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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출신 아동문학가 서덕출(1906~1940)선생의 삶과 작품세계, 문학정신을 기리고 역량 있는 아동문학가의 창작의욕을 높이고자 제정된 '서덕출 문학상'이 열 번째 수상자를 배출했다. 해마다 아동문학인 사이에서 권위를 더해가고 있는 '제10회 서덕출 문학상'의 수상의 영예를 안은 성명진 시인의 수상 소감을 들어본다. 작품의 심사평과 심사위원들이 꼽은 수상 작품집 속 주요작품도 함께 소개한다. 편집자


■ 심사평
올해는 서덕출 선생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제정된 서덕출문학상이 10회째를 맞는 의미 있는 해다.
이창건 심사위원장을 비롯해 남호섭(동시인) 서정홍(동시인) 김미희(동시인)과 김진영(시인· 서덕출문학상 운영위원장) 등 다섯 명의 심사위원들은 서덕출 선생의 문학정신을 다시 한 번 되새기면서 본심에 임했다.
이번에 응모된 작품은 10주년에 걸맞게 양적인 면이나 질적인 면에서 남다른 작품들이 많았다. 심사위원들은 2015년 11월부터 2016년 11월까지 발간된 작품집 중에서 각자 5권씩을 추천했다.

5권씩의 작품집에 대해 난상 토론을 거쳐 박승우 시인의 '말 숙제 글 숙제'와 박혜선 시인의 '백수 삼촌을 부탁해요' 김금래 시인의 '꽃피는 보푸라기' 조기호 시인의 '반쪽이라는 말' 그리고 성명진 시인의 '걱정없다 상우' 등 5편이 최종심에 올랐다.
심사위원들은 5편의 작품집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10주년에 걸맞은 작품집을 선정해야 한다는 부담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서덕출 문학상이라는 이름에 맞는 작품집을 선정해야 한다는 것이 위원들의 한뜻이었다.
심사위원 모두는 최종심에 오른 모든 작품집 어느 것도 수상작으로 손색이 없다는데 의견의 일치를 봤다.

어려운 일이었지만 열띤 토론 끝에 작품의 완성도, 그 동안의 활동 경력, 무엇보다 불우한 개인사 및 불우한 시대를 살면서도 맑고 따스한 시정신을 빛냈던 서덕출 시정신에 걸맞는 작품을 선정하려고 노력했다.
최종심에 오른 성명진 시인의 '걱정없다 상우'는 사람과 사람뿐만 아니라 사람과 자연이 서로 순하고 다정하게 어우러지면서 따스한 세계를 열어 보이고 있다.
또한, 서덕출 선생처럼 지역을 지키면서 자신의 삶과 시정신을 올곧게 지켜나가고 있는 모습이 돋보였다. 심사위원의 만장일치로 수상자로 결정했다.
수상자에 박수를 보내며 최종심에 오른 분들은 다음 기회에 다시 만나뵙기를 희망한다.  서덕출 문학상 심사위원일동

■ 성명진 시인 수상소감 - "동심은 세상·생명에 대한 진심, 잃지 않고 살아갈 것"
동시집 '걱정 없다 상우'를 내면서 생각했습니다. 베스트셀러나 문학상 수상을 함부로 꿈꾸지 않겠다고 말입니다.
제 주제에 벗어나는 일이기도 하려니와 어쩐지 그러면 안 된다는 마음쓰임이 있었습니다.
사실은 서덕출 문학상을 받는다면 좋겠다는 꿈을 정말로 살짝 꿔보긴 했습니다. 즉시 머리를 흔들어 그 꿈을 지웠지요.
그런데 몇몇 상들 중 왜 서덕출 문학상을 떠올렸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아, 마음 벅찹니다. 그지없이 기쁩니다. 제가 이 문학상의 수상자가 되다니요. 평생을 두고 저의 자랑이 될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동시는 거창한 상상력이나 사상 대신 자그마한 동심을 필요로 할 것입니다. 다름 아닌 이 세계와 생명에 대한 진심이야말로 동심이라고 믿습니다. 그 진심을 잃지 않고 살아야겠습니다.
꿈을 현실로 만들어 준 울산신문과 심사위원님들께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이 상에 누가 되지 않도록 더욱 힘써 제 자신을 가꾸어 나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성명진 시인은
1966년 전남 곡성 출생. '전남일보' 신춘문예 당선과 '현대문학' 추천을 받고 등단했다. 동시집 '축구부에 들고 싶다'와 '걱정 없다 상우'를 펴냈다.

■ 수상작 주요작품

친구 사이

무슨 고민인지
혼자 앉아 있는 상우를
은기가 건들고 도망간다.

상우가 쫓고 은기는 도망치고
강아지 두 마리가 되어
새 두 마리가 되어
까만 점이 되어
아득히 사라진다.

한참 만에 나타난다.
웃으며
나란히 걸어 돌아온다.

 

미더움

새 하나가
그 집 위를 뱅뱅 돌다 갔어요.
잠시 후에 또 와서
한참을 머물다가 갔어요.

할아버지는 조용히
누렁소의 잔등을 쓰다듬고
할머니는 텃밭의 푸성귀를 다독였지요.

그러고 보니 그 집에선
짐승들이며 풀 나무도
다 순하게 자라 있었어요.

다음 날 새는 또 왔어요.
그 집의 마음씨가 미더웠는지
뒤꼍 깊은 데에
참아 왔던 알을 낳았지요.

 

할머니 나빠

흰둥이가 강아지들을 낳았다.
이미 동네 사람들에게
세 마리를 준 할머니,
이젠 이웃 동네에 전화를 한다.

두 마리밖에 안 남았는데
엄마의 마음은 왜 생각 안 하는지.
할머니는 먼저
새끼를 남에게 줘도 되는지
흰둥이에게 물어봐야 맞다.

한 가지 더,
새끼를 주면서 지난번처럼
호호호 웃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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