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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제19대 대통령선거를 통해 드러난 울산 유권자들의 표심은 역대 선거와는 크게 달랐다. 전국평균보다 2%포인트 높은 79.2% 투표율부터가 달랐다. 이는 81.1%를 기록한 지난 15대 대선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높은 투표율이다. 깜짝 투표율과 함께 개표결과는 완전히 예상 밖이었다. '보수의 텃밭'으로 여겼던 사람들에게는 충격적인 결과였다.

보수 우위를 점치고 있던 구여권은 뜻밖의 완패 결과에 보수의 아성이 무너졌다며 절규했다. 울산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38.15%를 득표하며, 27.5%를 얻은 2위 홍준표 후보를 9.6%포인트 차로 제쳤다. 18대 대선 때 울산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59.78%를 득표한 것과 비교하면, 홍 후보에 대한 울산의 표심은 절반 가까이 빠져나간 셈이다. 반면, 문 후보는 이번에도 18대 때의 득표율(39.79%)과 비슷한 지지를 받으며 1위 자리를 지켰다.

양자 대결이었던 18대 때와 달리 이번 대선은 다자대결이었다는 점에서 문 후보의 득표율은 단순한 1위 이상의 함의를 갖는다. 물론 대통령 탄핵사태 속에 사상 초유로 치러진 대통령보궐선거라는 특수 상황이라는 점은 고려해야 한다. 그래서 투표율이 높았고, 또 그래서 문 후보에 대한 유권자들의 지지는 절대적일 수밖에 없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문제는 득표율 1위로 9년 만에 정권을 되찾은 더불어민주당도, 어설픈 국정농단 놀음에 직격탄을 맞고 하루아침에 야당 신세로 전락한 자유한국당도 이번 대선 결과만을 붙잡고 일희일비할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유권자들도 선거 승리에 도취한 여당이나 패배감에 비틀거리는 야당을 보고자 빗속에서도 투표행렬을 지었던 것은 아니었다는 점은 명심해야 한다.

여야 할 것 없이 당장 1년 앞으로 다가온 내년 지방선거에 대비해 속히 전열을 정비해야 한다. 다시 유권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민생 속으로 치열하게 달려들어야 한다. 울산의 표심은 이번 대선에서 문 대통령에게 잠깐의 쏠림은 있었지만 여전히 '균형의 원점'을 지향하고 있다. 울산이 보수의 텃밭이 되고, 진보의 아성이 되고 말고는 순전히 정치권의 몫이다. 개인의 영달보다는 시민들의 삶과 지역경제를 보살피고, 주민을 진짜 주인으로 받드는 감동의 정치인에게 표를 주지 않을 유권자가 어디 있겠는가. 울산의 표심은 좌우를 떠나 모든 가능성을 향해 열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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