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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부의 기대지수가 꼭짓점을 향해 내달리더니 이번 주 들어 한풀 꺾였다. 기대지수의 고공행진에 현기증을 느끼던 인사들도 한숨 돌리게 된 셈이다. 기대치가 너무 높으면 일하는 쪽은 부담스럽다. 적당한 지표로 두루두루 어울려가는 쪽이 오래가고 멀리 간다는 사실을 새 정부 인사들도 학습효과로 잘 알고 있을 터다.

문제는 인사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인사가 자연스럽게 넘어간 일이 없었던 게 대한민국 인재풀이다.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 것을 걱정하지 말고, 내가 남을 알지 못하는 것을 걱정해야 한다.(子曰 不患人之不己知 患不知人也) 공자의 직설이다. 혹시나 청와대의 전화를 기다리는 이들이 있다면 꼭 새겨둘 문장이다. 내가 남을 알지 못한다는 것은 스스로 거울을 보지 않는다는 뜻이다. 거울을 보지 않으니 스스로의 흠결은 안중에 없다. 전화만 오면 민낯으로 달려갈 수 있다는 흥분지수가 새 정부 초기 인사에서 요란한 박동소리를 내고 있으니 진보나 보수나 인재타령은 막상막하라 할만하다.

 새 정부 첫 내각 출범을 앞두고 웬 공자타령인가 싶겠지만 공자를 통해 읽어야 할 점은 분명하다. 정치세일즈로 자신을 무수히 상품화한 공자는 결국 후학을 키우는데 보람을 찾았다.  쓰는 사람의 철학은 분명해 보이지만 쓰일 사람의 철학은 검증이 어렵다. 그래서 용인은 사람을 쓰는 주체의 철학을 신뢰하는 지점에서 시작된다. 쉽게 말해서 조각을 하면 대상자들의 면면보다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의지가 더 분명하게 보인다는 이야기다.

 인사문제에서 무난한 흐름이 예견됐던 문재인 정부가 덜컥수에 걸린 느낌이다. 10년 야당생활동안 무수한 인사검증을 통해 공격수로 활약해온 전사들이 정반대의 입장이 됐다. 5대 비리 플래카드를 걸고 청렴과 개혁의 인물, 도덕성과 자기절제를 업으로 살아온 인물을 전면에 내세우겠노라 외쳐왔던 그들의 민낯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안현호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일자리수석비서관 자리에서 내정 철회되고 김기정 국가안보실 2차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지극히 개인적인 사의라고 몇 번이나 강조하는 청와대 홍보수석의 입술이 바싹 말라 보인다.

 이제 시작이다. 문 대통령은 현재 17개 부처 중 국방부 장관 및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등 11개 부처 인선을 남겨둔 상태다. 또 고위 당정청 회의를 통해 신설하기로 한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자리까지 포함하면 총 12명의 장관 후보자를 지명해야 한다. 차관 인선도 아직 마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와 강경화 외교장관 후보자의 공정하지 못한 처신이 세간의 구설에 올라 날이면 날마다 새정부 인사조항의 부칙과 예외조항을 만들어내고 있다. '니가하면 공정거래, 내가하면 불공정거래' '니가하면 착한전입, 내가하면 위장전입' 공정하지 못한 사회야 어차피 알고 살아온 마당이지만 불공정을 바로세워 공정한 세상을 만들겠노라 두주먹 불끈 쥔 후보자의 안주머니에서 위장전입과 배우자 부정취업, 다운계약서 세금탈루 의혹 같은 본인도 몰랐던 먼지들이 뭉치로 자라 툭툭 떨어지고 있다.

 기름을 부은 쪽은 집권당의 수장이 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다. 추 대표는 김상조 후보자의 인사청문 스포터즈를 자청하고 김 후보자 통과를 반대하는 쪽에 대해 개혁을 두려워하는 재벌이 뒷배로 있음을 슬쩍 흘리는 우회지원에 나섰다. 야당은 둘로 갈라졌다. 한국당 소속 정무위원회 의원들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상조 후보자의 자진 사퇴 결단을 촉구한다"며 김 후보자에 대해 '절대 부적격' 입장을 강조하고 나섰지만 국민의당은 된다, 안된다가 불규칙적으로 튀어나오는 중구난방인 상황이다. 다만 국민의당은 외교장관 후보자인 강경화 후보자를 향해 "파렴치범 수준"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해놓은 상황이다. 외교수장의 후보에 오른 강 후보자의 가장 큰 검증 대상은 위장전입과 세금탈루 의혹이다. 이미 자녀의 위장전입 문제는 연일 야권과 언론에서 문제 제기를 할 정도로 강 후보자의 가장 큰 부담이 되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강 후보자가 딸이 전입한 이화여고의 재단 소유 주택에 전입한 점을 몰랐다고 밝힌 부분이 과연 진실이었는지, 거짓이었는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증여세 탈루 의혹도 강 후보자의 발목을 잡는 부분이다.

 문제는 김상조나 강경화의 과거 이력이 아니다. 우리는 지난 10여년 인사청문회를 경험하며 부끄러운 공직사회의 민낯을 경험했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좀 더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가 이상국가이거나 도덕국가가 아닌데 도덕적 기준과 청렴을 잣대로 새정부 참모들에게 완장으로 채울 수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리더의 후보에 오른 인사들이 저지른 과거의 잘못이 스스로 사적욕망을 채우려는 잘못된 판단의 결과인지 아니면 과장된 소문의 주홍글씨인지는 그래서 더욱 철저히 따져봐야 하는 일이다. 무엇보다 대한민국 정부의 장관이라는 자리가 개나 소나 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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