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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지난달이 됐지만 울산의 5월은 축제 위에 또 축제다. 시민들에게는 골라잡아 즐길 기회이기도 하다. 큰 선거로 밀려나서 인지 각종 프로그램들 까지 몰리면서 시민들은 어디로 발길을 돌려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할 정도다. 

 그 중 암각화로 유명한 반구대 집청정의 산골영화제는 축제의 정수(淨水)였다. 자연 속에서 영화를 감상하는 이 영화제는 올해 8년째란다. 그것도 관(官)이 주도한 것이 아니라 어느 열성 군민출신과 그 친구들이 일구어낸 판타지 힐링이다.

 특별한 지인으로부터 꼭 즐겨보시란 문자에다 모처럼 노모(老母)와 고향마을 나들이도 할 겸 미운오리 손녀와 함께하게 되었다. 울산산골영화제는 울주산악영화제가 워낙 홍보를 많이 해 산골영화제도 동일 주관사가 행하는 것으로 알았던 그날 영화제는 차마 감동이었다. 주말저녁의 넉넉한 문화 향연이었다.

 국보 제285호 반구대암각화 성지를 발치에 두고 5월 주말 저녁을 적시는 한가함이어서 더욱 뜻 깊었다. 입구부터 자연 치유를 즐길 수 있도록 마련된 적당한 워킹 공간, 교통 통제원들은 자동차의 흐름을 안내하며 친절을 베풀었고, 국밥, 컵라면, 팝콘, 커피, 휴지까지도 모두 무상지급인 축제공간이었다. 더하여 자원봉사자들조차 인상 한 번 찡그리지 않고 맘껏 드시라는 분위기였다.

 시민으로서 의문이 나서 주최 측을 찾았다. 울주산악영화제처럼 수억 원을 들여 하는 것이 아니어서 또 놀랐다. 그저 영화가 좋아, 자연이 좋아, 동호인들이 주축이 되어 군의 작은 지원으로 자연(自然) 영화공간을 마련해 보고자 했다는 전언이다. 

 울산축제가 몰린 마지막 주말! 과도한 교통통제로 짜증나는 것도 모자라 지들끼리 놀고 그들끼리 즐기는 먹자판 축제, 공무원들 자기네들 축제로 착각하게 한 축제, 너무 심한 규제로 시민과 관광객은 그 '길' 대로 만 가도록하는 축제로 빈축을 사기도 한다. 시민들은 "돈이 썩었다"고 비아냥대기도 했다.

 산골영화제는 시민참여에 불편함을 최소화 시킨 축제, 최소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낸 문화 한 판이다. 민간들의 의지와 관의 작은 지원으로 축제가 무엇인지 일깨워 준 명장면이다, 울주군이 주는 숲과 나무, 살아있는 공기, 폐부까지 맑게하는 바람, 저녁의 신선함이 엮어 낸 문화스펙스트럼이다.

 또 놀란 것은 영화가 흡사 CGV영화관에 온 듯 한 착각을 준 점이다. 선명한 LED영상과 깔끔한 발음의 영어를 배울 수 있는 기회도 주었다. 실내공간도 마련하여 어린이를 위한 특별 상영도 있었다.

 이날 '인턴'은 영화선별에서도 주최 측의 세련된 배려가 돋보였다. 심각한 저출산고령화사회로 진입한 현실, 베이비부머들이 은퇴로 거리로 쏟아지는 상황에서 이 영화는 사람의 중요성, 사회 속의 부대낌이 인생(人生)임을 보여준다.

 지난 주 일요일 울주군군민체육센터에서 일하는 울산교육청 퇴직 L서기관을 떠 올렸다. 그이는 교육행정직으로 36년 간 근무하다 1년 전 퇴직하고 청소 등 잡일을 하는 8개월 계약직 근무자다. 30대 젊은 직원들을 상관으로 모시고도 즐거운 마음으로 청소업무를 하면서 '장애인-다문화 어울림농구대회'에 참가한 팀원들과 우정의 'Take a picture' 하며 반가움을 보인 모습이 이 시대의 자화상이다.

 27일은 군수님도, 지역국회의원님도, 시민들도 개막작 '인턴'을 끝까지 즐겼다. 팔순 휠 씬 넘기신 자친(慈親)도 "야야 재미있네" 하셨다. 피부색이 다른 4살 손녀도 눈을 멀뚱거리며 팝콘을 두 봉지나 먹고 맘껏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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