이 알아서 연말의 찬바람을 계속 맞아보라고 하는 것 같다.
 숨죽이고 있던 동조자들도 서서히 고개 들며 신문방송을 통해 거들고 나섰다. 그냥 촛불 모두 끄라고 하면 될 것을 비유와 레토릭으로 버무린 글들이다.

 '침묵하는 국민', '퇴진 후의 국정혼란', '극단적인 목소리' 등의 그럴듯한 애국적 단어로 포장한다. 그들은 언제나 그래왔다. 적당히 그만하라. 시스템에 맡기라. 탄핵 후 로드맵을 제시하라.

 창피하고 능력이 안되면 그냥 버리고 내려오면 될 것을, 탄핵 이후는 법에 정해진 대로 절차를 따르면 될 것을 그들은 왜 그리 걱정들이 많을까. 그저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울산의 6명의 국회의원들에게도 오늘은 분명 운명의 날이다. 그동안 3명은 탄핵 찬성을 분명히 했고 3명은 좌고우면 또는 유불리를 계산하며 우물쭈물한 자세로 얼버무리거나 반대해 왔다.

 물론 투표는 소신과 양심에 따라 자유롭게 하고, 결과는 누구나 엄숙히 받아들여야 한다. 다만 탄핵 후 정치적 평가와 책임을 감당하고 답해야 한다.
 누가 죽느냐 사느냐는 알 수 없다. 평가에 따른 후폭풍을 감당해야 한다. 국민의 뜻과 촛불민심을 어떻게 읽었는지에 따라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성적표를 받는 이도 있을 것이다.

 승리의 찬가를 부르는 의원이 있는가 하면 누군가는 조종의 소리에 고개를 숙일 것이다.
 탄핵이 가결되면 대통령의 직무는 곧바로 정지되고 헌법재판소의 심판을 기다려야 한다. 헌재의 심리 기간은 최장 180일이다. 내년 6월 이전까지는 결론이 나온다. 헌재가 탄핵 사유를 인용하게 되면 그로부터 다시 60일 이내 대선을 치러야 한다. 역사상 처음 '여름 대선'을 경험할 수도 있다.

 부결되면 모든게 불신으로 연결돼 광장은 다시 타오르고 혼동은 쉽사리 정돈되지 않을 것이다. 촛불은 횃불로 증폭되고 전원 의원직 사퇴와 국회해산론까지 나온다. 이래저래 또 다른 시작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찬찬히 생각하면 다소의 혼돈이 예상된다 해서 결코 두려워 할 필요는 없다. 거센 바람이 지나가야 미풍이 불어오고 태풍이 지나가면 강과 바다는 바닥까지 뒤집어진다. 착한 태풍은 온갖 더러움을 청소하고 산소를 공급해 생물들을 되살린다. 새로운 바다, 깨끗하고 신선한 바다로 판이 바뀐다.
 바라건대 이번 탄핵도 착한 태풍이 되었으면 한다.

 세세대대 이어 온 부패 세력들, 가짜 보수와 주변의 부역 세력들, 환관과 내시를 자처해 온 자들을 모두 교체하고 새 판이 짜여지기를 기대한다.
 잘못된 과거와 결별하고 구체제를 청산해 새로운 판을 펼치는 것이 촛불민심의 바람이고 개혁이다.

 2016년 12월 9일, 다시 경구를 읽는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배를 뒤엎기도 한다. 배는 물이 없으면 나아갈 수 없고 침몰할 수도 있다. 지도자에게는 권한 못지않게 책임이 따르는 법이다. 국민은 물과 같아서 책임을 저버린 잘못된 지도자의 권한을 한순간에 거두어 버린다.
 水則載舟요 水則覆舟이니 舟非水不行이고 水入舟則沒이라.
 君非民不治이고 民犯上則傾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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