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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하나가 아니다
김진영 편집이사 겸 국장
2017년 03월 26일 (일) 18:40:19 김진영 cedar@ulsanpress.net
   

글은 어떤 이야기를 담느냐에 따라 엄청난 위험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행이불언이고 불이언행이라 했던 공자의 경계도 말이 가진 위험성을 경고한 명언이다. 대통령이 탄핵 당하고 3년을 바다밑에 가라앉았던 세월호가 모습을 드러내는 봄날, 필자는 또 부질없는 글쓰기를 시도하고 있다.

 대통령 선거가 장미가 피는 계절에 치러지기에 장미대선이라 낭만적인 포장을 했지만 우리 대선은 결코 낭만적이지 않다. 예비후보가 무려 18명이다. 직업에 귀천이 없고 참정권에 차등이 없다고 명문화 된 구절은 있지만 현실은 분명 경계가 있다. 개나 소나 다나온다는 이야기도 나올 법한 현실이다. 어디 그 뿐인가. 정치를 업으로 삼는 이들은 마지막 대선 구도가 결국엔 좌와 우, 진보와 보수의 결집으로 정리돼 1대1의 맞짱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가능한 선명성을 부각하려고 아침마다 넥타이 끈을 조으고 있다.

 꽃 피는 계절, 4월이 코앞이다. 흐린 주말이지만 강변엔 이름모를 꽃들이 구름사이로 비집고 나오는 햇볕 한움큼이라도 제 것으로 만들려고 분주하다. 잎을 곧추세우고 뿌리를 한껏 뻗어 땅 속의 수분을 끌어당기는 힘겨움이 햇살아래 웅성거린다. 꽃잎 하나 피우기도 저런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판에 대권을 향한 몸부림이야 미추의 개념을 초월하는 것이 어쩌면 자연스럽다. 하긴 굳이 목표점이 대권이 아닌 이들도 있다. 그저 이런 난장에 잠시 목소리를 높여 존재감이나 확보해야 하다는 졸렬한 인사들 말이다.

 존재는 대게 움직여야 인정받을 수 있다는 착각을 한다. 그래서 졸부들은 동사를 좋아한다. 작부가 형용사를 좋아하는 이치와 같다. 꾸미고 분칠하고 뿌려야 존재가 그럴듯해진다는 천박한 생각이 외치고 부라리고 달려야 자신을 알아줄 거라 믿는 졸렬함과 한통속이다. 

 한 친구가 있다. 잊을만 하면 언론의 주목을 받는 폴리페서다. 좌익으로 몰렸다가 아예 빨갱이 취급도 당했지만 당당하게 학자의 길로 걸었다. 그가 툭툭 던지는 한마디는 SNS를 타고 수십만이 반응하는 명사가 됐다. 그가 가끔 세상에 말을 건넨다. 진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말은 명쾌하고 투명하다. 그런데 현상만 있다. 내용은 빼버리고 현상만 던지는 말이 그의 주무기다. 그래도 사람들은, 아니 팔로워들은 열광한다.

 우리는 하나다. 한민족이라는 이름으로 배달의 기수라는 이름으로, 반만년 역사의 정통성이라는 걸개로 우리는 하나다. 그래서 대체로 그 친구의 현상적인 세상읽기에 긍정의 시선을 보내려고 한다. 좌든 우든, 진보든 보수든 결국은 함께 잘 살아 보자는 기본이 깔려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그런데 이 믿음이 깨졌다. 지난 가을, 한 언론의 특종이라는 테블릿 피씨의 폭로 이후 일련의 흐름이 그 이유다. 폭로가 나오자 냄비근성의 대한민국 언론이 민낯을 드러냈다. 특종을 한 그 방송보다 더 폭발력 있는 특종을 찾아 쓰레기통을 뒤졌다. 4년 남짓의 정권이 방치한 오물들이 비리와 적폐의 이름으로 광화문에 진열됐고 급기야 정권을 쫓아내고 만세를 불렀다.

 이명박이 만든 종편은 놀라운 진화를 거듭했다. '말초를 자극하고 어렴풋한 것들을 무한 반복하라'는 괴벨스의 군중심리가 종편의 성장촉진제가 됐다. 실로 엄청난 반전이다. 존폐의 위기도 있었고 무용론도 비등했지만 박근혜 정부의 침몰과 함께 대한민국 종편은 주류 언론으로 부상했다. 연예인 급으로 분장한 패널들이 오 엑스의 팻말을 들고 박근혜가 구속된다 안된다를 거수로 표시한다. 정치가 오락물이 됐고, 일부는 낄낄거리고 일부는 채널을 돌린다.

 종편정치의 서막은 충격적이었지만 그럴 수 있다. 기획된 작품이든 아니든 빌미를 제공한 쪽은 입을 다물어야 한다. 문제는 촛불이다. 노무현 자살이후 광화문은 촛불광장이 됐다. 촛불은 뇌물죄로 조사를 받다 자살한 전직대통령을 영웅으로 만들었고 성격장애가 있는 여성대통령을 청와대에서 쫓아내 가택연금시켰다. 하기야 이미 미국소를 미친소로 만들어 이명박이 청와대 뒷산에서 아침이슬을 부르게 한 이력도 있다.

 유력한 대권주자인 문재인 씨는 이 촛불을 두고 아낌없는 헌사를 이어가고 있다. 촛불이 곧 법이며 그 정신에 위배되는 어떠한 것도 용납할 수 없다는 논리다. 미친소에 대한 건강한 식생활의 권리를 표현한 시민들의 정서가 촛불이었고 박근혜가 만든 왜곡된 국가의사결정 구조에 대한 반감의 정서가 촛불이었지만 문 씨는 이를 상징화하고 우상화한다. 아마도 노무현을 영웅으로 만든 촛불이기에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한 정치공학적 수사로 보인다. 미화와 우상화를 게을리 하면 문빠의 전신인 노빠를 소홀히 하는 결과가 되고 이는 곧 뇌물죄로 자살한 대통령과 한 배를 탔던 과거가 촛물처럼 흘러 내릴 수 있다는 두려움인지도 모른다. 허공에 뜬 맑고 투명한 보름달이 겁난 개는 온힘을 다해 하늘을 보고 짖어대는 것도 두려움 때문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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