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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동창이 최근 페이스북에 자신의 소식을 알렸다. 몇 년전부터 멕시코 가장 동쪽에 있는 해변도시인 칸쿤에 사는 그는 비행기를 타고 1,600km 넘게 떨어진 멕시코시티로 날아갔다. 제19대 대통령 선거 재외국민 투표를 위해서였다.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 그는 새벽 5시 40분 출발해 당일 밤 11시에 돌아오는 빡빡한 일정을 짰다. 한인식당에 들려 자장면과 순대국밥을 먹는 건 소소한 덤이었다.

 이제 대통령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선거는 국민이 정치에 참여해 권리를 행사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다. 멕시코시티로 날아간 그도 이 기본을 지킨 것이다.

 반면 양비론적 태도를 취하며 투표의사가 없다고 공공연히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진보나 보수 양쪽 모두의 태도를 비판하면서 '정치는 다 똑같다', '그놈이 그놈이다'는 결론을 내리면서 말이다.

 이러한 결론은 위험하다. 자세히 알아보고 판단하는 골치 아픈 과정을 거치지 않고도 자신의 의견이라 성급하게 확정 지을 수 있다. 사회적인 인식이 좋지 않은 정치에서 분리함으로써 스스로를 합리적이고 깨끗한 인간이라 포장하는 행위가 되기도 한다.

 특히 양비론은 누구의 과실이 얼마나 되는지를 가리기 힘들게 한다. 찬반의 대립구조 자체를 부정하기 때문에 누군가를 선택해야 하는 선거에서는 도움이 안 되는 논리일 뿐인 것이다.

 급박하게 치러지는 이번 장미대선은 후보의 능력과 자질을 분별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고도 이야기 한다. 그러나 이는 물리적인 시간을 두고 하는 말일뿐이다. 기기의 발달로 언론 등이 각 후보가 하는 주장의 사실관계를 실시간으로 '팩트체크'해 주는 등 검증은 신속하게 이뤄진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후보를 비교하기에는 좋은 환경이라는 얘기다. 

 내가 원하는 완벽한 후보는 없다. 그래서 흔히 선거를 두고 최선이 아닌 차악을 뽑는 일이라고 말한다. 특히 이번 선거는 앞으로 몇 년 동안 내가 살아갈 나라를 운영하는 대통령을 선택하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이런저런 핑계 대지 말고 소중한 권리 반드시 행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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