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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중공업의 사업분할은 어려운 경영환경속에서 계열사별 각자도생하는 환경을 구축, 계열사별 경영 정상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사진은 현대중공업 야드 전경.

현대중공업이 사업분할을 본격화하면서 지역 경제 위축 등 우려가 높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은 이번 사업분할이 지역경제 위축이 아니라 보다 내실 있는 성장으로 지역경제에 보탬이 될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사업분할의 내막과 파급효과는 어떤 것인지  사업분할 관련 사실관계를 취재기자가 질문하고 현대중공업이 답을 하는 방식의 Q&A로 정리했다. 편집자


#사업 분할은 왜 하는가?
-현대중공업은 1973년 설립 후 지난 40여년간 조선사업을 기반으로 해양플랜트와 엔진기계, 전기전자시스템, 건설장비, 그린에너지 등 다양한 신규 사업에 진출하며 사업을 확장해 왔다.
 하지만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전기전자시스템, 건설장비, 그린에너지, 로봇 등 제품 양산사업과 조선, 해양플랜트, 엔진기계 등 수주 기반사업을 동일한 방식으로 운영하면서 상당한 비효율이 발생하는 등 경쟁력이 뒤처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사업별 업종 특성에 맞는 독립 경영체제를 확립함으로써 각 사업의 수익성과 재무건전성을 극대화하고, 본원적인 경쟁력을 높여 지속적인 성장을 추구하고자 한다.
 또한 차입금 배정이 가능한 사업 분할 방식을 채택해 전기전자와 건설장비, 로봇 등에 일부 차입금이 이전되면서 향후 현대중공업에 남는 순차입금은 약 2.1조원 수준으로 감소하고, 부채비율도 100% 미만으로 줄어들어 조선업 불황에 버틸 수 있는 탄탄한 재무구조를 가질 수 있게 된다.
 임시 주주총회에서도 98%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사업분리를 확정지었다. 이같은 찬성률은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을 비롯해 국내 주요 연기금과 기관 투자자들이 대거 찬성에 표를 던지고 전체 주식 중 약 15%를 보유한 외국인 주주 역시 찬성했기 때문. 실제 주가도 시장 기대감을 반영해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울산에 본사를 둔 현대중공업이 사업분할을 추진하면서 역외유출에 대한 우려가 높다. R&D센터처럼 사업분할로 울산을 떠나는 것 아닌지?
-분할 회사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사업운영에 적합한 장소로 소수의 인력 및 조직 이동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이는 매우 제한적인 규모이다.
 이번 분사로 타 사업장으로 이동하는 인원은 건설장비 250여명, 전기전자 40여명(이상 판교), 글로벌서비스 180여명(부산), 로보틱스 180여명(대구) 등 650여명이지만, 서울 해양·플랜트엔지니어링센터와 군산조선소에서 울산으로 온 인원이 1,020여명이어서 울산으로 유입된 인원이 오히려 370여명 더 많다.
 현재 추진 중인 사업재편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투자를 확대하고 사업경쟁력 제고를 통해, 오히려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더욱 기여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건설장비, 전기전자 사업의 이전 대상은 주로 연구/기획 조직이며, 공장을 이전하는 것이 아니다. 태양광(그린에너지)은 사업장 자체가 원래부터 충북 음성에 위치해 있었기 때문에 지역 이전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로봇(현대로보틱스)이 이전하는 곳은 2015년 10월 글로벌 건설경기 불황으로 문을 닫은 대구 현풍의 현대커민스엔진공장이다. 통합R&D센터는 현대중공업만이 아닌 현대오일뱅크(충남 대산) 등 곳곳에 산재한 그룹 계열사의 R&D 역량을 모아 '기술 중심 경영'을 위한 것으로, 기존 연구조직이 위치한 용인과 인접한 성남에 적합한 조건의 부지가 있어 MOU를 체결한 것이다.
 또한 2016년 7월 서울 해양엔지니어링센터, 플랜트엔지니어링센터의 인력 480여명이 울산으로 이동한 것처럼 기업 내부의 인력 이동은 경영 상황에 따라 수시로 발생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일로 탈울산과는 무관하다.
 
#사업분할이 되면 4~5천명의 인력이 울산을 떠난다는 얘기도 있는데?
-분할되는 전기전자시스템, 건설장비, 로봇에 소속된 전체 인원은 총 4,500 여명인데, 이 중 울산에서 타 지역으로 이동하는 인력은 전기전자 40여명, 건설장비 250여명, 로봇 180여명 등 총 470여명에 불과하다.
 대구로 공장을 이전하는 로봇사업을 제외하고, 전기전자와 건설장비는 공장을 울산에서 타지역으로 옮기지 않으므로 4,000~5,000명이 울산을 떠난다는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는 허위 사실이다.

