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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은주
북구 행복학습매니저

37년 동안 정들었던 동구를 떠나 북구 강동으로 삶의 터전을 옮긴지 1년이 넘었다. 동구에서 태어나고 자라 결혼까지. 두 아이의 엄마로, 전업주부로 평범하게 살았다.
 몇 걸음 움직이면 모든 걸 쉽고 편리하게 해결할 수 있었던 동구와는 달리 신설 도시인 강동에서는 불편한 점이 많았다. 한동안 강동이라는 섬에 갇혀 있는 듯한 생각에 무기력과 우울감에 빠져 들기도 했다.
 그 때 나를 밖으로 이끌어 준 것이 강동동주민센터의 '캘리그라피' 강좌였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수업에 참여할 수 있었고, 일주일에 한번 두 시간의 수업은 나를 배움에 더욱 목마르게 했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싶은 욕구가 넘쳤다. 그러나 더 많은 시간을 들여 다른 구로 이동해 문화센터나 교육기관을 찾아다녀야 했다. 아이들이 어린 상황에서 많은 시간을 내는 것은 부담이었다.

 그런 내게 사막의 오아시스가 되어 준 프로그램이 북구청이 운영하는 '북구 너나들이 마을학교'였다. '행복한 삶을 위한 힐링체험'에서 EM 세제, 아로마 캔들, 냅킨아트를 활용한 문패만들기 등 신선한 주제의 프로그램들은 나와 같은 주부들이 원하던 교육이었다.
 지난 6월 초여름부터 시작된 북구 너나들이 마을학교 수업은 아파트 내 경로당에서 진행됐다.
 장소의 특성상 편하게 둘러 앉아 수다도 떨며 공동작업을 하는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했다. 함께 참여했던 30대에서 50대에 이르는 다양한 연령대의 수강생들의 마음에 진정한 힐링을 선물받기도 했다.
 그렇게 3개월 가량의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갔다. 혼자 배운 것에 그치지 않고 더 많은 주민들이 우리의 배움을 함께 공유할 수 있도록 바자회도 열었다.
 아이들을 위한 과일 컵케익 만들기, 어른들을 위한 석고방향제 만들기 등 2시간여의 동네잔치에 많은 주민들이 참여해 즐겼다.

 너나들이 마을학교를 계기로 평생학습 바자회와 울산평생학습박람회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하면서 자연스럽게 우리 동네 주민들을 위해 일을 하게 됐고 올해는 북구 너나들이 마을학교 2호 행복학습매니저로 활동을 앞두고 있다.
 우리는 대부분 정규 교육과정을 마치면 학습과는 동떨어진 삶을 살아간다. 사실 평생학습이 무엇이고, 왜 필요한지에 대해 지금까지 생각해 보지 않고 살아왔다.
 그러나 지금은 평생학습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 삶의 행복을 위해 배우고 익히는 것, 평생학습 덕분에 나는 행복을 누리고 있다.
 신도시로 형성된 강동은 여러 지역에서 이사 온 젊은 가족들과 다양한 직업군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인지 나와 같은 경력단절 여성들도 많은 편이다. 올해 신축 완공되는 4,100세대 정도 가족들이 또 강동에 새로운 터전을 마련한다.

 북구로 새롭게 삶의 터전을 옮겨오는 사람들이 배움에 목마르지 않고 새로운 배움의 오아시스를 찾아 지역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너나들이 마을학교와 같은 다채로운 평생학습 프로그램들이 이어지기를 바란다.
 또 나와 같은 경력단절 주부들이 우리 지역을 위해 활동할 수 있는 기회가 확대돼 지역사회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하면서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
 주부가 행복하면 가정, 나아가 우리 사회도 행복해 질 것은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북구는 지난 2007년 평생학습도시를 선포해 올해 선포 10주년을 맞는 만큼 내가 살고 있는 북구가 평생학습도시로 더욱 굳건히 자리잡기를 기대해 본다.
 또 올 한해 행복학습매니저로 활동하며 주민들을 위해 발로 뛰게 될 내 모습을 상상하니 벌써부터 가슴이 벅차오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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