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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속에서 초록 괴물이 나타나면 어쩌죠?"
 네 살 난 딸애가 겁먹은 얼굴로 물었다. 동화책에서 읽은 초록 괴물이 무서운 걸까. 아동심리학에 따르면 20개월부터 아이는 스스로를 인식하면서 자신의 왜소함과 취약성을 깨닫고 상상 속 위험에 더 큰 두려움을 느낀다고 한다. 그것은 어둠, 커다란 개, 괴물, 유령 등으로 인식되고 아이에게 끝없는 공포와 두려움을 준다.
 심리학에 따르면 괴물은 무의식에 자리한 또 다른 자아라고 한다. 그것은 숨겨진 욕망이거나, 어두운 탐욕, 비겁한 이기심일 수도 있다. 동화 속 이야기들은 괴물을 물리치는 내용이 많다. 왕자가 용을 물리치거나, 한 소년이 나쁜 괴물을 혼내주는 이야기는 인류가 수천 년간 내면의 괴물(욕심, 이기심, 타락 등)을 물리치고 진정한 자아를 찾아내는 지혜를 은유적으로 풀어낸 것이다.
 그런데 주인공이 괴물을 물리치는 것이 아니라 괴물의 왕이 된다면 어떨까? 유쾌한 전복을 보여주는 동화, '괴물들이 사는 나라'이다.


 이 책은 말썽꾸러기 사고뭉치 맥스가 엄마에게 꾸중을 듣고 "내가 엄마를 잡아먹어버릴 거야 "라고 말을 받아치며 시작한다. 이토록 제멋대로인 주인공이 있었을까. 작은 악동 맥스는 씩씩하게 집을 나가버린다. 맥스는 배를 타고 괴물들이 사는 나라에 도착한다. 이 작은 꼬마는 겁도 없다. 이야기 속에 나오는 온갖 무섭고 괴상한 괴물들이 잡아먹으려 하는데도, 조용히 하라며 호통을 쳐서 괴물들을 제압해버린다. 괴물들은 맥스를 괴물의 왕으로 떠받들고, 맥스는 괴물들과 축제의 장을 벌인다.
 맥스는 어른들 말도 안 듣고, 사고뭉치지만 괴물들마저 부릴 정도로 무적이다. 무엇이든 마음대로 할 수 있고 나쁜 짓도 맘껏 할 수 있는 괴물들의 나라에서 괴물의 왕이 된 맥스는 신나게 논다. 하지만 맥스는 집이 그리워져 괴물의 왕 자리도 내팽개치고, 미련 없이 돌아선다.


▲ 권은정 아동문학가
 어린 시절 공포였던 괴물은, 어른이 되면서 우리 마음속의 괴물이 되어 끊임없이 공격해온다. 괴물과의 싸움에서 지면, 범죄를 저지르거나, 자신을 피폐하게 만들거나, 타인을 상처 입힌다.
 괴물들이 사는 나라는 그림책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현대인의 마음속에는 누구나 괴물이 살고 있다. 누구는 괴물을 숨기기에 급급하거나, 괴물과 치열하게 싸우거나, 사람이 아닌 괴물로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유혹적인 괴물의 왕관을 찾아 괴물들의 나라를 헤매는 어리석은 어른들이 현실에는 너무도 많다. 미련 없이 괴물의 왕관을 던지고 집으로 돌아온 맥스처럼, 그들도 탐욕과 이기심의 괴물을 이겨내고 진정한 자신을 되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권은정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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