#지역 경제가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현대중공업과 40여년 간 동반 성장한 지역 경제와 근로자를 외면한 채 기업의 이익만 앞세우는 것 아니냐?
-사업분할은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 기업이 발전해야 지역과의 상생도 가능하다. 아울러 기업이 경쟁력을 갖춰야만 고용을 창출하고 유지할 수 있다. 수주 절벽에 따른 일감 부족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임원 임금반납, 유휴자산 매각, 근무시간 축소, 사업재편 등 뼈를 깎는 자구안을 추진하고 있는데, 경영을 정상화를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하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기업 본연의 업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절실하다.
 
#본사를 타 지역으로 이전하면 울산시의 지방세 등 세수가 줄어 지역경제에 큰 타격이 우려되는데?
-사업분할 회사의 본사를 타 지역으로 이전하더라도 지방세는 본점 소재지가 아닌 사업장 소재 도시 또는 직원이 근무하고 있는 도시에서 납부함에 따라, 사업장 이전이 거의 없고 타 지역에서 울산으로 직원 유입이 오히려 더 많아 회사가 납부하는 지방세 감소는 미미하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10년간 울산시에 연평균 707억원의 지방세를 납부했으며, 사업분할이 되더라도 직원 대부분이 울산에서 근무하게 되고 생산시설도 울산에 있기 때문에 지방세는 기존대로 울산시에 납부하게 된다.
 
#이미 다수의 사업이 독자경영에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는데, 실제 어떤 성과가 있었나?
-각 사업이 분리되면 의사결정이 신속하게 이뤄지고 생산 효율이 높아져 원가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으며, 연구개발 인프라에 대한 투자 확대로 품질 경쟁력도 높아지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4월 독립법인으로 분리한 현대중공업터보기계의 경우, 독립 경영을 통해 만성적인 적자에서 탈피해 2016년 매출 1,200억원, 영업이익 5억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으며, 최근에는 글로벌 기업인 GE Oil&Gas와 전략적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등 경쟁력이 크게 향상되었다.
 서비스 전문기업인 현대글로벌서비스는 지난해 12월 각종 기자재 공급업체와 부품 협력업체, 해운사 등이 밀집돼 있는 부산으로 거점을 옮겨 부산에 상주하고 있는 다수의 고객들과 물리적으로 가까워지면서 긴밀하게 협력하며 고객 만족도를 높이고 영업력도 대폭 강화되었다.
 오는 4월 사업 분리를 앞두고 있는 로봇사업도 산업용 로봇 세계 2위 기업인 일본 야스카와전기를 비롯해 50여개에 달하는 로봇 기업이 밀집돼 있는 대구로 근무지를 옮겨 주변 기업과의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최신 설비 증설을 통해 기존 4,000대 가량이었던 생산 규모 역시 8,500대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노동조합은 고용 불안정과 복지혜택 축소 등을 문제 삼아 사업분리를 반대하고 있는데?
-사업 분리는 회사 생존과 고용 유지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 구조조정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노조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며 단체교섭 대상도 아니다. 특히 분사 과정에서 진행된 회사의 전직동의, 전출명령, 자택근무 명령, 희망퇴직 모집 등의 인사 조처가 실질적 정리해고라는 노조의 주장은 법적으로도 근거가 없음이 증명된 바 있다.(울산지법, 노조의 '분사 구조조정 중지 가처분 신청' 기각(1/16))
 상법상, 분할회사의 권리와 의무는 분할 계획서에 따라 고용 및 근로조건을 100% 승계하도록 하고 있는 바, 회사는 모든 종업원의 고용 및 근로조건을 승계할 계획이며, 분할 후 종업원의 임금·복지를 저하시킬 수 없다.
 사업 분리(지주회사 전환)는 △자구 계획 실천이라는 채권단과의 약속 이행 △사업 경쟁력 강화를 통한 고용 안정성 제고 △정부가 규제하는 순환출자구조 해소 및 지배구조의 투명성 제고를 통해 그룹의 재도약 기반을 마련하기 위함이다.
 결국, 사업분리 및 지주회사 전환은 회사 생존과 고용 유지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 어떠한 편법이나 불법 없이 법에 정한 원칙과 절차에 따라 이뤄지고 있으며, 사업재편 방안에 주주의 지분 이동이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경영권 승계를 위한 것이라는 노조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정두은기자 jde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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