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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커가면서 꼭 가졌으면 하는 것 중 하나는 자연과 공감하는 능력이다. 봄이면 윤기가 더해진 나뭇잎의 변화를 알아채고, 어디선가 불어오는 아카시아 향에는 선뜻 걸음을 멈추고 그 순간들을 느낄 수 있길 바란다. 그렇게 사는 삶은 얼마나 풍요로울까.
 인디언들은 세상에 막 태어난 아기를 자연과 친해지게 하려고 야생의 숲에 혼자 덩그러니 남겨두고 온다고 한다. 맹수의 공격이나 추위 같은 건 별 걱정거리도 아니다. 태어난 직후, 문명의 때가 묻지 않았을 때 자연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인디언의 지혜까지 실천하긴 힘들지만, 요즘에도 아이를 자연 속에서 키울 수 있는 많은 방법들이 있는 것 같다. 오늘 소개할 '한밤의 선물' 같은 그림책을 함께 읽는 것 역시 그 방법이 될 것이다. 홍순미 작가의 처녀작인 이 책은 차분하게, 진짜 한밤의 정적 속에서 읽으면 더할 나위 없이 진가를 발할 책이다. 홍 작가만의 한국적이면서도 신비한 신화적 판타지가 느껴지는 그림과 이야기에 더욱 더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은 '빛과 어둠이 다섯 아이들을 낳았습니다.'란 문장으로 시작한다. 다섯 아이들은 바로 새벽, 아침, 한낮, 저녁, 그리고 한밤. 푸르르고 고요한 새벽, 상쾌한 파랑새 같은 아침, 환하고 눈부신 한낮, 포근한 노을 같은 저녁, 아무것도 없이 깜깜한 한밤. 특별할 건 없는 표현들이지만 각 시간대의 특징을 잘 포착하고 있다. 그래서 처음 이 책을 봤을 땐 글만 봐서는 크게 뛰어나다는 느낌을 받진 못했다. 그러나 나중에 차분히 다시 읽어보니 각 시간대의 특성들을 정말 잘 이해한 글과 그림이란 생각이 들었다. 강원도 두메산골에서 자연과 함께 자란 작가의 이력 덕분일 것이다.


▲ 김주영기자·울산그림책연구회원
 특히나 책 전체를 관통하는 담담함은 단정한 어조에서, 오방색을 활용한 한지의 사용으로 더 잘 느껴진다. 그러면서도 까맣고 차분한 색채 위로 노랗고 빨간 색들이 함께 사용될 때는 외려 더 화려한 느낌이다. 특히 한밤이 다른 네 아이들과 어우러지는 장면은 영화 '라라랜드' 속 네 여배우가 밤거리를 즐겁게 거니는 장면이 연상될 정도로 아름답다.
 다른 네 아이들과 달리 자신만 깜깜하게 아무것도 가지지 않다고 생각하는 한밤. 다른 친구들로부터 네 가지 선물을 받고, 자기도 결국 선물 하나를 준다. 과연 그 한밤의 선물은 무엇일까?
 김주영기자·울산그림책연구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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