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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혁 사회부

현대중공업 노사가 지난 8일 올해 임금 협상을 위한 상견례를 가졌다.
 단식 중인 백형록 노조위원장과 시의회 옥상 점거 농성중인 김진석 수석부지부장은 상견례에 빠졌다. 교섭 대표가 빠진 반쪽짜리 상견례는 올해 현대중공업의 임금협상 역시 순탄치 않을 것임을 암시한다.
 이 와중에 김종훈 의원과 울산의 노동단체, 정치권 인사 등이 릴레이 동조 단식을 하겠단다. 기자회견을 통해 공론화 했으니 단순 으름장은 아닌 듯 하다. 명분은 현대중 하청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사수한다는 것이지만 23일째 쫄쫄 굶고 있는 백 위원장의 지원 사격으로 보인다.

 그런데 거창한 명분에도 불구하고 이들 '뜻밖의' 동조 단식 릴레이는 생뚱맞다. 백 위원장이 장기 단식으로 생 고생을 하고 있으니 같이 굶어준다는 뜻인가? 그것도 릴레이로?
 여기서 '릴레이'라 함은 백 위원장의 바통을 이어 받아 차례로 돌아가며 단식하겠다는 작전인가? 하루씩? 또는 이틀씩?  아니면 백 위원장은 계속 단식을 하고 이들끼리 순번을 정해 일정 기간 단식 투쟁에 동참하겠다는 것인가?
 당시 기자회견문을 꼼꼼하게 뜯어봐도 '8일 김종훈 의원과 강수열 금속노조 울산본부장의 단식을 시작으로 (차례로) 당사자가 되어 투쟁을 진행한다'고 만 언급했을 뿐 구체적인 단식 투쟁 방식에 대한 설명이 없다.
 차라리 "자칫 건강에 치명적인 위협이 있을 수 있으니 그쯤하고 몸을 추스려 우리와 함께 대의를 위해 투쟁하자"며 읍소로 백 위원장을 설득해야 할 타이밍이 아닌가? 다 함께 더 굶자는 이들의 공식 제안은 과장을 보태 '미필적(고의) 살인 미수' 같다.

 현대중공업 노사 문제는 지금 꼬일대로 꼬였다. 정치권이나 노동단체에서 단식 투쟁을 함께 벌일 때가 아니라 노사 간 입장을 서로 이해시키고 중재하고 조정해도 모자랄 판이다.
 해법없는 현대중 사태가 답답하고, 울분이 터지겠지만 급할 수록 돌아가고 실타래는 천천히 꼬인 첫 지점을 찾아야 한다. 야단치는 시엄마보다 말리는 척 시누이가 더 미운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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