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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미라 남구 기획예산실 주무관

20대 시절, 세상에 대한 도전정신인지 막연한 객기인지 모를 힘이 이끌려 다짜고짜 배낭을 메고 유럽으로 떠난 적이 있었다. 자유로움을 만끽할 요량으로 유럽의 밤을 평정하리라 마음먹었던 나의 꿈은 어두컴컴하고 으슥한 파리의 한 골목에서 끝이 났다.
 이렇게 여행을 다녀보면 대한민국이 얼마나 안전하고 살기 좋은 나라인지 실감할 수 있다. 밤늦은 시간에도 마음 놓고 시내를 활보할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사회 자산이라는 것도 말이다. 하지만 이제 우리나라도 안전하기만 하진 않다. 갈수록 늘어나는 무차별·묻지마 범죄로 우리 치안에도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남구 야음동의 번개시장에 울산 제1호 셉테드 설치는 아주 반가운 소식이다.
 셉테드(CPTED)란 범죄 예방을 위한 환경 디자인을 의미한다. 건축물을 설계할 때부터 범죄예방을 위해 다양한 안전시설물을 고안하고 건축물을 완성시켜서 시설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범죄 위험에서 벗어나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물리적 환경에 따라 범죄 발생 빈도가 달라지므로 도시 환경 설계를 통해서 범죄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인데 1960년대 미국 정부가 처음 도입했고, 뉴욕에서도 이 기법을 응용해서 치안 상황 개선에 큰 성과를 거둔 바 있다.
 1990년대 뉴욕의 지하철역은 차마 눈뜨고 보기 힘들 정도였다고 한다. 발 디딜 수 없을 정도의 각종 쓰레기와 오물이 넘쳐났고, 지하철 벽면은 흉측한 낙서로 도배되는 등 무질서가 판을 쳤고 강력범죄 발생률이 높아 관광객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지하철 사용을 기피했었다.
 하지만 기존의 경찰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깨닫고 과감하게 지하철 환경정비를 실시했고 뉴욕은 가장 위험한 도시에서 안전한 도시로 탈바꿈할 수 있었다.     

 이런 사례들은 사실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어두운 밤길을 밝히는 가로등과 골목길에 설치된 CCTV, 밖에서 내부가 보이는 투명한 승강기 등이 셉테드를 응용한 도시환경 설계라고 볼 수 있다.
 사실 번개시장에 울산 1호 셉테드 설치의 이유가 있었다. 번개시장이 위치한 야음동 일대는 울산화학 공단 지역과 가까워서 외국인 근로자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어서 기초질서 위반 사례가 빈번했다. 게다가 재개발지역이 많아 공·폐가가 방치되어 있는 집도 많아서 주요범죄가 발생한 전력이 있어서 범죄예방을 위한 환경개선이 절실했다.
 2015년에는 교육부가 추진하던 셉테드 시범학교로 학성고등학교가 선정되었다. 일탈 사각지대였던 담장을 없애고 그곳에 텃밭을 가꾸기 시작했다. 낡은 담장이 사라지고 텃밭이 개방되면서 교사와 학생들이 수시로 드나드는 새로운 공간으로 거듭난 바 있다.
 또 남구의 범죄취약지역 8곳에는 로고젝터를 설치했다. 로고젝터는 이미지 글래스에 LED를 투사시켜서 바닥에 이미지를 비추는 일종의 빔프로젝트로 야간에도 메시지 전달 효과가 뛰어나 범죄예방장치로 이용되고 있다. 이 장치를 활용해서 방법용 CCTV가 설치되어 있다는 안내 문구와 방법 순찰 구역임을 알리는 문구와 각 장소의 범죄특성을 분석해 성범죄, 강·절도, 학교촉력 예방 등의 내용을 담은 메시지로 잠재적 범죄를 차단하고 시민들의 야간 보행시 시야 확보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셉테드나 로고젝터 등을 설치하는 것은 범죄 예방뿐만 아니라 범죄에 따른 사회 경제적 비용 절감이나 범죄에 대한 두려움 감소로 안전에 대한 행복지수가 상승 되는 등의 다양한 효과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널리 이용되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구체적인 기본 모법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 남구에서는 셉테드와 관련된 조례를 추진 중이다. 참 반가운 소식이다. 앞으로 조례를 통한 도시 계획에 적극 활용되길 바란다. 주거취약지역도 범죄 가능 요소를 최소화할 수 있다면 반가운 일이 아니겠는가. 또 이를 위해서는 지역주민도 함께 참여해 안전한 범죄예방 환경 조성에 노력해야 할 것이다. 주거환경이 안전해야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그리고 국민이 행복해야, 행복한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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