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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가 풀 뜯는 낮은 언덕 위에 종이 한 장이 살짝 걸쳐있다. '아니! 저 동산에 웬 종이가 걸려있지? 뭐지! 호기심이 발걸음을 옮기게 한다. 푸른 하늘에 바람이 불어 종이를 언덕에 걸친 것도 아니고, 언덕에 걸릴 만큼 큰 종이가 있는 것도 아닌데… 등등 어처구니없는 생각까지 한다. 가까이 가서보면 종이가 아니라, 거대한 미술작품이 눈앞에 서있다는 걸 알게 된다. 생김새는 아주 간단하다. 둥근 파이프 몇 개와 타공철판 몇 장으로 구성한 것이다. 크기가 거대해서 그렇지 장대하게 제작한 느낌은 아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주변 환경을 재미있고 즐겁게 만든다는 것이다.

 뉴질랜드 작가 네일 다우손(Nail Dawson)이 설치한 작품으로 크기가 30m가 넘는다. 그는 우리에게 약간 생소하지만 호주와 뉴질랜드 그리고 유럽에서는 꽤나 알려진 작가이다. 하늘에 둥근 공을 달아 마치 달이 떠있거나, 거대한 깃털을 철로 제작해 설치한 작품도 있다. 가끔 무언가를 상상하게 만드는 재치있는 작품을 발표해서 풍경을 바꾸어버린다. 그것도 아주 재미있게 말이다.  


▲ 네일 다우손, 수평선, 철에 도색, 1,500×1,000×3,600cm, 1994, 뉴질랜드 카이푸라 농장에 설치.

 예술이 존재하는 목적 중에 하나는 우리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이다. 음악을 듣고, 영화를 보고, 미술작품을 감상하는 것들은 따지면 즐기자고 하는 일이다. 재미없는 일은 돈주고 하라고 해도 잘 안한다. 반대로 자신이 재미있다고 느끼는 일에는 돈을 들여가면서 열심히 한다. 우리의 엔도르핀을 치솟게 만드는 것이다. 즐겁다(快)는 것은 단순히 감정이 흥겨운 것만을 말하는 게 아니다. 기쁘거나, 슬프거나, 화나는 감정을 느낀다는 것은 마음이 제대로 작동한다는 것이다. 이런 감정을 느끼지 못하면 그 마음에는 분명히 문제가 있다. 그래서 감정을 적절하게 느끼고 그것을 해소하면 소위 카타르시스라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무언가 얹혀있던 것이 쑥 내려가는 느낌, 마음이 정화가 되는 느낌 같은 것이다. 예술이 우리에게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래서 좋은 연주회에 가고 훌륭한 미술전시회에 가는 것이다. 

 그런데 가끔 착각한다, 문화를 좀 안다는 사람들이. 심오한 무언가가 있어야, 알 듯 모를 듯 말이나 행동을 하거나 이상한 표시들이 있어야 예술이라고 말이다. 예술에는 심오한 것은 없다. 다만 자신만의 화법이 있을 뿐이다. 그 화법을 예술은 무거운 삶의 주제나 사회철학을 말해야 하는 것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어떤 때는 저속하거나 가볍게 보이게 하는 경우도 있다. 그 화법이 무엇이든 간에 우리 감성에 닿지 않으면 그것은 예술이 아니라, 척하는 가짜이다. 세상에 좋은 작품으로 평가받는 작품은 철학도 사회에 대한 메시지를 표현 것도 있지만, 아주 난해한 것은 없다. 그 예술가의 화법만 안다면 말이다.
 아주 건방을 떠는 말이지만, 훌륭한 예술가의 작품은 어떤 면에서는 평이하다고 말해도 될지 모르겠다. 예술가가 말하는 것이 우리의 감성을 건드리면 그때는 차원이 다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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