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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가마귀떼
                                                                    전해선

초겨울 아침 동틀 무렵
구민 운동장 철봉에 매달려 하늘 보면
마주보며 키들거리는 장난꾸러기 잎사귀들
싱그런 잎들에게 눈인사 나누는데
어디서 날아왔나
유리같이 투명한 창공에
새까맣게 덮어오는 새떼
그들이 이른 새벽을 열고
무덕무덕 날아오르는 이유는

산다는 일은
눈뜨면 치르는 거룩한 행사
먹이를 위해서 새벽 하품 쯤
너끈히 견디는 일
괴발개발 파헤쳐진 혁신의 바람은
질긴 역사의 끊을 수 없는 내일

아침마다 한 곳을 찾는 까닭은
아직도 그 시절을 잊지 못해서
그들의 턱 밑과 멱들이 뿜어낸
함월산 아름드리 숲이 그리워서
부지런히 꿈속을 드나드는 날갯짓
해와 달의 고리를 끊은
까악까악 소리가 퍼뜩
어리친 환상을 깨운다

● 전해선 시인- 부산 출생, 2010 월간 창조문예 신인추천으로 작품 활동, 나래문학 동인, 울산 중구문학회원.


▲ 류윤모 시인
갈가마귀 떼라니, 제목에서부터 불길한 기운이 감지된다.
 초겨울 아침/동틀 무렵/구민 운동장 철봉에 매달려/하늘 보면/마주보며 키들거리는/장난꾸러기 잎사귀들?
 도무지 시제가 성립되지 않는다. 한 겨울의 입구에 무슨 어린 잎사귀가 등장할까? 아마 독자들도 고개를 갸우뚱 할 것이다. 눈치 빠른 독자라면 물구나무서서 보는 행위가 곧 이 시의 키워드임을 갈파해 낼 것이다. 시인은 지금 괴발개발 파헤쳐진 혁신도시를 필름을 되감듯 뒷걸음으로 빠르게 물러나 수년 전으로 역행해서 보고 있는 것. 기억 속 그리움의 잔상으로 남아있을 푸른 숲. 싱그러운 나뭇잎들. 우후죽순의 신도시 아파트가 이룬 상전벽해 속에서 지금 우리가 가고 있는 부분별한 도시화가 과연 바람직하기만 한 것인가 하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것. 눈부신....이니 하는 일방적 찬사가 아닌, 시인의 오감은 갈가마귀 떼로 상징되는 불길로 읽어내고 있는 것이다. 풍요롭고 안락하게 살기위해 멀쩡한 아름드리 숲을 아작내고 산등성이를 민대머리로 만들어 베드타운을 조성하는 괴발개발 파헤쳐진 혁신이라는 이름의 개발 바람이 제어할 수 없는 속도로 진행돼 왔음을 부정할 수 없다. 시인의 선견대로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로 울산 사회도 그 심각성을 뒤늦게 직시하고 있다. 천지 만물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거늘 숲의 남벌로 도시의 허파를 들어내고 해와 달의 고리를 끊는 이 세기말의 징후. 검은 장막처럼 덮쳐드는 까악까악 소리가 과연 안락하고 쾌적한 주거 환경의 추구가 잘 먹고 잘 사는 유토피아만을 가져올 것인가 하는  환상을 일깨우고 있는 것이다. 신생아들의 극심한 아토피 피부염이나 기관지 천식이 아무 이유없이 오는 것이 아니다.
 그 어리친 환상이 지난여름 폭우로 함월산 난개발의 토사가 원인이 된 태화동, 우정동 물바다를 빚은 것. 자연의 1차 역습인 셈이다. 절대 손대선 안된다는 교조적인 환경지상론도, 사람살이가 우선이라는 개발지상론도  머리를 맞대고 접점을 찾기 위해 고민해야 할 부분이 아닌가 싶은 것이다.  류윤모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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