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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발 벗고 따라가도 일본국민을 못 따라잡는 몇가지란 책이 있다. 서점에 들려 제목에 호기심이 생겨 얼른 사오게 된 책이다. 책장을 넘기면서 무엇이 몇가지일까? 하면서 아마 친절성이겠지 하고 여겼던 것이 그대로 적중한 것이었다. 2차 세계대전의 패전국 일본이 맥아더장군의 주둔군을 친절 하나로 완전히 사로잡아 버림으로서 국익에 큰 도움이 되었다는 말이 있듯이 일본은 세계사에 침략국이란 나쁜 인상을 가진 나라이다. 그 나쁜 인상을 국민의 친절성이 커버하여 살기 좋은 아름다운 나라가 되었다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한 나라의 경우가 이럴진데 한 도시의 경우는 어떻겠는가? 과연 울산시민들은 울산방문의 해를 맞아 마음속으로 찾아오는 외래손님들을 친절하고 따뜻하게 대할 생각을 잊지 않고 있을까? 아니 시민들이야 원래 이름난 "경치도 좋지만 인심도 좋구요" 라는 울산아가씨 노래의 구절처럼 그 몫을 다할테지만 도시의 얼굴인 영업용 택시들은 교통문화가 엉망이란 혹평을 쏟아내게 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생기고 있다.

 모든 일상이 친절로 시작하여 친절로 끝나는 곳이 일본임을 직접 실감하게 되는 것에서 택시기사들의 친절한 모습이 도시의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가 된다는 것을 보아온 우리가 우리의 교통문화를 돌아보지 않을 수 없게 하는 것이다.

 이미 많은 시민들이 알고 있듯이 부르미란 장애인을 위한 콜택시가 있다.내가 아는 타도시의 지인들의 말을 빌리면 어떤 곳은 장애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장애인의 열불을 돋우게 하는 것이란 소리를 듣곤 하지만 필자가 느끼는 울산의 '부르미'는 그렇지 않다. 친절하기로 말하면 관광도시인 제주나 경주와 같이 손님에게 최선을 다하고 있으면서 또 하나 울산의 자랑거리가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부르미의 운영이 날로 더 발전되고 있어 그 이유를 알아보았다. 종사자들의 말에 의하면 회사에서 '친절'을 특별히 강조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울산 신문이 올해 연중기획으로 내걸었던 어쩌면 전 시민의 바람인 '친절한 울산 만들기'를 가장 먼저 실천하는 곳이 부르미회사인 셈이다. 칭찬 받아 마땅한 일이 아닌가? 장애인을 고객으로 일하는 곳이 응당 그래야하겠지만 타 지방에 비해 모범을 보인다는 것이 고맙기만 하다.

 한달이 지난 얘기다. 부르미의 영업시간이 지나서 운행 되지 않을 때 남구 달동에서 모임을 마치고 중구 성안동으로 오기 위해 일반 영업용 택시를 타게 되었다. 뒷좌석의 창문이 열려 있어 찬바람이 싸늘하게 들어와 "문을 좀 닫아주세요!"하고 말을 했다가 호되게 꾸중과 무안을 당하고 말았다. "오바까지 입고 있으면서 문을 닫으라고 하니 더워서 나는 어떻게 하요!" 하면서 창문을 훽 닫아버리는 성깔을 부리는 것이었다. 별안간 열불이 나고 정말 머리 뚜껑이 열릴 듯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러나 다음엔 또 무슨 소리가 나올지 몰라 억지로 입을 다물고 돌아오게 되었다. 기가 막힐 일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화를 느끼고 수모를 당한다 해도 이것이 울산의 일반 영업용 택시의 실상이다. 이렇게 어물전의 꼴뚜기처럼 망신시키는 것과 같은 택시를 돈을 주고 타야하는 시민으로 살아야하나?…에 느꼈던 자괴감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새마을운동이 한창일 때 새마을 방송의 콘테스트에 출품할 작품 제작을 위해 일본의 MK택시회사를 취재하고 온 적이 있었다.

 택시회사 하나가 그 넓은 일본 열도에서 최고의 도시 브랜드가 되는 것이 너무나 감동적이었다. 그때를 생각하면서 울산신문의 '친절한 도시, 울산을 만듭시다'가 범시민운동으로 번졌으면 하는 생각과 친절한 울산 만들기에 벌써 앞장서 달리고 있는 장애인 콜택시 부르미에 찬사를 드리고 또한 울산의 일반 영업용 택시가 부르미만큼만 해주었으면…. 그래서 울산 방문의 해인 올해뿐만 아니라 영원히 도시의 품격을 올리는 역할을 해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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