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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한국산 대형 변압기에 대해 예비 판정 때보다 20배가 커진 반덤핑 관세를 확정한 가운데 현대중공업이 관세를 피하기 위한 대응책으로 미국 현지 공장에서의 제품생산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생산공장 이전이 현실화하면 울산으로서는 현대중공업의 분사로 인한 탈울산이 가속화되고 제조업 공동화가 심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에서 최근 분사한 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은 미국 현지 공장에서 대형 변압기 생산하는 방안에 무게를 두고 검토 중인으로 전해졌다. 이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에 따라 현대중공업이 생산한 변압기에 관세폭탄을 매겼기 때문이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3월 현대중공업이 수출하는 대형 변압기에 61%의 반덤핑 관세 최종판정을 내렸다. 지난해 9월 예비판정에서 3.09%였던 관세율이 20배로 늘어난 것이다. 당시 1.76%의 관세를 받았던 효성의 변압기는 최종판정에서 2.99%를 부과받았다.

 즉, 울산공장에서 생산한 대형 변압기를 미국 시장에 판매 경우 높아진 관세율 때문에 가격 경쟁력이 크게 떨어진다. 이에 현대중공업은 한국에서 생산되는 대형 변압기 물량을 줄이고 미국 현지 공장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안을 유력히 검토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2011년 1억 달러를 들여 미국 앨라배마주에 변압기 공장을 세웠다. 최대 고압 변압기를 연간 100여대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미국 현지 생산으로 관세율도 피하고 미국 발주사에게 싼 가격에 대형 변압기를 공급하기 위한 자구책을 실시키로 한 것이다.

 하지만 이와 관련, 울산에서는 현대중공업의 분사에 따른 일부 사업 본사 이전에 이어 생산공장까지 이전하는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자칫 울산 조선업 및 중공업이 '속빈 강정'이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에서다.
  앞서 현대중공업이 최근 대대적으로 단행한 분사로 인해, 로봇사업부에서 분사한 현대로보틱스가 내년 2월까지 대구 달성군으로 이전했고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선박의 통합서비스 업무를 담당하는 자회사 현대글로벌서비스는 부산에서 출범했다.

이와 관련, 현대중공업은 "미국의 반덤핑 관세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3월말 미국 국제무역법원(CIT)에 행정소송을 제소한 상황"이라며 "관세 부과로 인한 피해 최소화를 위해 불가피하게 미국 현지의 생산 법인을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 중이지만, 본사 생산 물량이 우려할 만한 수준으로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김미영기자 myida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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