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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아산(峨山)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16주기를 맞아 범 현대가가 한자리에 모였다. 정 명예회장 제사는 2015년까지 서울 종로구 청운동 정 명예회장 생전 자택에서 지내왔으나 작년에 처음으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서울 한남동 자택에서 지낸 데 이어 앞으로도 정몽구 회장 자택에서 지내기로 했다.

현대중공업도 울산 본사 내 체육관에 분향소를 마련하고 권오갑 현대중공업 부회장, 강환구 현대중공업 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추모식을 가졌다. 전남 영암에 있는 현대 삼호중공업도 분향소를 마련하고 추모식을 가졌고 현대오일뱅크 충남 대산 공장에도 분향소를 설치했다. 울산 경제가 위기의 상황에 빠져들고 현대중공업 역시 구조조정에 노사분쟁까지 바람 잘 날이 없는 상황에서 아산의 기업가 정신은 새삼 빛나고 있다. 아산의 정신은 도전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는 것이 출발이다.

그의 유명한 '이봐, 해봤어?'라는 한마디는 청년들에게 심장을 뛰게 했고 여전히 창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화두가 되고 있다. 아산은 보통사람에겐 무모해 보이는 일에 뛰어드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아산을 비롯한 창업 1세대가 활동하던 시기에는 시장의 기본 인프라가 채 형성되지 않았다. 하지만 도전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고 끊임없이 새로운 세계로 뛰어드는 의지가 오늘의 한국 경제를 만들었다. 하지만 지금 한국경제는 성장축인 수출·제조업이 뒷걸음질하면서 특유의 활력을 잃었다.

그 틈에 중국은 가공할 기세로 한국 주력산업을 따라잡고 있고, 미국·일본 등은 프리미엄 시장에서 격차를 벌려가는 추세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으려는 도전과 혁신이 필요하지만, 한국의 기업가정신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중하위권에 처져 있다. 아산의 스타일을 지금 그대로 적용하긴 어렵지만,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갔던 '이봐, 해봤어' 정신은 이 시대에 더 유효하다.

아산의 성공신화는 숱한 실패를 딛고 이룬 것이다. 당장 현대중공업만 해도 창사이후 최대 위기라는 진단이 나와 있다. 아산의 기일을 맞아 새삼 아산이 그리워지는 이유는 위기에 대한 인식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 때문이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아산정신을 다시 한 번 되새기고 미래를 향한 노정에 나서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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