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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광우 동구 기획예산실 홍보담당

지난해 방영되었던 '응답하라 1988'이란 연속극이 있었다.
 쌍팔년도 쌍문동의 한 골목 다섯 가족의 이야기가 잔잔한 감동과 추억을 선사했다.
 필자도 이 드라마를 보면서 추억에 흠뻑 빠졌다. 특히 쌍팔년도 다섯명의 극중 주인공이 필자와 같은 나이라 더욱 공감할 수 있었고, 잊었던 기억을 소급해 따뜻한 추억에 빠질 수 있었다.

 그 시절을 생각하면, 시골에서 자라서 그런지 유독 가족들과 친구들에 관한 추억이 많다. 또래의 친구들은 보통 4~9명의 형제자매로 구성된 대가족이었다. 정부는 넘쳐나는 인구를 줄이기 위해 산아제한을 적극 추진했고, 그 당시에 가장 많이 들었던 말 중 하나가 '아들 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인구정책 표어였다. 모든 게 풍족하지 않던 시절이라, 다자녀 출산은 정부 입장에서도 큰 부담이었을 것이다.
 요즘은 부부가 생활 능력에 따라 자녀의 수나 출산의 간격을 계획적으로 조절하여 가족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그 때만 해도 교육수준이 낮고 피임에 대한 의식이 희박하여 가족계획에 정부가 적극 개입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정부가 처음 가족계획을 시작한 것은 1950년대 6.25전쟁 후 출산 붐이 일어나면서 인구가 급증하기 시작하면서부터라고 보여 진다. 현재 각 직장에서 정년을 맞고 있는 제1차 베이비붐 세대가 태어난 시기이다.
 1960년대 말에 경제가 조금씩 안정되면서 제2차 베이비붐 세대가 시작되었고, 인구 증가로 인한 주택, 교육, 환경 등의 문제가 대두되기 시작했다. 이를 걱정한 정부는 1970년대를 전후로 가족계획 사업을 실시하여 출생률이 점차 낮아지기 시작했다. 정부 주도의 가족계획과 국민들의 교육 수준 향상, 여성의 사회 진출이 증가하면서 출생률이 점차 감소하였고 인구 증가율이 서서히 둔화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에는 출생률이 지나치게 낮아져서 인구 감소가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뿐만 아니라 국가의 가장 큰 고민거리로 떠오를 정도로 심각해졌다. 현재는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히려 다양한 출산 장려 정책을 실시하고 있는 실정이다.

 시대별로 가족계획에 관한 표어를 살펴보면 그 시대의 재미있는 단면을 느낄 수 있다.
 '덮어 놓고 낳다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1960년대), '아들 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1970년대), '아들 바람 부모 세대, 짝꿍 없는 우리 세대'(1990년대), '하나보단 둘, 둘보단 셋이 행복합니다'(2000년대)
 오늘날 지방자치시대에 자치단체의 가장 큰 고민거리 중 하나가 바로 인구감소에 따른 대책이다. 자치권, 지역과 더불어 주민은 지방자치제의 주요 근간으로 지역경제의 핵심 주체가 되기에 인구 감소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자치단체별로 인구를 유입하기 위해 기업유치와 일자리 창출, 주민 소득창출 프로그램, 은퇴자 프로젝트, 문화·환경·의료시설 확충, 교통인프라 확충, 교육경쟁력 강화, 출산장려금 지급, 주민등록 이전 독려, 지역상품권 발행 등 다양한 정책이 쏟아지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울산 동구는 세계적인 기업이 위치하고 있어 불경기를 모르는 잘사는 도시였다. 또한 개항 초부터 발달한 어항과 천혜의 관광 자원을 보유하고 있어 살기 좋은 고장으로 주위의 도시들로부터 많은 부러움을 샀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불어 닥친 조선업의 경기불황으로 여러 가지 어려움을 맞고 있다. 많은 근로자들이 해고되고 기업은 살길을 찾기 위해 분사라는 어려운 길을 선택했다. 위기의식을 느낀 주민들은 자연스럽게 지갑을 닫으면서 지역경기는 점점 더 어려워져 가고 있다. IMF 시절에도 없었던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모두가 걱정을 하고 있다.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들이 지역을 떠나면서 동구의 인구도 소폭 감소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인구감소에 대하여 우려하고 있고 하루빨리 해결방안을 찾기를 바라고 있다.
 오래전부터 동구는 해양관광산업을 새로운 먹거리 산업으로의 키우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왔다. 대기업 의존도가 높은 지역경제 구조를 탈피하여 새로운 신성장 산업을 만들기 위해 준비해왔다. 울산대교와 염포산터널의 개통으로 새 시대로의 관문도 열렸다.
 대왕암공원, 슬도, 일산해수욕장, 주전몽돌해변, 화암추등대, 명덕호수공원, 옥류천계곡 등 천혜의 아름다운 관광자원을 정성스럽게 보물로 꿰어 관광도시로의 면모를 조금씩 갖추었고, 주말이면 많은 관광객들이 이에 화답을 하고 있다. 조심스럽게 제조업의 빈자리를 채울 관광서비스 산업분야의 근로자 유입과 외부관광객의 유치를 기대해볼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지역산업의 근간을 하루아침에 바꿀 수는 없다. 앞으로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이 소요되리라 생각한다. 다행히 조선업 사이클이 상승국면으로 전환된다면 그간의 노력은 크게 빛을 발하여 보다 큰 날개를 달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무한경쟁시대에 지방자치단체도 예외일 수는 없다. 스스로의 존립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지역주민들로 인정받고 사랑받을 수 있도록 부단히 힘써야 한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국가 전체의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인근 도시의 인구를 유입하기 위한 정책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될 수 없다. 유사한 정책을 통한 지나친 경쟁은 오히려 서로의 출혈만 가중할 수도 있다. 그러하기에 인구정책에 관해 국가차원의 더 많은 관심과 과감한 투자가 절실해 보인다.
 그간의 가족계획을 국가가 책임져 왔듯이 앞으로의 가족계획도 국가가 앞장서야 할 것이다. 물론 지자체와 민간도 함께 힘껏 힘을 보태야 할 것이다.
 편안하게 마음껏 아이를 낳아 안전하게 키울 수 있는 행복한 대한민국을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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