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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25번째 원자력발전소인 신고리 3호기가 해돋이로 유명한 간절곶 인근에서 한해를 마무리하는 이쯤에 상업운전을 목전에 두고 있다. 지난 2007년 9월 공사에 착수해 9년여 간의 긴 건설일정을 마무리 하고 내달 20일 전후로 상업운전에 들어갈 예정이다. 신고리원전의 홍보업무를 맡고 있는 사람으로서 울주군민을 비롯하여 울산시민 여러분들에게 그간 인내와 협조에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신고리 3호기가 그간 걸어온 우여곡절의 길을 되짚어 보고자 한다.

 국내 기존원전 대비 발전용량은 1.4배 커지고, 내진성능은 기존 6.5에서 7.0으로 대폭 향상시켰으며, 설계수명 또한 기존 40년에서 60년으로 대폭 늘려 안전성과 경제성을 향상시킨 APR1400노형을 채택한 신고리 3호기는 국내 기술진이 10년간의 개발기간을 거쳐 규제기간으로부터 인가를 득한 한국원전의 자랑이다.

 국내 기술이 전무해 턴키방식으로 건설, 지난 1978년 준공한 국내 최초 원전인 고리 1호기 이후 그간 38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한국은 원전기술 수입국에서 이제는 UAE에 국내 기술진이 진출하여 원전을 건설하는 원전수출국의 반열에 오른 것이다. 고리 1호기 용량이 587MW이고 신고리 3호기가 1400MW이니 고리 1호기가 약 2.4개 정도 지어진다고도 볼 수 있겠다.

 물론 내년 6월이면 40년간 한국경제 발전과 함께해 온 고리 1호기는 그간의 노고를 마치고 영구정지에 들어가서 새로운 블루오션인 폐로기술 개발을 위해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고리 3호기가 채택한 APR1400 신형경수로 원전은 2009년 UAE에 수출을 함으로써 한국이 원전수출국으로서의 입지를 높이는 계기가 되었다. 원전 4기 수주액만 약 21조원에 국내산업 생산유발 및 부가가치 유발효과 약 34조원까지 합치면 약 55조원의 경제적 효과를 거둔 한국 수출산업의 효자노릇을 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수출 주력품목인 조선과 해운, 스마트폰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현재의 경제상황을 볼 때 APR 1400은 한국경제의 효자노릇을 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겠다.

 하지만,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했던가, 원전 르네상스시대라고까지 부르던 이 시기에 2011년에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해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 하면서 흐름은 역전되었다. 반원전의 기류가 대세로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이다. 안전을 생명으로 생각하는 원전이기에 이때부터 국내 전 원전에 대해 약 1조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해 안전을 강화하는 여러 조치를 하였다. 후쿠시마와 같은 쓰나미에 대비해 바닷물이 발전소로 들어 올수 없게 지대가 낮은 지역은 해안방벽을 높게 쌓고 방수문을 설치하였으며, 발전소 침수로 소내 전원이 상실될 것에 대비해 축전지 용량 증대 등을 하였고, 지진에 더 안전하게 견딜 수 있도록 전 원전에 대해 내진성능을 7.0으로 높이는 조치를 하고 있다.

 이듬해인 2012년에는 고리 1호기 정전은폐사건, 2013년에는 케이블 시험성적서 위조사건의 악재가 터졌다. 국민들은 원전과 한수원 직원들을 비리집단으로 생각했다. 2013년 여름을 국민들은 잊지 못할 것이다. 가동 중이던 원전의 케이블을 교체해야 했기에 여러 기의 원전을 세워야 했기 때문이다. 유난히 더웠던 그해 여름 한수원 직원들은 죄인의 심정으로 에어컨은 고사하고 선풍기도 켤 수 없었다. 부채 하나로 흐르는 땀을 손수건으로 닦아 내던 그 순간은 아직도 생생하다.

 그간 한수원 직원들의 뼈를 깎는 노력으로 작년에 이어 올해 정부에서 평가하는 청렴도 최우수 회사로  선정되는 영광을 맞이하는 것을 보면서 그간의 고통이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기도 한다.
 1년 여 기간동안 문제가 되었던 수백km의 케이블을 전량교체하고 신고리 3호기는 다시 공사가 진행되었다. 그러던 2014년 한해가 저무는 12월 26일 신고리 3호기 보조건물 밸브룸에서 작업자 3명이 질소가스 누출로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매스컴은 연일 특종으로 보도하였고, 당시 총무차장이던 나는 고리본부 종합상황실에서 사고수습을 하느라 연말과 2015년 연초를 낮과 밤을 지새워야 했다. 아마 영원히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을 듯 하다.

 이 사고로 각종 규제기관의 안전보건 진단, 감사를 받느라 잠시 중단되었던 신고리 3호기는 다시 공사를 진행하여 2015년 10월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운영허가를 받아 시운전을 시작하였다. 1년 여 시운전 기간 동안 6차례 정지되기도 했지만 준공이후 안전운전을 위한 각종 정비와 설비강화의 일환이었다.
 이제 며칠간의 성능보증시험을 마치면 신고리 3호기는 상업운전에 들어간다. 9년 여 긴 공사기간 동안 많이 아파하고 어려움도 많았던 만큼 한층 더 성숙한 APR 1400 최초 원전으로 무고장 안전운전을 할 것이라 굳게 믿는다.

 끝으로 안전한 건설을 위해 그간 진심어린 조언과 충고를 아끼지 않은 지역주민 여러분에게 다시 한번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해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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