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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 대출을 미끼로 서민들을 속여 거액을 가로챈 보이스피싱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에게 속아 통장을 개설해 건넨 회사원이나 학생도 무더기로 입건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피해자들에게 무작위 전화를 걸어 "대출을 받으려면 보증보험료 등 각종 수수료를 먼저 입금해야한다"고 속여 30만원부터 2,000만원까지 입금 받은 뒤 이를 가로챈 혐의다.

또 이들은 "제3금융권에 대출을 알선해 줄테니 대출금액을 우선 입금하면 신용등급을 올려 대출해주겠다"거나 "대출을 위해 신용조회 기록 삭제 비용이 필요하다"는 등의 핑계로 돈을 가로챘다. 이들에게 속아 대포통장을 개설한 뒤 이를 건넨 79명도 불구속 입건됐다. 이들은 통장을 하나 만들어 빌려주면 매월 250만원을 주겠다는 전화를 받고 통장을 개설해 이들에게 건넸다고 한다.

이후 피해자들은 "전화대출사기단에 대포통장을 제공한 혐의로 조사를 받아야 한다"는 경찰 통보를 받았다. 통장을 건넨 이들은 대부분 평범한 회사원이나 대학생, 주부 등으로 자금세탁을 도와주면 수백만원을 주겠다는 말에 속아 자신의 통장을 이들 조직에게 건넨 사례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대출사기에 쓰일 줄 몰랐다고 하더라도 자금세탁이라는 불법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모두 입건됐다"고 말했다. 이번에 적발된 대포통장 피해자들을 볼 때 우리 사회에 얼마나 많은 대포통장이 유통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대포통장은 통장의 실사용자와 명의자가 다른 통장인데, 사기범들이 계좌이체 등을 위해 필수적으로 동원하고 있다. 대포통장이 금융범죄의 숙주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금감원도 이런 문제점을 인식해 2012년 '대포통장 근절 종합대책'을 내놓은 데 이어 지난해에는 대포통장 과다발급 금융사를 점검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대포통장이 줄기는커녕 계속 늘고 있다. 연간 5만여개의 대포통장이 범죄에 이용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서민과 노년층을 울리고 금융기관에 대한 신뢰를 허무는 전자금융사기를 근절시키려면 대포통장부터 차단해야 한다. 대가성이 입증돼야만 명의제공자를 벌할 수 있는 솜방망이 법 규정부터 고쳐야 한다. 통장을 사고 파는 행위는 물론이고, 대여하는 행위, 대포통장 모집광고 행위까지도 엄중히 처벌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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