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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 굿모닝병원 황선일 신경과전문의가 어지러움을 호소하며 병원을 내원한 환자에게 어지럼증 원인과 치료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울산 북구에 사는 A(43)씨는 지난해 잇따른 지진에 밤새 잠을 설치는 일이 많아졌다. 아침 침대에서 일어나면 살짝 어지러움이 느껴졌지만 회사에서 받는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증상은 점점 심해져 어지럼증을 심하게 느끼면서 오심, 구토와 함께 맥박이 빨리 뛰었다. 땀이 나고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리기도 했다. 병원을 찾은 A씨는 '심인성 어지럼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불안장애, 우울증, 신체화 장애, 공황장애 등과 같은 질환으로 유발되는 경우가 많은 질환이다. 지난해 울산지역에 조선업 위기 등 경제 한파와 지진, 홍수 등 자연재해가 발생하며 어지럼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가 늘었다. 굿모닝병원 황선일 신경과전문의로부터 어지러움증의 원인과 치료 방법에 대해 들어봤다.




#이석증= 물리치료·원복술 등으로 치료
의학적으로 어지럼증의 정의는 주위의 공간이 자신이 기대하는 움직임과 다르게 움직이는 것처럼 느끼는 것을 말한다. 쉽게 말해서 자기 몸이나 주위가 움직이는 것 같은 착각이다. 어지럼증은 천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 사람마다 모양도 다양하고 모양을 묘사하기 힘든 경우도 많다. 어지럼을 느끼는 정도나 동반 증상도 다양하다.
 특별한 이유 없이 '핑' 도는 어지럼증이 반복된다면 의심해볼만 한 질환으로 '이석증'이 있다. 이석증은 특정한 신체 위치 변화에 따라 심한 어지러움이 나타나는 질환으로 내이 반고리관의 이석 이동으로 인해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 귀 속에 있는 내이 속에는 몸의 균형을 잡아주는 세반고리관이라는 곳이 있다. 이곳에는 작은 돌(결석)들과 체액이 있는데, 이 결석에 의해 체액의 흐름이 막히면 어지럼증이 발생하게 되며 이것이 바로 이석증이다. 이석증은 특별한 원인이 없는 특발성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가장 많으며, 두부외상의 병력이나 이과적 수술이나 질환 등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피로, 스트레스, 노화로 발생하기도 한다.

 이석증은 결석이 발생한 반고리관의 위치에 따라 후반고리관, 상반고리관, 수평반고리관 이석증으로 분류되며 후반고리관 이석증이 가장 흔하다. 수초에서 1분 미만의 짧은 시간 동안 어지럼증이 몸의 자세 변화에 따라 나타나며 머리를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증상이 곧 사라지는 것이 특징이다. 구역과 구토 증상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도 많다.
 이석증은 반고리관 내부에서 결석이 이동하는 것이 주된 원인이므로 이를 원위치로 되돌리는 물리치료법이 가장 많이 쓰이며, 한 번으로 반응이 없으면 몇 차례 반복해 시행한다. 또 이석이 빠진 것을 확인한 뒤 다시 원위치로 넣어주는 원복술을 시행하기도 하는데, 이석이 빠진 뒤 잔상이 남아서 어지럼증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이석증의 예방을 위해서는 갑자기 머리 위치를 변화시키거나 자세를 바꾸는 것을 피해야 한다. 머리를 다치지 않도록 주의하고 이석증을 경험했던 환자나 두부 외상 병력이 있는 환자는 머리가 많이 움직여지는 요가, 골프 등의 운동은 피하는 것이 좋다.

#심인성 어지럼증= 자율신경계 안정시켜야
어지럼증 가운데 흔하지만 과소평가 되는 것은 심인성 어지럼이다. 한 보고에 따르면 전체 어지럼 중 심인성 어지럼이 차지하는 비율이 20% 정도다. 어지럼의 원인이 다양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비율이다.
 심인성 어지럼은 공황장애, 불안장애, 우울증, 신체형장애 등과 관련이 깊다. 실제 불안장애가 어지럼증의 원인이 되는 경우가 33%나 될 만큼 밀접하며, 전정계의 신경학적 문제가 기존의 정신심리 장애를 악화시키는 경우도 34%나 된다. 스트레스나 경미한 불안감이 어지럼으로 표현되는 경우도 상당수다. 특히 울산의 경우 지난해 지진 이후에 이러한 어지럼을 호소하는 환자가 늘어났다.

 또한 균형을 잡아주는 전정기관 자체가 자율신경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전정기능이 약해지면 자율신경을 적절하게 조절해주지 못한다. 그래서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대부분의 환자들은 숨이 차고, 심장이 뛰고, 잘 놀래고 식은땀이 나고, 오심이나 구토 등의 증상을 동반하기 쉬워진다. 이런 자율신경계가 불안정한 사람들은 원래 공포나 불안 등의 정신심리 상태에 대해서도 영향을 많이 받으며, 역시 어지럼증에 취약하게 된다.
 뇌에는 불안과 우울감과 같은 정서와 스트레스를 조절하는 기관이 있다. 해마와 편도체라는 뇌 기관이 이러한 기능을 담당한다. 만약 선천적으로 해마와 편도체가 예민하거나 여러 원인에 의해 기능이 저하되거나 예민해지면 불안과 우울감 외에 여러 신체적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심인성 어지럼의 진단은 간단하지는 않다. 자세한 병력 청취와 이학적 검사, 몇 가지 검사를 통해서 다른 가능한 원인을 배제한 후에 진단이 가하다. 

 이러한 어지럼은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증상을 방치하면 어지럼 자체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돼 증상이 더 심해지며, 오랜 기간 노출되면 치료 성적도 떨어지고 자주 재발되기 쉽다.
 어지러운 증상이 발생하면 바로 병원에 내원하여 신경과 전문의와 상의해 정확한 진단을 받은 후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치료는 이러한 심인성 어지럼증의 배경이 되는 불안, 공포, 우울 등을 담당하는 뇌 기능을 회복시키고 자율신경계를 안정시켜서 뇌신경계가 스스로 불안 및 어지러움을 정상적으로 조절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가벼운 어지럼증 느낀다면 스트레스 관리 우선
어지러움이 시간이 지나도 호전이 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세상이 빙글빙글 돈다', '땅이 솟구친다', '금방이라도 기절할 것 같다' 등 그 양상이 제각각이다.
 이는 뇌신경질환의 전조증상이기도 해 그 원인을 밝혀내는 것이 우선이다. 이를 위해 다양한 진단방법이 활용된다. MRI와 MRA(뇌혈관 촬영), 뇌혈관 조영술, 경동맥초음파 검사, 혈액 검사 및 소변 검사를 통해 정확히 원인을 파악해야 하며, 증상을 인식한 즉시 병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조기에 진단할 경우 약물치료, 진정재활치료, 정맥영양제 치료 등으로 충분히 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다. 하지만 진단 자체가 늦는다면 치료가 까다로워지는데다 치료 후에도 심각한 후유증을 겪을 수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이 증상을 겪고 있다면 지체하지 말고 검사를 받아야 한다.
 일상 속에서 가볍게 느끼는 어지럼증을 치료하기 위해선 스트레스 관리가 우선이다. 스트레스를 일으키는 환경을 최대한 피하고,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을 주는 본인만의 방법을 꾸준히 찾아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술이나 담배, 커피는 되도록 자제하고, 평상 시 피로가 누적되지 않도록 충분한 수면을 취하면서 규칙적인 생활을 허는 것이 좋다.   정리=조창훈기자 usj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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