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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이사 겸 국장

와대가 바빠졌다. 윤선미실이 감금되고 기춘장어가 외사감찰의 손에 넘어갔다. 호성졸개의 구술로 내밀한 와대밀실 첩보가 까발리자 민심이 거칠어졌다. 종범잡배의 수첩비방이 와대외박의 발목을 잡고 호성졸개의 대포발통이 목덜미를 옥죄고 있다. 감찰독방에 갇힌 기춘장어는 상념에 잠겼다.

외박에게 철옹성 같던 잡녀를 처냈어야…
감찰독방 갇힌 기춘장어 땅을 치며 후회

삼별대방 재용부공 외사감찰서 벗어나자
좌성방파 유감장풍 속 희정좌공 독자신공


 딱 4년전이다. 와대졸개들을 불러모아 일장 연설을 했던 겨울, 기춘장어는 그날의 기억을 자꾸 되새김질 했다.

 -와대무공의 뿌리는 금오박통의 독재신공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와대외박의 독재신공을 옹고지신술로 무장해 더 새롭고 더 강하게 만들어야 한다. 좌성나발과 좌성잡배들의 잡술이 거세질 태세다. 뿌리부터 잘라야 외박주군의 통치가 일사천리임을 명심하라. 오직 주군의 임기 만료까지 그 일념으로 매진하고 각계수장은 밀실기공을 연마하는데 한치의 소홀함이 없도록 하라.

 비장했지만 치밀하진 못했다. 후회가 밀려온다. 무엇보다 종범잡배와 호성졸개를 신임한 부분이 걸렸다. 신출병우 정도의 내공을 가진 자를 중용하는 것이 옳았지만 순실잡녀의 입김에 밀린 세월이 후회막급이다. 마지막 수를 던지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얼마전 호성졸개와 종범잡배가 감찰의 손에 넘어가기 직전, 수첩비방이나 대포발통 같은 수작만기를 가능한 불살라 버리라고 내통했지만 전서구의 오발착으로 착오가 빚어졌다. 잔불소란이 와대 주변을 덮쳐 1급 전사인 와대전용 전서구조차 북동향을 북서로 오인했던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뒤늦게 마발을 띄워 호통을 쳤지만 때는 늦었다.

 선택의 기로다. 이제 더 버틸 시간이 없다. 외박주군의 변호무사진은 약하다. 순실잡녀가 마지막까지 묵비권술로 버텨줄지도 미지수다. 유라애녀가 신탁증서를 잃어버린 마당에 강제송환이라도 당하게 된다면 잡녀의 긴 침묵은 끝날지도 모른다. 언젠가 순실잡녀와 나눈 우려가 떠오른다.

 순실잡녀가 와대외박의 입성 이후 서방강호들 사이에 풍문을 전했다. 서방여군주들의 몰락에 대한 이야기였다. 아르헨국 페론국부의 여자 이사벨공녀는 페론국부가 죽자 통령을 이어갔다.이사벨공녀의 내공으로는 아르헨국에 내밀한 좌·우협공을 이기지 못했다. 서방 첫 여군주의 몰락이었다. 부친이나 남편의 후광으로 국부에 오른 여성군주들의 실패 사례는 많았다. 인도정국 네루국부의 장녀 인디라녀공이나 필리도국 아키노녀공이 성공한 사례의 전부였다. 하지만 오롯이 내공연마로 출사한 여걸들은 대부분 성공했다, 대처강녀, 메이대녀, 찬드리녀, 클라크백녀 모두가 집권 이후 호걸로 평가받고 있다. 순실잡녀는 이를 근거로 와대기강을 초반부터 다잡아야 한다고 조잘댔다.

 설핏, 잡녀가 내밀었던 감찰첩보와 흑색명부가 떠올랐지만 곧장 머리를 흔들었다. 부질없는 일이다. 외박에게 잡녀는 철옹성이다. 그 때 잡녀를 뿌리치지 못했던 것을 지금 후회한들 무슨 소용있겠냐만 잡녀 주변의 혈기청년들은 제거해야 했다. 화근은 미리 잘라야 함을 누구보다 익혀온 기춘장어였지만 잡녀의 부라린 눈빛에 외박의 전압이 흐르고 있기에 함부로 자르지 못한 것이 후회막급이다.

 낭보도 있었다. 삼별대방의 재용부공이 외사감찰의 아귀에서 벗어났다. 사위를 옥죄던 재용부공의 감금곡성에 율법판관들의 압박이 급박했지만 의연판관은 소신내공으로 재용부공을 귀가조치했다. 당장 의연판관에게 급살협박이 쇄도했다. 의연판관의 명분은 금괴비리에 삼별대방의 연루설은 재고의 여지가 있지만 재용부공의 자발성을 인정해 감금으로 몰아가기는 일방의 주장에 동조하는 것이기에 수용이 어렵다는 점이었다. 좌성방파가 곧바로 목청을 돋구었다. 양산문공은 잔불민심을 앞세워 유감장풍을 날렸고 성남직공은 정의신공을 무기로 굴복실책이라며 비난의 세기를 올렸다. 강호에 침을 뱉을 명분을 찾은 철수만공은 "판관이 금괴태산에 짖눌려 아부신공을 남발하면 망조"라며 원색적인 비난 장풍을 날렸다.

 잡녀의 오색변신술에 입을 다물지 못했던 강호녀배들의 비난 장풍은 쇠소리가 났다. 영선방녀는 새벽시간에 질러놓은 배변이라고 욕을 했고 대구추녀는 무협과 상단의 결탁은 오랜 약점인데 적폐청산의 민의를 덮은 암수라며 재심사를 통해 재용부공의 신병확보를 외쳤다. 하지만 좌성방파의 신예병기인 희정좌공의 입장은 달랐다. 무현열공이 아껴둔 적토마라 불리던 신예답게 희정좌공은 합리무공을 구사했다. 수천년전 글리스국 소글공의 독배처럼 "판관은 법을 근거하기에 그의 결정은 존중함이 타당하다"는 원칙내공을 설파했다.

 반응은 좌성방파의 뒷통수를 쳤다. 독설권법에 직설권법까지 첨가해 상승국면에 있던 성남직공이 직격탄을 맞았다. 좌성방파 지지민초들의 눈길이 희정좌공의 손끝을 향하자 서열이 바뀌었다. 양산문공을 가히 위협할 기세다. 이참에 무현적통을 내세워 비문지세와 합통국면으로 출사의 일성까지 더했다. 대혼전 양상이다. 입춘휴전 이후 사부제위들의 행보도 바빠질 모양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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