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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두 시인·소설가

울산 출신의 대표적인 정치인 가운데 큰 인물로 꼽히는 해석 정해영과 우석 이후락은 각기 정치적인 속어를 남겨 더 유명해진 사람들이다. 해석은 '사쿠라' 우석은 '떡고물'로 대변된다. 이 두사람은 지금도 회자되는 그런 말을 남겨 가끔 비아냥을 받고 있지만, 고향 인재를 키우기 위해 교육을 위한 일에는 발벗고 나서는 열성을 보였다.

 나는 이 두분을 떠올릴 때 마다 생각해본다. 만약 해석이 서울에다 동천학사를 짓고 고향의 수많은 인재를 키워 국가의 동량으로 배출하지 않았다면 후세에 정상배란 소리를 들었을 것이고, 우석이 고 정주영 회장을 만나 7개 고등학교를 세우고 대학이 없던 울산에 울산대학을 설립하지 않았다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러 떡고물만 만지다 간 인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란 생각을 가지게 된다.
 이 밖에도 고장의 가장 큰 인물이었던 김홍조는 진주에 일신여학교를 세우다가 중간에 타계하면서 아들 제헌국회의원 택천에게 그 유지를 받들게 하여 완성케 함으로서 오늘날 명문 진주여고를 있게 하였다. 이렇게 울산의 선각자와 정치인들이 의해 많은 교육 기반을 닦았지만, 어쩐 일인지 근래에 와서 뿌리를 무색케하고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도덕성 부재의 풍토로 바뀌어버린 것 같다.

 김복만 교육감 이전의 교육수장들도 줄줄이 임기 중에 물러났는데 이번에 또 김 교육감마저 그 지경에 이르고 보니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저런 인연으로 김 교육감을 잘 안다면 안다고 할 수 있는 필자로서는 일말의 소회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서운함도 없지 않다. 재산이 전국 공직자 가운데 최상위권에 든다는 김 교육감이 무보수라도 한번 팔 걷어 부칠만 했으련만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 하는 안타까움과 한편으로 원망함까지 생겨나게 한다.

 그래서 우석의 숨은 이야기가 더 생각난다. 우석 이후락은 격동기의 그 바쁜 국정에 밤낮없이 묻혀 있었어도 고향의 교육에 언제나 관심을 놓지 않았다. 울산육영회를 만들어 교육을 육성하면서 울산MBC 사주로서 보도파트의 책임자였던 필자에게까지 직간접으로 명령을 내리곤 했다. 그의 말이 바로 어명으로 통하던 시절이었다. 그런 교육에 관계되는 일에는 꼭 두들겨 패야할 것은 시정을 바라는 뜻으로 세상에 알리되 웬만한 사건은 묻어주라는 내용이였지만 전체의 내용은 아예 눈감아주고 사기를 꺾는 보도는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다.
 그러면서 짬을 내 자주 기자들과 간담회를 가지곤 했다. 그런데 지방유지들로 구성되는 울산육영회가 자주 말썽을 일으켰다. 주로 부정적 인사로 일선교사들의 불만을 샀다. 어느 날 기자 간담회에서 교단을 떠나 국제신문 기자로 있던 현 울산신문 조희태 사장이 우석에게 말했다. "울산 교육을 육성한다는 육영회가 도리어 울산교육을 망치고 있다."는 폭탄 발언이었다. 이 말을 들은 우석은 늦은 시간임에도 관계자들에게 일일이 전화로 꾸짖었다. 그 후 육영회의 말썽은 거의 시정이 되고 분위기도 바뀌었다. 지금도 나는 우석이 기자들에게 당부하던 말을 기억에서 지우지 않고 있다. 또 아무도 말할 수 없었던 그 말을 서슴없이 해버린 조희태 사장의 정의감을 잊지 못한다. '비리를 보고도 그것을 고발하지 못하는 기자도 기자인가?' 할 수 있는 언론인의 바른 태도를 보였던 것이다. 그렇지만 그때의 언론 풍토와 지금의 풍토는 달라졌고 사회도 시민의식도 크게 높아졌다. 왜곡된 기사로 부풀린 다음 공직자를 울리는 기자는 없을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지금 울산의 교육은 깊은 수렁에 빠져있다. 지난 날 울산육영회가 교육을 육성하는게 아니라 오히려 망치고 있다는 일부 시민의 불평처럼 울산시교육청이 각종 비리에 휩쓸린다는 것이 곧 일선 교육자들의 어깨를 처지게 하는 것이 아닐까? 자녀를 학교에 보내고 있는 학부모들에게 소망이 있다면 자녀들을 훌륭하게 가르치는 것 외에 또 무엇이 있겠는가? 그런 점을 두고는 김복만 교육감 재임시에 괄목할 만큼 성적을 향상시켰던 실적은 칭찬받아 마땅한 일이다. 그러나 그마저 모두 묻혀버리게 되었다.

 류혜숙 교육감 대행은 김 교육감 아래서 그 같은 교육 성적 향상에 이바지 하고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치며 경륜을 쌓은 인물이다. 필자는 여성이기에 더 기대감을 갖는다. 남성 교육감들이 책임완수를 못하며 중도하차를 했지만 여성교육감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 줄 때에 여권 신장을 기함과 동시에 본인에게도 얼마나 큰 영광이 되겠는가? 이를 위해서 류교육감 대행은 한없이 강해졌으면 한다. 강철 같이 무쇠 같이 튼튼하게 울산 교육을 바로 세워주었으면 한다. 출발초에 보여주는 당찬 모습이 그런 기대를 갖게 한다. 부디 새 이정포를 세운 교육감으로 기록되는 인물이 되어주기를 바라고 또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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