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구본숙 수성대 외래교수

몇 년 전 TV에서 짐과 쓰레기가 잔뜩 쌓인 집에서 생활하는 주인공의 사례를 본 적이 있다. 이웃 주민들도 불편해 했을 뿐 아니라 본인들도 짐과 쓰레기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생활하고 식사마저 그곳에서 하며 살고 있어 상당히 불편해 보였다. 주위에서 치우라고 여러 차례 건의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긴 세월동안 짐과 쓰레기로 인해 비좁은 환경 속에 살다 제작진의 끈질긴 설득으로 마지못해 짐과 쓰레기를 치우게 됐다.
 치우는 과정에서도 일반적으로 버려야 할 물건들에 대해 집착을 보이며 버리지 못하게 했다. 치우는 자원봉사자들과 제작진들이 주인공을 설득하기 위해 긴 사투를 벌였다. 우여곡절 끝에 많던 쓰레기와 짐들을 정리하고 비로소 쾌적한 환경을 맞이할 수 있었다. 그 집에서 나온 쓰레기의 양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결국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물건만 남기고 쓰레기로 손상된 집을 수리해서 행복해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2011년 동 일본에서 대지진이 일어났다. 풍족한 물건 속에서 생활하던 일본인들의 경우 지진으로 짐이 무너지거나 출구를 찾지 못하는 등 물건과 짐이 흉기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반면 최소한의 물건들만 갖추고 살아가는 집에서는 대지진 속에서도 신속히 대피할 수 있었다. 자신에게 필요한 것, 혹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만 남겨두고 그 외의 것을 줄이는 삶을 '미니멀 라이프' 라고 한다. 이렇듯 미니멀 라이프는 동일본 대지진 이후 '단샤리(끊고 버리고 떠난다)'라는 이름으로 일본인의 생활양식 중 일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후 사사키 후미오의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의 번역서가 국내 베스트셀러가 되며 지난해부터 국내에서도 미니멀 라이프에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필자는 올해의 화두로 다독을 하고 다양한 취미 생활을 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올해 들어 많은 양의 책을 구입하고 지난겨울부터 재봉틀을 배우고 있어 집에 자잘한 짐이 쌓이고 있다.
 그밖에 각종 미술, 공예도구와 재료들, 교육 부자재를 비롯하여 여러 작품과 텍스트 자료들이 즐비하게 쌓여가고 있어 정리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그러나 그 와중에서도 재봉틀을 구입할까, 여러 원단들을 구입할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필자가 소유한 불필요한 물건들이 너무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주택도시보증공사 조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2016) 민간 아파트 평당 분양가가 957만원 이라고 한다. 쓰지 않는 물건이나 짐으로 인해 평당 1,000만원에 가까운 공간을 활용하지 못하는 것은 경제적으로도 합리적이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봉틀을 구입하고 싶은 생각은 버리지 못했지만 불필요한 물건들을 정리하자는 생각은 들었다. 대체적으로 2년 동안 쓰지 않은 물건들은 앞으로도 사용할 확률이 희박하다고 보면 된다.
 공부하며 프린트한 텍스트 자료들, 버리기 아까워 모아둔 이면지 등을 먼저 정리했다. 공부하고자 프린트 했던 자료들은 2년 동안 본 적이 없고 이면지도 사용량이 매우 적어서 싹 정리를 했더니 한 박스를 가득 채운 용량이 나왔다.
 훗날 행여나 필요할까봐 염려도 되었지만 버리고 나서 정돈된 방 안을 보니 마음이 맑아졌다.

 학창시절 법정스님의 '무소유'를 읽은 적 있다. 책을 읽고 난 후 욕심을 버리고 물건에 예속된 삶을 버리고자 다짐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방법은 깨닫지 못했다.
 '무소유' 에서는 - 무엇인가 갖는다는 것은 그만큼 얽매이고 얽혀있는 것이다 - 라는 내용이 있다.
 주위의 불필요한 것을 정리하는 것. 그것은 비우는 삶의 시작이다. 물질적으로 많이 가지는 삶보다 주위를 정리하고 내면을 채워나가는 삶을 살아가는 것은 어떨까.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