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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선택권과 관련한 조례안을 두고 벌어진 울산시의회의 헤프닝은 그냥 넘길 사안이 아니다. 울산시의회는 이미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조례안을 교육청과 일부 학부모단체들이 반대한다는 이유를 들어 본회의 통과를 무산시켰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교육청의 집요한 압력과 일부 학부모단체의 로비 등 힘의 논리에 시의회가 흔들렸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이다.

실제로 본회의가 열린 시의회 앞에서는 일부 학부모 단체 회원들은 피켓팅 시위를 하는가하면 학습 분위기 저하 등을 이유로 조례안 부결을 요구하는 일이 있었다. 일부의 반대논리에 시의회 의원들은 자신들이 스스로 통과시켰던 조례안을 두고 갑자기 반대토론과 이의제기에 나서는 등의 해프닝을 벌이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했다. 팩트는 이렇다. 시의회는 지난 5일 187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변식룡 부의장이 발의한 '울산광역시 학생의 정규교육과정 외 학습 선택권 보장에 관한 조례안'을 반대토론 끝에 해당 상임위원회로 재회부했다.

자율학습에 대한 선택권을 학교가 아닌 학생과 학부모에게 줘야 한다는 내용의 해당 조례안은 지난달 28일 시의회 상임위를 통과해 이날 본회의 통과가 확실시됐다. 조례안 입안에 의원 19명(1차 서명)과 교육위원 전원이 서명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조례안 제정 초기부터 사교육 확대 등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제기되면서 여러차례 수정과정을 거쳤다. 또 학부모들이 "학원교습 시간이 자정까지 허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학습선택권 조례가 사교육을 부추기고 자칫 면학분위기를 흐리는 등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걱정했다. 교육청은 현재의 야간자율학습이 유지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강하게 표명했다. 반대논리의 골자는 조례 통과 이후 학습현장 위축은 물론 자칫 사교육 조장으로 몰리는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전국 광역시교육청에서 이미 널리 시행하고 있는 일반적인 조례안이 울산에서는 외부의 압력에 밀린 결과로 재회부라는 웃지못할 일이 벌어진 셈이다. 사안 자체의 문제를 떠나 이번 사태는 시의회가 가진 독립적인 의회의 기능을 스스로 무너뜨린 결과다. 조례 제정에 앞서 충분한 의사결정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는 자책의 목소리도 높다. 왜 이 조례안을 채택해야 하고 그 당위성은 무엇인지를 모른채 우왕좌왕했다는 평가를 받을만 하다. 시의회는 이번 사태를 통해 의회가 왜 존재해야 하는지를 깊이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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