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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에서 가관이란 말을 자주 쓴다. 본래의 의미로는 볼만하다는 뜻으로, '설악산 단풍이 가관이다'와 같은 감탄의 뜻이었는데 언제부터 정반대로 뒤바뀌어서 구경거리가 될 정도로 우습고 창피하도록 어울리지 않을 때 쓰는 말이 되어버렸다.

 며칠 전 신문을 읽다가 그만 '어! 이건 아닌데…' 하고 놓아버린 적이 있었다. 거기엔 참으로 가관스런 일이 기사로 실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시조시인 외솔의 업적을 기리는 문학상을 제정하고 매년 시행한다는 것이다. 선의에서 좋은 일을 한다는 사람들을 격려는 못 할지언정, 재는 뿌려서는 안 되고 잘못하면 오해를 사게 될 일이겠지만 결코 그런 것은 추호도 없을 뿐 아니라 시조시인이 어때서 폄하한다는 소리를 한다해도 할 수 없다. 결코 그런 마음으로 글을 쓰지는 않을 터이다.

 생각해보자. 산중왕인 호랑이를 토끼로 표현하는 잘못은 있을지언정, 평생을 한글연구에 몸을 바쳐 민족의 얼인 우리말 우리글을 다듬어 놓으시고 자나 깨나 나라사랑을 몸소 실천하며 조국의 소중함을 일깨우다 가신 우리 고장의 큰 인물 외솔 최헌배 선생. 위대한 민족의 스승을 한 시조시인으로 깎아 내리다니 이게 말이 될 소린가?

 시조시인을 폄하해서가 아니다. 시조는 문학의 한 장르이다. 문학은 스스로 자신의 노력으로 훌륭한 작품으로 남의 인정을 받는 것이다. 뛰어난 시조를 써서 남을 감동시킨다면 그것이 곧 시조를 선양하는 길이다. 우리 한국 문단에서 서울이나 지방에서 간혹 특정한 사람이 손쉽게 다룰 수 있는 몇몇 사람과 또는 사회적으로 명망 있는 인물을 포함시키고는 일개 동아리에 불과한 단체를 한국이나 대한민국이란 거대한 명칭을 내세우다가 전국의 문인들로부터 입신양명을 위한 망동으로 비난받고 그 지역과 그 회의 일원이 된 사람에게까지 욕을 먹게 한 일이 종종 있었다. 그런 사실들이 이제는 사라질 찰나에 있다. 그런데 뒤늦게 느닷없이 그런 쪽으로 생각하도록 오해를 받는 일을 하다니 참으로 한심스럽기만 할 뿐이다. 설령 외솔선생께서 짬을 보아 시조를 쓰고 남겼다 하더라도 시조시인으로 단정해버리고 그것을 기자들에게 보도자료를 돌렸으니 그 인격을 믿고 깊이 생각할 사이도 없이 기자들은 기사화했을 것이다.

 문학상 운영위원회도 그렇다. 명단에 오른 위원 대부분이 조르면서 찾아오고 졸라대니까 반승낙을 했다한다. 다시 말하건데, 외솔선생을 시조시인으로 가져다 붙이는 것은 아무래도 가관스런 일이고 외솔선생을 욕되게 하는 일이다. 한국이란 말을 단체명에 넣고 입신양명으로 활용하려 한다는 오해를 받기 십상이다. 또, 진정 시조를 선양하고 큰 인물을 뽑아야한다면 불후의 시조를 남긴 충무공 이순신장군으로 하고 예산도 정부에서 받고 시조시인 이순신을 기린다면 될 일이다. 그런데 왜 시민의 혈세를 넘보려 하는가. 참으로 안타깝게 가관스런 일이 아닌가?

 외솔선생은 울산의 자랑이자 대한민국의 귀중한 자산이다. 선생을 기리기 위해 시작된 한글 축제가 지난해는 더 알차고 풍부하게 진행됐다. 지난해 10월 외솔 최현배 선생 탄생 122돌을 기념하는 '2016 한글문화예술제'는 중구 문화의 거리 일원에서 열렸다. 훈민정음, 독립신문 등 한글을 대형 조형물로 표현해 한글의 탄생에서부터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보여줬고 문화의 거리 갤러리에서는 한글 문방사우전 '책이 만들어지다'와 한글 서예작품전시, 한글작품전, 옹기에 담은 외솔 어록전 등 다양한 예술 형태로 표현한 한글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었다. 어린이들의 청아한 화음을 선보이는 한글사랑 합창제, 외국인 대상으로 한글과거시험 재현행사도 열렸다. 특히 외솔기념관에서는 '문자가 살아있다'는 주제로 문자들의 생성에서 발전, 소멸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세계문자특별기획전시회'가 열려 호응을 받기도 했다. 무엇보다 원도심 일원에서는 500여 명으로 구성된 대규모 한글사랑 거리행진은 울산이 외솔 선생의 고향임을 전국에 알리는 행사였다. 지난해 한글축제를 다시 거론하는 것은 바로 선생의 정신과 업적을 기리고 선양하는 일은 본질에 충실해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달라는 당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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