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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풍 '차바' 이후 2개여월의 시간이 지났지만 울주군 반천현대아파트의 피해복구 작업은 아직 진행형이다. 8일 김재덕 아파트 입주자대표가 물에 잠겨 제 기능을 잃은 소방시설 부품을 가리키고 있다. 노윤서기자 usnys@

'겉은 회복이 된 것처럼 보였지만 속은 전혀 낫지 않았다' 지난 10월 태풍 '차바'에 사상 최악의 물난리를 겪은 울산 울주군 반천현대아파트 얘기다.
 물 난리를 겪은 지 두 달여가 지났다. 아파트는 외관상 태풍의 흔적이 대부분 지워졌으나 지하주차장과 변전실은 아직도 상흔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주민들은 애써 웃음을 지으며 일상을 이어가고 있지만, 심리치료를 받아야 할 만큼 정신적인 고통에 시달렸다.
 8일 취재진이 찾은 이 아파트는 태풍 차바로 인해 주민 1명이 숨지고 차량 600여 대와 1층 상가가 침수되는 등 유례없는 최악의 피해를 겪었다.

# 보험사서 7억 받아 식수 해결 급급
아파트는 태풍 차바 내습시 자동차가 물에 잠기거나 둥둥 떠다니던 흔적은 사라졌으나 아파트 벽면과 주차장 입구 등은 아직도 태풍 차바가 할퀸 모습을 보여줬다. 놀이터와 아파트 인근 펜스는 아직도 복구공사 중이라는 것을 알려주듯, 작업인부들은 쉴새 없이 드나들었다. 이 아파트 지하주차장은 차바 내습시 큰 피해를 입었다.
 두달 여가 지났지만, 상흔의 흔적을 벗어나지 못했다. 복구가 마무리 되지 않은 지하주차장은 임시 LED조명이 설치됐으나 시야를 확보하는 데는 너무 어두웠다. 배수시설과 조명은 정비되지 않았고 청소를 했지만, 지하주차장 전체를 집어 삼킨 흙탕물의 잔해는 곳곳에서 발견됐다.
 특히 지하주차장 내 배수펌프시설은 여전히 복구 중이라는 점에서 겨울철 화재에 무방비 상태였다. 복구 지연은 턱없이 부족한 복구비가 이유였다.
 이 아파트 김재덕 입주자대표는 "복구비만 해도 23억 원이 넘지만, 아파트 주민들이 받은 보상은 아파트가 화재보험에 가입돼 받은 7억여 원 뿐"이라며 "이마저도 당장 시급한 식수문제 등에 해결하다 보니 복구비는 턱없이 모자란다"며 한숨을 내저었다.
 관할 지자체인 울주군도 공동시설만 보상이 가능하다는 이유로 울타리, 창호 등 복구비로 5,730만 원을 지원하는 데 그쳤다.
 부족한 복구비 지원에 아파트 맞은 편 상가 상인들의 표정도 그리 썩 좋지 않았다.
 손정진 상가번영회장은 "대부분 상가가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의 피해를 입었지만, 울주군의 지원은 소상공인 지원금 100만 원뿐"이라며 "대출을 받아 상가를 복구했으나 모두 빚 갚을 생각에 막막한 심정"이라고 하소연했다.

# 상가는 소상공인 지원금 100만원
특히 이 아파트 일부 주민은 아직도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공황장애로 병원에서 심리치료를 받는 주민들도 허다했다. 이번 수해로 남편을 여윈 김모(58·여)씨는 "5분여 만에 갑자기 물이 불어나면서 남편이 변을 당했다. 우리 가족은 남편을 잃고 매일 매일 고통 속에서 살고 있다"며 남편의 영정사진을 보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이 아파트 상당수 주민들은 비만 오면 불안해 하는 등 태풍으로 인한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주민들은 한 달이 넘도록 매주 월~금요일 한국수자원공사 울산권관리단앞에서 집회를 벌이고 있다. 수문이 없는 대암댐의 수위 조절을 하지 못한 한국수자원공사에 책임을 지라는 것이다.
 그러나 주민 집회에도 공사 측의 반응은 냉담하다. 하천제방이나 댐 등 시설물이 수용할 수 있는 치수한계를 넘어선 자연재해라는 입장을 고수할 뿐이다.
 김 대표는 "수자원공사의 냉담함에 주민들의 몸과 마음은 많이 지쳤고, 이제는 집회에 참석하는 주민 수도 눈에 띄게 줄었다"며 "여건만 된다면, 학계 전문가의 지원을 받아 수자원공사 측에 이번 사태의 진상규명을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조창훈기자 usjch@    조홍래·차은주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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