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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꼭지에 마우스를 대고 
                                                                                        
                                                                                             최금녀
 
내 몸에는 어머니의 뱃속에서
나를 따내온 흔적이 감꼭지처럼 붙어있다
내 출생의 비밀이 저장된 아이디다
몸 중심부에 고정되어
어머니의 양수 속을 떠나온 후에는
한 번도 클릭해 본 적이 없는 사이트다
사물과 나의 관계가 기우뚱거릴 때
감꼭지를 닮은 그곳에 마우스를 대고
클릭, 더블클릭을 해보고 싶다
감꼭지와 연결된 신의 영역에서
까만 눈을 반짝일 감의 씨앗들을 떠올리며
오늘도 나는 배꼽을 들여다본다.
열어볼 수 없는 아이디 하나
몸에 간직하고 이 세상에 나온 나 
 

▲ 서순옥 시인
●최금녀 시인- 서울신문, 대한일보 기자. 『자유문학』소설 입선. 『문예운동』시 등단. 시집『들꽃은 홀로 피어라』 『가본 적 없는 길에 서서』 『내몸에 집을 짓는다』 『저 분홍빛 손들』 일본어 번역시집『그 섬을 가슴에 묻고』가 일본 <東京文藝館>에서 간행, 제11회 청하문학상 수상, 제4회 글사랑문학상 수상, 제6회 해동문학상 수상, 제1회 우수서정시 작품상 수상, 제16회 충청문학상.
 

"영천 다리 밑에서 주워왔나 보다 엄마 아버지 안 닮은 것 보면" 짓궂은 동네 아줌마들 놀림에 서러운 눈물 폭포같이 주르륵 흐렸던 어린 날의 기억.
 "하늘에서 뚝 떨어진 선녀"라고 했던 콩깍지가 씌었던 결혼 전 남편의 달콤한 로맨스.
 누구처럼 알껍데기를 박차고 나온 것도 아니고 100일 동안 마늘 먹고 사람이 된 것도 아닌데 정체성의 본질을 깨트리는 말에 울고 웃었던 지난날의 기억.  
 제야의 종소리가 울려 퍼지는 그 시간 정유년 새해 첫 둥이들이 감꼭지 절단식을 하며 세상에 나온 기념의식을 마치고 인연과 인연의 고리였던 연줄을 잘 말리고 있는 중이다.
 옷깃 정도 스치는 인연은 2,000劫(겁)~ 3,000劫(겁) 정도이고, 부부의 인연과 형제의 인연은 8,000劫~9,000劫의 인연이고, 부모와 자식 간의 인연은 1만劫이 넘는 최고 인연이라고 불가에서 말한다. 불가에서 말하는 劫(겁)은 시간의 단위를 나타내는 말로써 인연과 밀접하며 그 최고의 인연이 연결되었다가 분신에서 떨어져 나온 또 하나의 결정체를 만들어준 소중한 흔적이다.


 최금녀 시인의 '감꼭지를 대고'라는 시를 읽으면서 한 손으로는 사과 배 밑동이 같이 움푹 팬 배꼽을 더듬어 본다. '다행이다!' 뻔히 아는 유치원, 초딩 수준의 언어가 나도 모르게 툭 튀어나와버린다. 한동안 잊고 살았던 어머니에게서 떨어져 나온 흔적을 몇 번이고 만지작거리다가 자식이었던 느낌만으로 감정을 담기에는 포만감을 덜 채운 듯 누워있는 다 큰 아들놈의 배를 걷어 올리고 감꼭지를 클릭해본다. 자식이었고 어미인 두 감정을 합체하면 위대함과 감사함이 말로다 표현할 수 없는 눈물로 밀려오는 순간이다. 두 개 물려받은 사람 없고 물려받지 않은 사람 없다. 대대손손 공평하게 하나씩 대물림한 감꼭지, 어머니와 연결 고리가 말끔하게 아물지 않고 한가운데 흉터가 아닌 증표로 남게 된 이유는 말로다 형용할 수 없는 바로 그런 것, 그런 게 아닐까! 서순옥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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