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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푼 꽃 주머니를 여느라 여기 저기 봄꽃들이 신났다. 봄꽃처럼 신난 게 또 있다.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1학년들이다. 가족적인 인간관계를 넘어 세상과 소통하는 첫 사회생활이 신기하면서도 긴장이 될 거다. 아침에 가족의 응원과 격려를 책가방에 넣고 씩씩하게 걸어가는 조그마한 아이들을 보면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싶어 손이 근질거린다.
 학교생활이 시작되면서 공부보다 더 열심히 해야 할 일이 있다. 바로 친구 사귀기. 바른 자세로 앉아 선생님 말씀 듣고, 화장실 찾아가는 건 혼자 할 수 있는 일이라 자신 있게 해낼 수 있지만 친구 사귀는 일은 만만치가 않다. 우선 내 마음 대로 안 된다. 내가 좋아하는 친구가 나를 밀어낼 수도 있고, 그 반대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데릭 먼슨 작 '괴롭히는 친구 무찌르는 법'은 제목부터 마음을 확 끈다. 세상의 모든 일은 만남과 관계로 이루어져 있다. 이 둘의 조화에 의해서 내가 발전하기도 하고 쇠퇴하기도 한다. 어른도 어려운 이 일을 아이들은 더 버거워 하지 않을까.
 전학 온 제러미는 내가 야구경기에서 아웃 당하는 걸 보고 비웃더니 생일파티에도 초대하지 않았다. 나의 '나쁜 놈 목록 1호'가 된 제러미. 아빠도 어릴 적 그런 목록이 있었다면서 나쁜 놈을 멋지게 무찌르는 방법을 가르쳐 준다.
 아빠는 괴롭히는 제러미를 물리칠 '나쁜 놈 파이'를 만들어준다고 한다. 신이 난 나는 강력한 효력을 발생시킬 파이를 만들기 위해 끔찍한 재료를 아빠에게 갖다 주었다. 꿈틀대는 지렁이랑 흙이 잔뜩 묻은 잡초, 딱딱한 돌멩이, 씹던 껌 등이었다. 아빠는 그런 건 필요 없고 파이가 식는 동안 할 일을 정해준다. '나쁜 놈과 지내면서 친절한 하루 보내기' 하기 싫었지만 제러미가 더 이상 괴롭히지 않으려면 하루 동안 제러미와 잘 지내야 한다. 처음엔 어색했지만 함께 놀면서 미운 마음은 사라지고 이젠 제러미가 나쁜 파이를 먹을까봐 걱정된다.


▲ 조희양 아동문학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우리는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데, 나에게 친절한 사람하고만 교류할 수가 없다. 내키지는 않지만 불친절한 존재와도 좋은 관계를 이어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 우호적인 관계를 맺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그 중에서 용기를 내어 밉고 두려운 그에게 먼저 손 내미는 것이 가장 따뜻한 관계소통 방법이 아닐까 싶다. 너무 쉬운 '괴롭히는 친구 무찌르는 법'이지만 결코 쉽지가 않다. 그 어려운 일을 따뜻하게 재미있게 풀어줄 멋진 그림 책이다. 조희양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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