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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아동문학가 막스 뒤코스는 그림책을 그림과 영화 사이에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 말에 단번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책이 바로 '갈색아침'이다. 강렬한 갈색 삽화와 숨이 꼴딱 넘어가는 흥미진진한 전개, 간결하면서도 강렬한 비유와 풍자는 마치 한 편의 잘 만든 영화를 보는 듯하다.
 다분히 정치적인, 아니 대놓고 정치적인 이 책은 어느 날 친구가 키우던 개를 안락사 시켰다는 얘기를 꺼내면서 시작된다. 개가 죽은 이유는 단지 갈색이 아니었기 때문. 앞서 나라에선 갈색 고양이가 아니면 다 죽이라는 법이 만들어졌다. 주인공 역시 자신의 하얀 고양이를 없애야만 했다.


 정부가 이렇게 정한 이유는 나라에 고양이가 너무 많이 불어나서다. 여러 실험을 해보니 갈색 고양이가 도시생활에 가장 알맞다고 나왔다는 것이다. 지식인들의 각종 연구결과가 권력의 입맛대로 바뀌는 요즘 세태와도 너무 닮아있는 모습이다.
 군인들은 고양이를 없애라며 독이 든 고기를 나눠주고, 여기저기서 고양이들이 픽픽 쓰러진다. 처음엔 가슴이 너무 아팠던 주인공이지만, 금세 이 일을 까맣게 잊고 만다.
 그렇게 시작된 정부의 금지법은 개에서, 이를 비판하는 언론으로, 민간인을 탄압하는 과정까지 이르게 된다. 마침내 칼끝은 주인공을 향한다. 과거 고양이를 키운 전적 때문에 체포된 것이다. 모든 것이 내 일이 아니란 이유로 침묵했던 과거가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그러나 이미 늦어버린 순간, 세상은 온통 갈색이다.
 독재정권의 섬뜩함을 그려낸 이 책은 실제 2002년 프랑스 대통령 선거에도 '갈색아침' 현상을 일으키며 영향을 끼쳤다. 극우파 후보인 장 마리 르펜이 결선투표까지 올랐지만, 한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가 청취자들에게 이 책을 소개한 것이 불씨가 돼 낙마한 것이다.


 2017년 민주화 된 대한민국에서 책 속 이야기가 남일 같지 않은 건 여전히 비슷한 일들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나와 반대되는 색깔을 가진 이들은 배척하는 국가권력, 부조리함을 알고서도 당장 내 일이 아니면 외면하는 우리의 모습, 권력의 시녀가 된 언론과 지식인의 모습.

▲ 김주영 기자
 물론 지금 대한민국에선 촛불로 대변되는 민심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표출하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그러나 경계해야 할 것은 또다시 금세 까맣게 잊고 용서하는 일일 것이다. 이미 많은 이들이 이미 이번 일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그러나 불의에 눈감고 편안하게 있다간 어떤 섬뜩한 결과들이 우리에게 생길 수 있는지 이 책은 말해준다. 새 봄이 일어나기까진 그만큼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김주영 기자·울산그림책연구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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