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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사표의 심리학
편집이사 겸 국장
2017년 04월 09일 (일) 19:40:30 김진영 cedar@ulsanpress.net
   

한 달이다. 딱 한 달 후면 대한민국호의 새로운 리더가 선출된다. 부침은 겪었지만 대략 후보군도 정해졌다. 혼란스러웠던 출마의 변들이 쏟아졌고 스스로 접기도 했다. 이제 그 윤곽은 대강 2강 구도다. 후보 단일화로 뜨거웠던 4년 전이 재연됐다. '문철수와 안재인'이라는 역학관계까지 낳았던 문-안의 리턴매치다.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 그 땐 야권단일화 후보로 뜨거웠지만 이제는 본선에서 겨루는 진검승부다.

 문재인 쪽은 안철수의 상승이 의외이긴 하지만 여전히 한 수 접고 바라본다. 한번 꺾인 자는 역시 상대가 안된다는 우월감이 대세론을 만들어 밤마다 승리의 잔을 들었다. 내 잔이 넘치나이다. 부어라 마셔라, 취중잡담이 흘러나왔고 돌아간 입에서 실언과 망언이 쏟아졌다. 그래도 괜찮아, 대세가 우리 편이잖아. 모른다 아니다로 우기면 되는거야. 한 달만 버티면 우리세상이야. 박근혜 구속이 목적지였으니 정상에 서면 고함지를 일만 있다. 산 아래서 밤마다 촛불로 열광하는자들이 낮에는 여전히 촛불을 만들고 있다는 믿음이 여전히 견고하다. 영웅심리다. 라스콜리니코프의 심리 상태다. 세상은 지금 나를 위해 존재한다. 나는 옳고 너는 아니다. 너는 나를 위해 모든 걸 감수해야한다. 딱 그 심리다.

 철수가 달라졌다고 이야기 한다. 한자리 수에 머물며 징징거리던 시간에도 "이번 대선은 문과 나의 양자대결"이라 호언하던 목소리가 굵어졌다. 밤마다 스피치 특강으로 단련한 득음이다. 계란 값이 폭등할 때 몇 판씩 통으로 날계란을 삼켰는지도 모른다. 덕분에 선이 굵어졌다고 박지원과 그 무리들이 물개박수를 친다. 반기문이 집으로 가고 황교안이 청사에 들어갈 때 철수의 목소리는 영희와 놀던 시절과 달라졌다. 안희정까지 충남도청 안가에 몸을 숨기자 드디어 양강구도가 가시화 됐다. 예언자. 내가 그랬잖아. 결국엔 양강구도라고. 적중했다. 정치입문 5년만에 득음을 했으니 가히 천재답다. 찌질한 보수는 아예 무시하고 그들을 밟고 일어서겠다는 계산이다. 치밀하게 그리고 당당하게. 젖은 자는 다시 젖지 않는다는 복수심리다.

 한국에도 트럼프가 나타났다. 홍준표다. 가능한 자극적으로 할 수 있는 한 튀고 거칠게 밀어붙이자. 한자리 수의 지지율이 낯 뜨겁긴 하지만 갈 데까지 가보자는 심리다. 그래도 자유한국당이라는 원내 2당의 뒷배가 있다. 자금도 넉넉하고 고정지지층도 견고하다. 잃을게 없는 싸움이니 화끈하게 한판 붙고 한달 후엔 당권을 접수하면 그뿐이다. 후보 토론이 벌어지면 한 놈만 패면 된다. 사이코패스라 욕하는 사람이 늘어나지만 전략적 선택일 뿐이다. 보수가 구들장까지 무너진 판에 재집권은 언감생심(焉敢生心)이다. 욕하지 마라. 보수골통의 선택지는 스스로 머리를 쳐박는 일 뿐이다.

 3%대를 오르내리는 유승민은 딱하다. 바른정치를 하자니 과거가 부끄럽고 대선 판에 뛰어드니 아랫도리가 쭈뼛거린다. 썩은보수를 도려내고 낡은 정치를 파묻고 시작하는 새 정치에 호응이 없다. 끝까지 할거냐는 눈빛과 왜 나왔냐는 시큰둥이 거리마다 툭툭 마주치니 곤혹스럽다. 우짜겠능교, 그래도 함 해볼랍니더. 이제 시작이니 인물한번 만들어주이소. 혹시나 대구의 세 번째 아기장수가 유승민일 수 있다는 착각이다. 그래도 공당의 후보로 등극했으니 이쯤하면 다음 정치를 준비할 수 있다는 믿음이 착각의 밑바닥을 받치고 있다.

 딱 한 달 남았다. 우리는 지난 가을부터 겨울을 지나면서 많은 것을 잃었다. 상실감과 허탈함도 경험했다. 선택의 중요성을 여러 번 꼽씹었고 반면교사라는 고사성어도 몇 번이나 되뇌었다. 그러나 한가지 우리는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다. 선택할 대상을 바라보는 시선은 달라졌는지 몰라도 우리는 여전히 달라지지 않았다. 그들은 매일같이 스스로 달라졌음을 외치고 있다. 배를 째서라도 달라진 자신을 보여주려 안달이다. 그런데 우리는 정말 달라졌는가. 단언컨대 달라지지 않았다. 회한과 실망, 혐오와 분노의 수치는 업그레이드 됐을지 모르지만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변한게 없다. 정작 달라져야 할 것은 우리인데도 우리는 그들의 변화를 구도화하고 수치화해서 점수매기기에 혈안일 뿐이다. 그러니 줄을 선다. 어디에 줄을 서면 유리할지 저울질하고 남보다 빨리 그 줄에 뛰어든다. 그리곤 외친다. 지금까지 스스로 서 있던 자리가 적폐의 인큐베이터였다고 삿대질 한다. 지가 하면 로맨스다. 어제 저지른 나의 불륜은 오늘 이 줄에 선 이상 로맨스가 된다. 달콤한 로맨스에 영혼이 썩어가는 줄 모르고 하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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