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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속 주인공을 만나다 몽화-1940년, 세 소녀 이야기
이정희 위덕대 교수
2017년 01월 04일 (수) 19:49:57 울산신문 webmaster@ulsanpress.net
   
 

오늘 만나보는 소설 속 주인공은 내가 가장 최근에 읽어본 소설인 『몽화』에 등장하는 소녀들이다. 『몽화』는 『덕혜옹주』로 유명한 권비영작가가 올해 발표한 작품이다. 실은 귄비영 작가를 만난 적이 있다.

 지난 여름에 한국문인협회 울산광역시지회의 초청으로 일본문학에 관한 특강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 곳에서 처음 만났다. 특강을 마치고 각자 소개를 하는 자리에서 권비영작가라는 것을 알았을 때 너무 놀라웠다. 마침 본지에 『덕혜옹주』에 대한 글을 쓴지 얼마 되지 않은 때여서 더욱 감동적이었다. 게다가 영화 <덕혜옹주>를 본지도 얼마 되지 않아서였다. 『덕혜옹주』를 읽으면서 저자가 젊은 여류작가일 것이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내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가버렸다. 내게 권비영작가는 60대의 단아하면서 연륜이 느껴지는 존재감 있는 모습으로 다가왔다. 당시 영화 <덕혜옹주>의 흥행으로 베스트셀러 작가를 만났다는 것만으로도 흥분되는 순간이었다. 회식 자리에서 귄비영작가의 옆자리를 독차지 하면서 처음으로 『몽화』 이야기를 들었다.

 그 후 『몽화』를 읽고, 이 소설의 주인공에 대해서 언제 쓸까 하고 시기를 살피다가 '오늘이 날이다' 생각하고 쓰게 되었다. 『몽화』에는 '1940년, 세 소녀 이야기'라는 부제가 달려있다. 이 부제가 말해 주듯이 소설의 시간적 배경은 1940년에서 1945년까지로, 영실, 정인, 금화라는 세 소녀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영실이는 주재소 순사를 두들겨 팬 아버지가 만주로 끌려가고, 어머니는 아버지를 찾아 집을 떠나갔고, 그래서 경성에서 국밥집을 하는 이모집에서 살게 되었다. 이모네 국밥집은 인기가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드나들었고, 영실이는 일을 도와주면서 언젠가는 학교에 다닐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지낸다. 또한 이모 아들을 돌봐주는데, 그 이모 아들이 잘 가는 부잣집에서 같은 또래 정인이를 만나 친구가 된다. 그리고 그들이 잘 가는 아지트에서 은화를 만나 친구가 된다. 각기 처해 있는 상황은 다르지만, 꿈 많은 소녀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서 서로 의지해 간다.

 영실은 이모의 일본인 남자친구의 도움으로 일본으로 건너가게 되고, 일본에서 만주에 계시는 줄 알았던 아버지가 일본의 탄광에서 일한다는 소식을 듣고 아버지를 찾아다닌다. 결국 아버지를 만나게 되고, 그곳에서 정인의 오빠 대신으로 강제징용당한 하인 칠복이를 만난다.
 일본이 패전을 하고 아버지가 한국으로 돌아갔다는 소식에 영실이는 칠복이와 함께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한국으로 돌아오지만, 아버지를 만나지 못한다.

 한편, 어릴 때 부모를 잃은 은화는 화월각에서 기생의 손에 자라게 되어, 언젠가는 자신도 기생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괴로워한다. 은화는 자신의 상황을 벗어나고 싶어서 화월각 주인의 돈을 훔쳐 집을 나오고, 일본의 방직공장에 취직시켜 준다는 속임수에 넘어가 강제 매춘을 하는 요리집으로 끌려가 일본군위안부가 되고 만다. 일본이 패전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곳에서 탈출하여 영실이를 만나 한국으로 돌아가려고 했으나, 혼자 일본에 남기로 한다.

 부잣집 딸 정인은 아버지의 매국의 대가로 호위호식하며 지내며 아버지를 부끄럽게 생각하지만, 아버지의 뜻에 따라 강제동원 등을 피해 프랑스로 유학을 간다. 광복이 되자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이번에는 아버지의 계획대로 미국에서 사업하는 남자와 결혼하게 되어 미국으로 떠날 준비를 한다.

 『몽화』는 1945년 한국이 광복을 맞이하면서 이야기는 막을 내린다. 처음 읽었을 때는 또 다시 새로운 삶이 시작될 무렵에 이야기가 끝이나 아쉬웠지만,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나머지 그녀들의 삶을 독자들의 상상에 맡기게 한 것이 한층 더 이 소설을 풍성하게 해 준 듯한 느낌이었다.

 이 세 소녀들이 지금까지 살아 있다면 현재 나이는 80대 후반이다. 그저 소설 속 이야기로만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 이 『몽화』가 지니는 가치라 하겠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우리의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귀를 기울여 주는 것만으로도 큼 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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