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유호정 삼산동 주민센터 주무관

"우리 경로당이 폐쇄될 수 있다꼬?"
 동장군의 기세에 잔뜩 움츠러든 지난 겨울, 삼산 제2경로당 어르신들 사이에서 나돌았던 말이었다.
 삼산 제2경로당은 지난 1996년에 지어진 이래 이용인원이 갈수록 줄어, 예전에 할아버지들이 쓰던 2층은 문을 닫은 지 오래였고, 1층만 연세 많으신 할머니들이 이용하고 있었다.
 추운 겨울이라는 계절 탓도 있었겠지만 갈수록 외출을 삼가는 어르신들이 늘면서 이러다가 정말 우리 경로당이 문을 닫는 게 아닐까하는 우려가 컸던 게 사실이었다.

 다른 한편으론 "경로당은 우리가 지켜야지!" 하는 인식도 움트기 시작했다. 젊은 시절 중학교 영어선생님, 시중 은행간부, 부녀회장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각자의 역량을 펼치시던 30년 지기 할머니 35명이 한마음으로 뭉친 것도 이 때쯤이었다.
 경로당 주변에 오랫동안 생활 근거를 두고 있었으나 경로당을 한 번도 이용해 보지 않은 어르신들이 우리가 한번 힘을 모아 경로당을 활성화 시켜보자는데 의견을 같이 한 것이다.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우선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던 2층부터 스스로 청소하기 시작해 묵은 때도 직접 벗기고, 걸레질이며 화장실 청소까지 모두 어르신들 힘으로 해냈다. 차츰 깨끗해지는 경로당을 볼 때면 마치 새집으로 이사 갈 준비를 하는 것처럼 설레어 하는 어르신들도 계셨다.
 청소가 마무리 되자 각자 집에서 못쓰는 것이 아니라 한번도 아까워서 쓰지 않고 보기만 하던 식기며 주방도구, 심지어 김장김치 등 반찬까지 가져오기 시작했다. 그동안 경로당에 즐겨 다니시던 연세 많은 어르신들과 함께 점심 한 끼라도 해결하자니 반찬은 물론이고 제대로 된 가재도구 하나 없어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구청도 가스레인지, 전기밥솥, 선풍기 등 경로당 이용에 필요한 물품을 들여주게 되었다. 이렇게 해서 나이 많은 어르신들과 젊은 어르신들의 행복한 동거가 시작됐다. 지금 경로당에는 1층에 80~90대, 2층에 60~70대로 나눠 이용 중이다. 이들은 단순한 동거가 아닌 고부 사이 같기도 하고, 때론 친 자매 같은 정겨운 상생의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이런 이야기들이 주변에 퍼지면서 경로당 이용 어르신들의 자녀들도 직접 사비를 털어 경로잔치를 열어주는 등 여러 세대가 힘을 모아 경로당을 새롭게 이끌어 가고 있다.
 더불어 지역 주민들도 경로당의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접하고는 크고 작은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자 주민센터에 문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더불어 사는 지역공동체의 가치가 더욱 요구되는 시점이어서 그 의미가 매우 각별해 보인다.

 오는 2018년에는 65세 이상 노인이 전체 인구의 14%를 넘는 고령사회가 되고, 2026년에는 20%를 넘어선 초고령 사회가 될 것이라고 다들 걱정이다. 울산도 예외라 할 수 없다. 노인복지시설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기존 경로당마저 관리 부족으로 잃게 된다면 큰 낭패가 아닐 수 없다.
 초고령화 시대에 대비해 건강하고 행복한 경로당으로 변신을 거듭하고 있는 삼산 제2경로당이 세간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도 같은 이치다. 무엇보다 행정기관의 주도가 아닌 진정한 주민 자율적 지역사회 만들기의 참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큰 자부심을 느낀다.
 전국의 약 5만 5,000여 개의 경로당 가운데 우리 남구의 삼산 제2경로당이 가장 정이 넘치는 곳이 될 것이다. 삼산 제2경로당이 명실공히 '제1호 사랑당'으로 자리매김해 모든 경로당의 모범 사례로 거듭났으면 한다.
 5월은 계절의 여왕이자 가정의 달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성년의 날 등 행복과 건강을 다져 보는 날들을 정하여 그 취지를 되새기고 있다.
 무엇보다 초고령화 사회의 시대적 전환기에 복지시설의 개선과 변모를 다시금 되새기는 것도 또 다른 참된 의미가 아닌가 생각한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