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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 문턱에서 들리느니 서민들 주머니를 쥐어짜는 소리다. 집값상승을 막기 위해 주택담보대출금리를 올리겠다고 하지를 않나, 소주회사까지 한 푼이라도 더 우려내기 위해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하고 있다. 소주의 경쟁력은 값이 싸다는 것 못지않게 얼마 마시지 않아도 취기를 느낄 수 있는 그 적당한 도수에 있다. 소주를 건강에 좋다고 해서 마시는 사람은 없다. 주머니 사정이 소주 이외의 술을 허락하지 않아서다. 또 소주는 '막술'이라고 해서 딱히 분위기를 내지 않아도 그 자체로 충분하다. 허름한 포장마차나 뒷골목 식당, 어디서고 폼 구기지 않으며 마실 수 있어 좋다. 그런데 소주 도수를 왕창 내리겠다면 한 병으로 족할 것을 두병, 세병으로도 모자라 주량만 늘이게 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값싸면서 알딸딸한 취기를 주는 소주 본연의 특성을 무시한 처사가 도수 내리기다. 이는 또 '서민酒'라는 소주의 트레이드를 스스로 포기하는 수작이다. 그렇다고 소주가 값비싼 양주 취급을 받겠는가. 죽으나 사나 서민들이 마셔줄 술이다. 우아한 음악이 흐르는 고급스런 술집에 들어설 것도 아니라 현란한 문구도 필요 없다. 최소한 목에 걸리지 않을 정도의 품질만 유지하면 된다.
 그런데 소주회사들은 서민들의 이 같은 소박한 바램마저도 뭉개고 있다. 진로가 지난 8월 소주 알코올 도수의 마지노선으로 불리던 20도를 깬 19.8도짜리 신제품을 출시한 지 3개월만에 무려 3도 가까이 낮아진 초저도 소주를 출시한다고 한다. 바야흐로 소주 업계의 도수 낮추기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부산의 대선주조와 마산의 (주)무학이 8일 동시에 초저도 소주 발표회를 가졌다. 먼저 대선주조가 이달 중 16.9도 신제품 소주 '씨유(CYOU)'를 출시한다고 포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출시 배경을 장황하게 설명했다. 소주를 처음 접하는 20대 젊은 층의 감성에 맞추었다는 것에서부터, 숙취를 유발할 수 있는 불순물을 제거해 소주 본래의 깔끔한 뒷맛을 극대화했다고 자랑이다. 이에 맞서는 무학의 선전문구도 가히 언어예술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미세초음파를 통해 알코올 분자를 분해하는 초음파 진동공법을 도입해 장기간 자연 숙성시켰다"는 둥 과학경연대회에서나 봄직한 문구들로 가득 차 있다. 말의 유희, 언어인플레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그러면서 소주 값을 얼마 내렸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기존 소주보다 몇 십 원 내렸다 치자, 식당이나 포장마차에서 그만큼 내려 받겠는가. 그래도 소비자들이 마시는 소주 한 병은 여전히 3000원이다. 비워지는 소주병이 늘어날수록 안주도 덩달아 많이 먹게 되면, 결국 죽어나는 것은 빠듯한 주머니다. 소주도 마음대로 못 마실 세상이 그저 수수로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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