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 글을 쓰기 위해 노트북과 처음으로 마주앉았을 때였다. 그 때 필자는 바나나를 먹고 있었고 그것은 필자가 먹을 저녁의 전부였다. 다이어트를 시작한 이후로 13㎏을 감량하는 데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진행 중인 다이어트를 위해서였다. 두 개의 바나나를 전부 먹었을 때쯤, 문득 하나의 지점에 생각이 닿았다. 다이어트와 투표권 행사에는 몇 가지의 유사성이 있다는 생각이 그것이었다.

 전자의 경우에는 미용과 건강이라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 어떤 운동과 식이요법을 실행할 것일지 고민한다. 후자의 경우에는 후보자의 공약을 찾아보거나 후보자토론을 시청하며, 더 나아가 직접 후보자들을 만나기 위해 토론에 패널로 참가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이어트와 투표권 행사의 유사점은 또 있다. 다이어트를 위해서는 끊임없이 몸을 지치게 하는 운동을 해야 하고, 평소에 먹던 것들을 포기해야 하며, 주변의 유혹들도 견뎌내야 한다. 마찬가지로 투표권 행사를 통해 정치에 참여하는 것 역시 후보자들의 실언이나 네거티브 공세를 보고 실망할 수도 있고, 일정한 노선 없이 반목과 화해를 반복하는 정치인들에게 염증을 느낄 수도 있으며, 너무 많은 정보들이 쏟아져서 올바른 선택을 하기 어려울 수 있다. 결정적으로,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도 입버릇처럼 다이어트를 다짐하기도 하고, 정치에 대한 실망을 말한다. 어쩌면 이 부분이 다이어트와 투표참여에서 가장 닮은 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행동하지 않은 것이 마냥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이어트를 하지 않았다고 해서 결심조차 못하게 막을 수도 없고, 투표를 하지 않았다고 해서 정치인들을 비판할 자격이 없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다이어트를 하지 않으면 체중이 줄지 않듯, 우리의 실천이 없다면  우리를 둘러싼 정치현실 또한 현재 수준에서 변하지 않을 것은 자명하다. 그리고 이를 알면서도 실천하지 않는다면, 과체중이 각종 성인병을 불러오는 것과 마찬가지로 무관심의 결과가 부메랑이 되어 다시 우리에게로 돌아올 것이다.

 다이어트도 정치현실의 변화도, 쉽게 체감하기 힘들다는 점이 우리를 무디게 하는 것은 사실이다. '겨우 이것 하나 먹는다고 살이 찌겠어. 건강이 나빠지겠어.' 라고 생각하는 것과 '나 하나 투표하지 않는다고 해서 결과가 달라지겠어' 라고 생각하는 것은 결국 근본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은 무딤이다. 그러나 이런 무딤이 쌓이고 쌓이면 나중에는 감당하기 힘든 위기를 맞이하게 될지도 모른다. 결국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적극적인 권리 행사를 위한 노력과 구체적인 실천이 필요한 것이다.

 혹독한 겨울을 넘어서 다가오는  이 따뜻하고 안온한 계절은 다이어트뿐만 아니라 무엇인가를 시작하기 좋은 계절이다. 그리고 이 좋은 계절이 한창인 5월 9일에, 우리는 우리나라를 이끌어갈 새로운 인물을 뽑는 아주 중요한 선거를 치른다.

 앞서 이야기했듯 다이어트를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우리의 정당한 권리와 좀 더 나은 삶을 위해서 선거와 투표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투표권을 행사해야 할 것이다. 나 하나부터 적극적으로 자신의 권리를 실천한다면, 추운 겨울과 아직 채 피지 않은 봄을 지나 다가올 여름에는 더 건강하고 멋진 몸, 더 건강하고 좋은 나라를 모두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