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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락 울산시의회 운영위원장

지난 4월 5일, 노충식 한국은행 금융통계부장은 '2월 국제수지(잠정)' 기자설명회에서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관련 대(對)중 수출 영향과 관련하여 "소비재 비중은 5%가량으로 전체적으로 보면 그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며, "여행이나 한류 관련 엔터테인먼트 분야는 영향이 있을 것"이라 관측했다.
 한국 무역협회 자료에 따르면 대중수출에서 73.9%가 가공무역 관련 중간재로 수출 비중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자본재 20%, 소비재 5.6%로 소비재 비중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하지만, 최근 연일 보도되고 있는 중국의 사드 보복 피해 자료를 보면 그 결과는 결코 미미해 보이지 않는다. 롯데마트가 사드보복의 집중포화를 받아 피해가 심각하며, 중국 내 반한 감정이 극심해지면서 한국제품 전반에 대한 소비자 불매운동까지 이어져 타 업계까지 피해가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국 정부가 주요 여행사에 내렸던 한국 상품 판매금지 조치가 시행되면서 관광·호텔·면세업계는 물론 중국인 관광객들이 대폭 줄면서 화장품업계 또한 비상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그리고 지난 3월 중국 농식품 수출도 지난해보다 5. 6%나 감소했는데, 이는 전체 농식품 수출액이 8.9% 증가한 것과는 대비되는 결과이다. 게다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던 외국인 투자규모마저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와 금리 인상의 영향으로 미국이 해외 직접 투자를 줄이고 있는 데 이어, 유럽연합(EU)의 투자금액도 감소하였으며, 특히, 중국의 투자는 사드 배치 결정 이후 눈에 띄게 감소하였다.

 특히, 울산은 조선업의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 경제에 중국의 사드 보복이 또 다른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사드배치 결정 이후 울산시의 지역경제 현황에 따르면, 중국측은 2016년 현대자동차의 올 뉴 투싼 10만대 리콜차량 재리콜, 쏘나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PHEV) 신차 출시 연기, 한국산 배터리(삼성SDI)를 탑재한 전기차 보조금 미지급 등의 제재를 취했고, 석유화학분야에서도 2016년 11월 한국산 폴리실리콘을 대상으로 반덤핑 재조사에 이어 SK이노베이션의 중국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 광장 건설계획을 지연시키는 등 각종 제제를 가해 기업이 상당한 애로를 겪고 있다.

 관광분야에서는 2017년을 "울산방문의 해"로 지정, 중국 단체관광객 2만명 유치를 계획했으나, 올 3월 중국 관광객 1,000명이 관광을 취소했고 중국 현지여행사의 울산 팸투어도 취소된 바 있다.
 그리고, 울산의 주력산업인 자동차산업의 피해는 더 심각해 보인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지난달 중국에서 총 7만 2,032대를 판매해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판매량이 52.2%나 감소하였으며, 현대기아차의 중국내 판매 실적이 10만대 이하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2월 이후 처음으로 현대차가 44.3% 줄었고, 기아차는 68%나 급감했다고 한다.

 그리고 현지업계 등에 따르면 중국 일부 소비자들은 한국차 구매를 꺼리고 있고, 중국의 한 자동차 업체는 한국차를 주문했다가 취소하면 '애국선물'을 주는 등 "배타적 애국주의"를 선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중국내 일부 유럽차 딜러들의 경우 한국차를 처분하고 자사 차를 구입하면 할인을 해 주는 특별판촉도 하고 있다고 한다.
 현대차의 허베이성 창저우 공장 가동 중단과 베이징 공장 야간조업 중단 조치도 중국내 반한정서에 따른 판매 급감과 무관치 않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경쟁력 있는 제품 출시와 고객 신뢰 구축을 위한 사회공헌활동 강화 등으로 극복 방안을 마련하는데 최선을 다해 나가겠다"고 하지만 기업의 힘만으로 현재의 상황을 타개하는 것은 분명 한계가 있다. 하지만, 정부는 사드 배치 이후 있을 중국 경제 보복 조치를 예상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사드 보복에 나선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으며 아직은 맞대응할 때가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며, 정부의 무능함을 보여주고 있다.

 중국은 지금 두 얼굴을 보이고 있다.
 사드 보복 조치로 유통, 여행 뿐만 아니라 자동차, 식품시장 등 전방위에 걸쳐 영향을 받고 있지만, 오히려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같이 자국 기술력보다 높은 핵심부품들은 오히려 더 많이 수입하고 있다.
 중국이 사드 보복은 이어가면서도 경제적인 부분에서는 자국에 이익이 되는 방식을 취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상황에서 울산은 수출 다변화와 함께 품질 경쟁력 향상을 위해 더욱 많은 고민을 해야 할 때다. 중국이 우리 제품을 수입할 수 밖에 없도록 우리만의 독자적인 제품을 만드는 노력과 함께 중국 중심의 수출에서 벗어나 경제 성장률이 높은 아세안 국가나 인도 등 FTA효과가 높은 지역들로 수출 시장 다변화를 위한 노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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