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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 주인공을 만나다 - 생의 한가운데
2016년 12월 19일 (월) 17:41:50 울산신문 webmaster@ulsanpress.net
   
▲ 이정희 위덕대 교수

오늘 만나볼 소설 속 주인공은 루이제 린저(1911~2002)의 장편소설 『생의 한가운데』의 주인공 '니나'이다. 내가 이 소설을 처음 읽은 것은 아마 고등학교 때였을 거라고 기억된다. 당시 작가 전혜린의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를 읽으면서 전혜린 작가가 번역한 『생의 한 가운데』라는 책이 있다는 것을 알고 사서 읽었던 것 같다. 『생의 한가운데』는 루이제 린저가 1950년에 발표한 것을 한국에서는 1961년에 번역 소개되었다.
 고등학생 시절 『생의 한가운데』를 읽고 작가 루이제 린저와 전혜린에 빠졌던 기억, 그리고 무엇보다도 『생의 한가운데』의 니나의 삶에 무척이나 혼돈했던 기억이 새롭기만 하다. 아울러 나의 문학소녀의 이미지를 굳건하게 한 작품이기도 하다.
 최근 50대에 들어서 이 책을 다시 읽어보니, 내가 언제 이 책을 읽었었나 싶을 정도로 완전히 새로운 소설로 다가왔다. 그러면서 고등학교 시절 이 책을 읽고 무엇을 느꼈는지 부단히 그 기억을 찾으려고 노력을 했다.

 이 소설의 큰 틀은 니나와 니나의 언니가 오랜 세월이 지난 후에 다시 만나서 니나가 살아온 이야기와 니나의 일기, 다른 사람들과 주고받은 편지 등을 통해, 언니는 니나가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알게 되어, 언니가 니나의 이야기를 재구성한 형식으로 되어 있다. 그리고 암에 걸려 죽음을 앞둔 대학교수이자 의사인 슈타인이 니나에게 보낸 편지와 니나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써왔던 일기를 중심으로 스토리를 이끌어가고 있다.
 니나보다 20년 연상인 슈타인은 18년이라 오랜 세월을 통해 한 여인인 니나의 성장과 변화를 관찰하며 사랑을 하지만, 결국 그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니나는 퍼시와 약혼을 한 상황에서 슈타인의 친구인 알렉산더와 사귀어 아이를 임신을 하게 된다. 임신 사실을 알게 된 때에는 이미 알렉산더는 다른 여자와 결혼을 하였다. 그래서 니나는 자살하려고 했으나 슈타인의 도움으로 살아나게 되고, 아버지가 다른 두 아이의 엄마이며, 남편이 옥중에서 자살하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밖에 없었다. 또한 나치에 대항하여 반란 방조죄로 15년을 선고 받고 투옥되었다가, 전쟁이 끝나자 석방되었다.

 니나는 명성과 여성적인 매력을 두루 갖춘 작가이다. 니나를 통해 인생을 모험으로 생각하며 행동하는 다양한 유형의 여성상을 그렸다. 어디에도 구애받지 않고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여성, 그래서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있으면 서슴지 않고 사랑을 하며, 이것이 아니다 싶으면 과감히 저항을 할 줄 아는 여성, 생의 한가운데에 서서 삶을 두려움 없이 온 몸으로 받아들여 다가오는 어려움을 피하지 않고 극복해 가는 실존적인 여성의 표본이라고 하겠다. 그래서 슈타인이 니나에게 너무 모험을 하면 힘을 잃어버릴 수 있다고 조언을 했을 때에도, 니나는 "나는 살려고 해요. 나는 생명을 가진 모든 것을 사랑해요. 그러나 당신은 이해할 수 없어요. 당신은 한 번도 살아본 적이 없으니까요. 당신은 삶을 비껴갔어요. 한 번도 모험을 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당신은 아무것도 얻지도 못했고 잃지도 않았어요."라고 절규를 한다.

 이 나나의 말은 어쩌면 나의 문학적 인생관을 형성케 해 주었는지도 모른다. 그냥 삶에 안주하기 보다는, 끊임없이 도전하고 모험하려 했던 내 젊은 날의 모습이 보여졌다. 아니 지금도 나는 삶이 편안해지면 두려워진다. 이렇게 이대로 지내도 되는 건가 하면서 스스로 안락함을 거부하려고 하는 습성이 남아있다. 아직도 내 속에 치열하게 살려는 삶에 대한 열정이 남아있는 것이 분명하다.

 많은 연구자들이 『생의 한가운데』의 니나는 작가 루이제 린저의 분신이라고도 한다. 작가 루이제 린저는 위장결혼을 포함해서 결혼을 세 번이나 했으며, 두 아들의 엄마이며, 독일 대통령 후보로 추대될 정도로 정치적 영향력도 컸다고 한다. 특히 루이제 린저는 국적, 인종, 문화의 차이에 매이지 않고 공감하려 해서, 특히 남북으로 분단된 한국에 관심이 많았다. 북한의 김일성, 예술가 윤이상과의 친분이 두터운 것은 문학계에서는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제 내 속에 오랫동안 자리하고 있었던 니나를 떠나 보내고자 한다. 그러나 소설 속 니나의 말처럼 나 역시 지나온 시간을 뒤돌아보면 내 힘으로 여기까지 온 것이 하나도 없는 것 같다. 헤아릴 수 없는 수많은 도움의 징검돌을 밟고 건너온 것이다. 이제 내 생의 한가운데에 서서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지, 어떠한 삶에 또 도전을 할 것인지 많은 생각을 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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