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울산시가 국보 제285호인 반구대암각화 보존을 위해 세 차례에 걸쳐 실시한 임시 물막이 모형실험 공사가 모두 실패하자 설계용역업체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검토했으나 법률 자문 결과, 책임이 없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울산시는 기본설계 용역업체인 P사(건축)와 H사(토질 및 지질)에 책임을 묻기 위해 변호사 3명에게 법률 자문을 했지만, 문화재청 등 정부가 이미 결정한 시방서(도면상 나타낼 수 없는 세부사항을 명시한 문서)에 따라 설계했기 때문에 손해배상 책임을 지우기 어렵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19일 설명했다.
 여기다 이 사업이 국무조정실, 문화재청, 지자체 등이 업무협약(MOU)을 맺어 정책적으로 추진했고 모형실험 단계에서 중단해 정부나 지자체에도 책임을 묻기 어렵게 됐다.

 결론적으로, 암각화 보존을 위한 임시 물막이 공사를 추진하면서 용역 및 기본설계비 14억 원과 모형실험비 16억 원 등 그동안 투입된 정부와 지방예산 30억 원을 날리게 된 것이다.
 임시 물막이 사업은 암각화 앞을 흐르는 대곡천 수위조절 안을 내세운 문화재청과 임시제방 축조 안을 주장한 울산시가 10년 가까이 의견 대립을 벌인 끝에 절충안으로 도입됐다.

 반구대암각화의 항구적 보존대책을 찾기 전까지 암각화 앞에 설치와 해체가 가능한 길이 55m, 너비 16∼18m, 높이 16m의 투명 옹벽을 세운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모형실험은 지난 2015년 12월 1차에 이어 지난 해 4월과 5월 각각 2, 3차 등 총 3차례 진행했으나 물이 새면서 모두 실패로 끝났다. 이에 문화재위원회는 지난 해 7월 임시 물막이 사업 중단을 의결했다.
 사업 초기부터 자연경관의 훼손에 대한 우려, 기술적 문제 등으로 논란이 있었으나 정부는 치밀한 검증 없이 사업을 밀어붙여 결국 세금만 날린 셈이 됐다.

 시는 손해배상 청구를 위한 법리 검토 과정에서 설계업체들이 행정당국의 승인 절차를 받지 않고 모형실험 구조물 설계의 불법 하도급을 준 점을 적발해 P사는 1,350만 원, 토질과 지질을 담당한 H사는 192만 원 등 총 1,542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할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손해배상 책임을 묻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암각화 보존을 위해 임시제방을 축조해 암각화 앞 물길을 돌리고, 정부 차원에서  물 문제를 해결해 사연댐 수위를 영구적으로 낮추는 방안이 현재로서는 가장 적절한 대안"이라고 밝혔다.  정두은기자 jde03@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