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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대화가 안되는 꼰대라고?" 중구의 한 공원에서 만난 70대 김전석씨의 항의다. 전직 엔지니어였던 김 할아버지는 이른바 베이비붐 세대와 70~80대 노인들이 무조건 보수에만 표를 찍는 사람들이 아니라고 항변했다.
 "그래도 전쟁을 치렀던 우리가 안보를 최우선으로 여겨야지. 좌파는 절대 안돼" 남구의 한 경로당에 모인 어르신들이 이구동성으로 한 말이다. 가끔 "젊은이들이 선택하는 후보가 옳다" "북풍이나 안보장사로 선거 치르는 시대는 지났다"는 과감한 발언이 나오기도 했다.

50대 미만 유권자 날로 감소 불구
50대 2만명 60대 이상 5만명 늘어
대체로 안보 보다 경제에 더 민감
연휴 여행 드물어 투표율도 높아

# 올해 울산 선거인수 역대 선거 최대
울산시가 지난 11일을 기준으로 제19대 대선 선거인명부를 작성한 결과 울산의 총 선거인수는 94만691명인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전체 인구 대비 80.49%로, 남자 48만2,340명, 여자 45만8,351명이다. 선거인명부는 27일 최종 확정된다.
 이번에 집계된 선거인명부를 역대 선거 때와 비교해 보면 전체 선거인수가 늘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12년 18대 대선 88만5,468명에서 2014년 6회 지방선거 91만2,325명, 2016년 20대 총선 93만7,421명, 2017년 19대 대선 94만691명으로 늘었다.


 울산의 연령별 선거인수를 비교해보면 특이한 점이 발견된다. 50대 미만 선거인수가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 19세 1만6,363명, 20대 15만7,854명, 30대 17만5,038명, 40대 20만3,769명, 50대 20만6,602명, 60대 11만2,047명, 70대 이상 6만9,018명으로 나타났다.
 18대 대선과 비교해 50대 미만 세대 중 20대만 소폭 증가했다. 그 외에 10대와 30~40대 모두 선거인수가 감소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50대는 18만1,284명에서 20만6,602명으로 늘었고 60대 이상은 13만3,549명에서 18만1,065명으로 늘었다. 베이비붐 세대와 그 후의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결과로 볼 수 있다.


 이같은 인구 변화가 대선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언론은 '베이비붐세대'와 60~70대를 주목하고 있다. 각 후보들이 노인 정책을 앞다퉈 공약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는데 이 두 세대들의 투표성향이 과거의 같은 세대와 다를 것이라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5060세대와 60대 이상 유권자들의 참여가 눈에 두드러진다. 과거에는 이들이 무조건 보수를 선택한다고 봐왔다.
 그러나 거리에서 만난 베이비붐 세대와 60~70대 유권자들은 항변하기 시작했다. 자신들도 합리적인 유권자이며 후보 검증을 한다는 말까지 했다. 무조건 보수 후보에게 휩쓸리지 않는다는 말이다.

# 앞다퉈 실버정책 발표 고령층 공략
과거 60대 이상 고령층은 선거마다 보수 후보에게 절대적인 충성도를 보였다. 보수 정당이 가장 믿는 텃밭이었을 정도로 견고한 지지를 보냈다.
 지금의 60대는 예전의 60대와 다르다. 상황이 변했다. 현재 60세는 40대에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체험했으며 과거 60대와는 다른 사회를 경험했다. 그러한 세대들이 60대에 진입하고 있는 것이다.
 이전의 60대는 한국전쟁 세대였다. 당연히 안보 이슈에 민감한 분들이었다. 북한이라는 적을 두고 있어 나라를 지켜야 한다는 안보관이 최우선이었다.
 하지만 전쟁 이후 세대들인 베이비부머들은 전쟁을 경험하지 않았고 마이카 시대의 산업화를 거치면서 비교적 풍요로운 나라를 만들었고 87민주화 항쟁의 주역이었다. 고학력에 사회비판 의식도 높고 그런 자부심을 가진 이들은 전쟁과 기아, 안보보다는 경제에 더 민감하다. 지금 이들은 대부분 은퇴를 했거나 앞두고 있다. 노후는 길고 아득하게 남았다. 북한 위협에 대한 불안감도 무시 못하지만 당장 경제 문제가 시급하다. 거리에서 만난 고령층 어르신들의 투표에 대한 반응이 다른 목소리로 나온 이유이기도 하다.


 이번 대선에 투표할 울산 유권자는 40~50대가 가장 많고 60~70대도 증가했다. 전국적인 현상도 비슷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각종 자료 세대구분에도 60대를 분리하고 있다.
 고령층의 선택이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또 이번 대선 5월9일 앞에는 5월1일 근로자의 날, 3일 석가탄신일, 5일 어린이날이 있다. 이 때문에 투표율 저조를 걱정하지만 60대 이상이 휴가나 일주일 여행을 선택할 경우는 극히 드물다. 이래저래 고령층의 투표율도 높아질 환경은 조성돼 있다.
 다양한 실버정책을 쏟아낼만큼 대선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진 60대 이상의 고령층 유권자들, 인구변화와 함께 그들의 투표참여가 어떻게 결론날지 주목된다. 
 김잠출기자 uskjc@ulsanpres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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