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다고 다 보이는 것은 아니다-호안 미로
본다고 다 보이는 것은 아니다-호안 미로
  • 울산신문
  • 승인 2017.06.12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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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창섭 미술평론가 시립미술관 학예연구관

'파블로 피카소' '살바도르 달리' '호안 미로'는 현대미술 속에서 큰일을 저지른 작가들이다. 은행원이 입으로 먹는다고 돈을 손에 들고 벌벌 떨며 넘겨주지 못했던 달리, 화가라는 직업을 반대하는 부모 때문에 심각한 신경 쇠약에 걸렸던 미로, 평생을 난봉꾼이라는 비아냥거림 속에서도 엄청나게 많은 작품을 발표한 피카소. 앙드레 브르통은 이들 유명세에 편승해 자신을 광고했다. 따지면 이들 모두 속성이 다른데도 초현실주의(surrealism) 작가로 구분해버린 게 브르통이다. 또 이들이 공통되는 것은 고흐나 고갱과 달리 모두 부자로 장수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스페인이 낳은 세계적인 작가라는 것도 교집합이다.

▲ 호안 미로, 어릿광대의 사육제, 캔버스에 유채, 66×93cm, 1924~25, 올브라이트녹스미술관 소장


 이들이 열심히 활동하던 20세기 초 유럽은 철학과 문학, 예술 심지어 경제까지도 어둡고 불확실한 연기로 가득한 시대였다. 이런 기운 속에서도 놀라운 상상과 아이디어가 번뜩였던 깊은 푸른색 시대였다. 무의식이 우리의 정신을 지배하고 있다는 주장이 담긴 프로이트 '꿈의 해석'은 유럽 지성인들이 믿었던 이성의 지위를 박탈시켰다. 만유인력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으로 법칙의 지위를 잃어버렸다. 어느 날 곤충으로 변한 자신을 일인칭으로 쓴 카프카의 '변신'은 상식에 대한 비상식을 제기했다. 까뮈의 소설 '이방인'에 나오는 주인공 '뫼르소'가 강렬한 태양빛 때문에 아랍인을 살인한 것처럼 익숙한 관념으로는 해석되지 않는 문화예술을 초현실주의라고 한다. 이 세상을 벗어난 눈으로 낮선 것들을 탐구하며, 익숙한 것들을 폐기하고 예상치 못한 어법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임창섭 미술평론가 시립미술관 학예연구관
 하지만 호안 미로 작품에는 소량의 상상력을 발휘하면 알만한 감정이나 느낌이 있다. 그렇다하더라도 대략 짐작일 뿐, 명확한 어법을 들이대면 해석하기 불가능하다. 그의 작품 속에는 다양한 선과 기호들이 엉켜있는 것으로 알아볼 수 있는 사물들은 있지만, 그들이 말하고 있는 것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것들이 그가 초현실주의자라는 단순한 증거 중에 하나이다. 작가들은 언제나 자신의 전언(message)을 새롭게 만드는 것을 자신의 임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호안 미로는 행복한 마음을 전달하려는 작가였다. 그의 대부분 작품들은 유쾌하게 느껴지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유명한 수공예 집안의 아들이었던 미로는 자식이기는 부모 없다고 부모의 승낙을 받아내고 그림 공부하러 파리로 갔다. 몇 년 후 스페인으로 돌아왔는데 갑자기 일어난 내전을 피하러 파리로 갔다. 그런데 또 파리가 2차 세계대전으로 점령당하자 스페인으로 되돌아가는 고절을 겪으면서도 작품제작에 매달렸다. 그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어릿광대의 사육제'는 크지 않은 작품이지만 초현실주의에서 꽤나 의미있는 작품이다. 화면 중심에 흰색과 검은색으로 각각 칠해진 굵고 구불거리는 긴 원통은 인간을 닮았다. 왼쪽에는 손, 아래에는 다리가 그 위로는 얼굴로 억지 해석이 가능하다. 즐거운 음악소리에 맞추어 공기가 흔들리는 방안에 담뱃대를 물고 반은 붉은색, 반은 푸른색 얼굴을 한 광대는 취한 듯하다. 그 왼쪽으로는 춤추는 사다리가 있다. 화면의 오른쪽은 물고기가 놓인 탁자가 있고 벽에 난 창문으로는 푸른 하늘에 뜬 별이 보인다. 하여튼 자기 마음대로 상생해도 괜찮은 그림이 초현실주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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