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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스런 이름 블랑께뜨야!
 그림책을 덮으며 생각했어.
 네가 스갱 아저씨를 조금만 이해했더라면 그렇게 무모하게 늑대와 싸우진 않았을 거라고. 물론 아저씨가 너를 축사에 가둔 건 잘못이라고 생각해. 그 시간이 얼마나 무서웠으면 아저씨가 마지막으로 부는 구원의 나팔소리를 외면해야 했겠어. 어두워지면 늑대와 대면할 걸 알면서 나팔소리의 정반대편으로 내달렸을 널 생각하면 가슴이 에여.


 블랑께뜨야, 내게도 너처럼 자유를 갈망하는 스무네 살 된 처녀 딸이 있단다. 자식이래야 저 혼자인 딸이 엄마인 나로선 염려가 되어 죽겠는데 어떤 것도 간섭하지 말라는 거야. 자신은 이제 모든 걸 결정할 수 있는 어른이라며. 엄마인 내 눈엔 어설프기 그지없는 꼬마로 뵈는 데 말이야. 나도 알아. 그 애가 원하는 초원 , 꿈꾸는 저의 프로방스로 갈 수 있도록 품에서 그만 놓아야 한다는 걸. 그곳에 시뻘건 아가리를 쩍 벌린 늑대가 기다리고 있대도 보내야 한다는 걸 말이야.


▲ 남은우 아동문학가
 블랑께뜨, 언젠가 프로방스 지방을 여행하게 된다면 너의 이름을 크게 불러볼게. 그럼 저어기 초원의 양지바른 언덕길에 한 송이 민들레로 피어난 네가 "정말 오셨네요!" 노랑 꽃잎 마구 흔들겠지? 아, 정말 그날이 오면 좋겠다. 그날을 위해 더 착하게 더 예쁘게 살아야겠다. 그 때 스갱 아저씨는 스갱 영감님이 되어 계시겠지. 평생 염소만을 사랑하다가 등이 굽고 수염이 희게 새어버렸을 거야. 지팡이에 의지해 뒤우뚱뒤우뚱 숲길을 걸어 올라오시는 스갱 영감님. 그 뒤에는 반달 모양으로 휜 뿔을 출렁이며 멋진 염소 증손주 블랑하뛰(미리 지어본 이름^^)가 뒤따르고 있을지도 모르겠어.
 블랑께뜨, 자정이 오 분도 채 안 남았네. 우리 울산그림책연구회에서 독후감 자정까지 올리지 않으면 벌금, 오천 냥을 물거든. 오늘은 이만 안녕. 휴…카페까지 시간 안에 도착할지 모르겠다. 굿바이~~~~
2017년
이팝꽃 피어 두근대는 사월 마지막밤      
은우 아줌마가. 남은우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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