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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흔한 오해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2017년 03월 15일 (수) 19:52:58 울산신문 webmaster@ulsanpress.net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성적 모욕 그림에 대해 '표현의 자유'라는 주장들이 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대해서 야당은 예술과 사상의 자유를 보호하는 법안을 만든다는 방침이다. 표현의 자유는 언론의 자유와 함께 민주주의의 본원적 요소로 인식되어 왔다. 진보적 인사들은 '언론과 표현의 자유가 없으면 민주주의도 없다'고 단언한다.

 과연 그런가. 모범적 민주주의 국가인 영국에서는 여왕의 하야를 주장하면 법에 저촉된다. 실제로 최근에도 처벌된 사례가 있다. 인권과 민주주의의 상징인 미국의 링컨 대통령은 노예제 폐지를 비판하는 언론들을 무자비하게 탄압했다. 당시 미국의 연방대법원은 노예제를 합헌으로 판결한 상태였다. 하지만 오늘날 누구도 링컨 대통령을 독재자라고 하지 않는다.

 언론의 자유를 자연권적 기본권으로 본다면 언론에는 '공정성'이라는 개념을 설정할 수 없다. 사상과 표현의 자유가 공정성을 요구하지 않는 것처럼, 언론에도 공정성이라는 잣대를 들이댈 이유가 없는 것이다. 누구나 저마다 옳다고 생각하는 바를 말하면 되는 것이고, 무책임한 의혹을 제기하고 이를 널리 퍼뜨려도 문제될 것이 없다. 진실에 침묵하는 행위도 부작위할 자유에 속한다.

 자유주의 언론관은 언론에 자유가 허용된다면 대다수가 진실에 침묵하더라도 누군가는 진실을 말하려 할 것이고, 무책임한 의혹을 반박하는 주장들도 등장할 것이라 생각한다. 따라서 인간은 이성적 존재이므로 자유로운 주장과 표현들이 공론화를 통해 무엇이 진실인지 밝혀진다는 생각이 공리주의를  배경으로 하는 이성적 자유주의자의 낙관이다.

 그 대표적인 철학자가 <자유론>의 저자 스튜어트 밀이었다.
 MBC PD수첩의 광우병 보도는 수많은 다른 언론사들로 하여금 과장과 날조, 허위의 융합적 상승을 가져왔다. 스튜어트 밀의 주장처럼 언론에 자유가 있다면 광우병에 대해서 신뢰할 만한 주장이 경쟁사인 KBS나 SBS에서 나오지 못한 이유는 무엇인가. MBC 내에서는 PD수첩 제작팀과는 다른 의견을 가진 기자나 PD가 한 사람도 없었으며, KBS에서도 그랬다는 것은 언론의 자유가 진정으로 합리적 이성의 공론을 가져오는지에 대해 회의감을 느끼게 한다.

 세월호 보도는 어땠는가. '학생전원구조'라는 오보를 처음 낸 MBN 기자를 비롯해 메이저 언론들은 팩트를 구조 책임을 지고 있는 해경이나 상황본부를 통해 확인하지 않고, '전원이 구조되었단다'고 강당에서 말한 학부형의 주장을 '신뢰할 만한 근거'로 삼았다. 담당 데스크 역시 그렇게 올라온 상황 보고에 대해 공식 확인 여부를 체크하지 못했다는 점도 지적된다.

 단순한 속보 경쟁의 문제점으로 치부하고 넘어가기에는 기본이 안 되어 있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그렇다고 해서 이후에 이 문제에 대한 공론적 반성이 있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그만큼 한국 언론의 자성력은 너무나 빈약한 것이 진실이다. 많은 국민들과 언론학자들은 한국 언론의 맨 낯이 '수준 미달'이라는 점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런 문제는 한국에 언론의 자유가 부족해서 발생하는 현실일까.

 세월호 사건 당시 대통령이 유부남과 7시간 동안 바람을 피고 있었다는 식으로 언론들이 보도해도 문제가 없었으며, 권력의 핵심인 청와대에서 KBS 보도국장에게 '살려달라'며 해경구조에 대한 왜곡보도에 대한 시정 요청을 해도 묵살이 가능한 나라였다. 세월호 보도 참사가 언론자유가 없어서 일어난 사건이라고 주장할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한 나라의 국민은 그 국민의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갖는다는 말처럼, 그 나라 국민의 수준은 그 나라 언론의 수준을 결정한다고 볼 수 있다. 정치와 정책의 수요자인 국민의 효용이 정치와 정책의 수준과 내용을 결정하는 것처럼, 언론 역시 수용자의 수준이 공급의 질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언론에 대한 국가의 정책 방향이 이율배반적이라는 사실이다.

 즉 언론에 자유를 부여하면서도, 언론시장을 규제하는 정책은 확고하다. 언론에 자유와 책임을 함께 부여하는 방법은 언론인과 언론사 스스로 시장을 차별화해서 고급 저널리즘의 트리클다운 효과로 전체의 수준이 높아지는 시장원리를 도입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할 수 있다. 그렇게 하려면 현재 언론사들의 자본 규모가 더 커져야 하고, 광고시장의 확대가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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