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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에 배웠던 수학과목을 기억한다면 '확률'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아마도 동전이나 주사위, 주머니 속 구슬, 카드 등을 떠올릴 것이다. 수학 문제로 빈번하게 등장하는 동전던지기는 앞·뒷면의 확률이 각각 1/2이고 주사위는 각 면이 1/6의 확률을 가진다. 구슬이나 카드는 분배 방법에 따라 확률이 달라지지만 단위확률이 고정적이라는 점은 같다.

 이처럼 미리 주어진 확률을 가지고 논리적 추론을 통해 알아내는 확률을 수학적 확률이라 부른다. 확률론은 17세기 프랑스 수학자 파스칼로부터 시작했다고 알려져 있는데 한 도박사가 그에게 도박으로 딴 돈을 공정하게 분배해 달라고 요청한 데서 출발하였다. 카드놀이와 같은 도박은 경우의 수(패)가 유한하여 그 발생 확률이 고정적이다. 초기 확률이론은 이처럼 수학적 확률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집중하였다.

 하지만 우리 주위의 일상에서 벌어지는 온갖 사건은 그 발생 확률을 정확히 계산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가 1/2의 확률이라고 믿는 동전던지기조차도 실제로는 동전의 미세한 굴곡에 의해 앞면과 뒷면이 동등한 비율로 나오지 않는다. 따라서 수많은 반복 시행을 통해 근사적으로 알아보는 방법으로 확률을 정의하였는데 이를 통계적 확률이라 한다.

 통계적 확률과 관련한 이론적 배경으로 큰 수의 법칙을 들 수 있다. 이 큰 수의 법칙에 따르면 관찰 횟수를 증가시킬 때 어떤 사건이 발생하는 비율은 특정한 값-통계적 확률-에 근접한다. 이 사실은 우리가 경험적으로 잘 알고 있다. 가령 제품의 불량률을 파악할 때 샘플의 개수가 많을수록 보다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거나, 개개인의 수명은 제각기 다르지만 많은 사람에 대해서 장기간에 걸친 자료를 살펴보면 인간의 평균수명과 각 연령층에서의 사망자의 비율이 거의 일정한 값으로 수렴하는 것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달무리가 지면 비가 온다는 식의 날씨와 관련한 여러 속담 또한 축적된 과거의 경험을 통해 향후 날씨를 예측하는 대표적인 예이다.

 통계적 확률은 현대에 들어와서 보다 추상적인 개념인 공리적 확률로 그 정의가 바뀌었지만 현재의 우리에게 중요한 점을 시사하고 있다. 바로 실험과 관찰을 통한 조사의 필요성이다. 만일 우리가 몇 가지 이론으로 주위 현상을 모두 설명할 수 있다면 수학적 확률만으로도 주위 현상을 설명하기에 충분할 것이다. 그렇지만 실제 세상에서 벌어지는 온갖 다양한 사건들은 불확실하면서도 가변적인 원인에 근거하고 있다. 그러므로 하나의 사건을 몇 가지 근본 원인으로 모두 설명하려는 시도 대신 이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에서부터 논의의 출발점을 잡는 일이 불가피하다. 그리고 그 결과를 알아내려면 실험과 관찰이 필수적이다.

 통계청이나 다른 여러 기관에서 실시하는 통계조사에도 이와 같은 실험·관찰의 사고가 기저에 깔려 있다. 옛날에는 국왕과 신하들이 돌아다니면서 백성들의 생활상을 직접 육안으로 살펴보기도 하였으나 이제는 보다 객관적이고 분명한 근거자료를 수집하여 정책과 사업을 추진하는 시대로 변화하였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조사 자료가 진실해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불성실한 조사에 기초한 자료는 아무리 많아도 실제와 맞지 않는 결과가 도출될 뿐이다.

 특히 사회조사 및 여론조사 기관에서 실시하는 통계조사의 경우에는 사물이 아닌 사람을 상대하므로 응답자가 질문을 인지하는 과정에서, 또는 응답자의 심경 변화에 따라 부정확한 자료를 수집할 가능성이 보다 높다. 그러므로 통계조사에 응하는 개개인의 성실한 응답이 현재를 정확히 진단하고 미래를 올바로 예측하기 위한 출발점임을 인식하고 각종 통계조사에 정확하게 답변해 주시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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