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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하늘을 보기가 어려운 요즘 면역력에 대한 관심은 날로 늘고 있다. 한의학을 비롯한 동양 사상의 기본이 되는 [중용]에서는 지나치거나 모자라지 아니하고 한쪽으로 치우치지도 아니한 상태로 '중용'을 강조하는데, 면역력만큼 중용과 잘 어울리는 말도 없다. 면역력은 양날의 검과 같아서 면역 과잉이 되어도 크론병이나 건선, 류마티스 관절염 등과 같은 자가면역질환이 발생하고, 면역력이 떨어져도 잦은 감기에 걸리거나 젊은 층에서도 대상포진에 걸리는 등 질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히포크라테스기 "인체를 지키는 건강의 파수꾼이자 질병과 싸우는 강력한 군대"라고 표현한 것처럼 면역력은 우리 몸의 세밀한 방어시스템이다.

 얼마 전 필자의 지인이 5개월 된 아이가 중이염에 걸렸는데 자주 재발하게 될까봐 면역력을 높여주고 싶다며 그 방법을 물어왔다. 아이들은 보통 생후 6개월까지 엄마로부터 물려받은 면역력으로 자신을 보호하는데 12개월 이후부터는 스스로 면역력을 기르게 된다. 따라서 이 시기에 면역 세포들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힘을 키울 충분한 경험과 시간이 필요하다. 부모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데, 2008년 발표된 FDA 권고안에 따르면 만2세 이하 영유아에 일반의약품인 감기약 투여를 삼가도록 한다. 초기 감기에 해열제나 항생제를 남용하는 것이 면역세포가 싸우기 전에 적을 무력화시킴으로써 면역력을 떨어뜨리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전문의의 진료를 받은 후 꼭 필요한 경우에 한해 약을 복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비슷한 증상이라고 해서 부모가 임의로 남은 약을 먹이지 않도록 한다. 필요한 영양분은 신선한 식품을 통해 골고루 섭취하고 아이에게 건강기능식품이나 영양제를 과도하게 주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성인의 경우에는 식습관, 운동, 스트레스, 수면, 장 내 세균 등이 면역력에 관여한다고 알려져 있다. 먼저, 건강한 식습관과 균형잡힌 영양 섭취가 면역력 증가에 도움이 된다. 소량의 탄수화물과 충분한 단백질 섭취,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곁들이는 것은 다이어트 식단과도 매우 유사하다. 식물성 단백질은 세포를 구성할 뿐만 아니라 세균 침입에 대한 피부의 장벽 기능이 떨어지는 것을 막아준다. 동물성 단백질은 철분, 아연 등의 미량원소를 포함하기 때문에 기운이 떨어지거나 쉽게 피로하거나, 빈혈과 같이 어지러운 증상을 개선해준다. 신선한 야채와 과일, 견과류, 생선 등을 먹어 비타민이나 아연 등의 미세 영양소를 섭취하는 것은 T세포나 B세포가 증식하는 데에도 중요하다. 그러나 비만하게 되면 면역 기능을 담당하는 T세포나 B세포의 균형이 깨지고 NK세포의 활성도가 감소되어 오히려 면역력이 저하된다.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서 약간 숨이 찰 정도의 가벼운 운동을 주3~5회, 30분 정도로 해준다. 고강도의 운동은 림프구 수와 기능을 감소시키고, 근육의 염증이나 스트레스 호르몬은 증가시킨다. 또한 남성호르몬인 안드로젠의 분비를 자극하여 면역기능을 억제할 수 있다.

 한편, 충분한 수면도 면역력 증강에 도움이 된다. 수면에 관한 여러 연구에 따르면, 수면 중 성장 호르몬이 분비되고 코르티솔과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은 감소하며 면역에 작용하는 사이토카인인 IL-6, TNF-α(종양괴사인자), IL-12 등이 증가한다.

 최근에는 장관의 면역 기능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다. 면역세포의 성숙과 분화 과정을 장관 점막에서도 담당하기 때문이다. 장 내 세균은 항원으로 작용해 면역 기관이나 면역세포를 자극해 면역시스템을 활성화하고 감염으로부터 효과적으로 방어할 수 있다. 특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나 나이가 들면서 면역기능은 저하되고 염증 반응은 증가하기 때문에 김치나 재래식 된장, 치즈 등과 같은 발효식품을 꾸준히 섭취해 장내 유익균이 충분히 작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편 비타민, 홍삼, 프로폴리스 등도 면역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영양제로 각광받고 있다. 홍삼의 경우 항암제나 에이즈 치료제 등과 병행 투여할 때 필요한 면역 세포를 증가시키고, 인삼은 독감 예방주사를 맞은 후 먹으면 그 효과를 더 증가시켜준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다. 프로폴리스는 천연항생물질로 백혈구의 항바이러스 능력을 높여주고, 염증을 유발하는 유해산소와 활성산소도 줄여준다. 다만 건강기능식품들을 무분별하게 섭취하는 것은 오히려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 복용중인 약이 있는 경우에는 담당 의사의 진료를 통해 필요한 영양제를 상의하는 것이 좋다. 홍삼이나 인삼, 공진단 등은 임의로 복용하기 보다는 한의사의 처방을 받아 복용하도록 한다. 면역력이 저하되기 쉬운 환절기에 좋은 생활습관을 유지하고, 약이나 영양제는 올바르게 복약하여 건강하게 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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