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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답지 못하게 얌전치 못하니?" "사내가 왜 울어?" "학생답게 공부나 해라"
 우리 사회만큼 프레임 씌우기가 익숙한 곳이 있을까. 한 사람이 태어나 아이가 되고 학생, 성인이 되기까지 수많은 역할이나 틀에 맞추어 성장하기를 강요한다.
 내 경우에는 오른손잡이로 살기를 강요받았다. 나는 태어날 때부터 왼손잡이였다. 엄마는 내가 오른손을 쓰게 하려고 왼손에 붕대까지 감았지만, 난 끝까지 왼손을 썼다.
 초등학생일 때는 선생님께 오른손으로 필기를 하라고 지적 받았지만, 꿋꿋이 왼손으로 썼다. 사실 나는 왼손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다. 남들이 쓰지 않는 손으로 글씨를 쓰고 밥을 먹는 것이 자랑스러웠다. 태어날 때부터 왼손인데 왜 억지로 바꿔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중학교 시절이 기억에 남는데, 미술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왼손으로 그림을 그린다고 크게 혼을 내셨다. 창의력과 상상력을 우선해야 할 미술선생님마저 오른손을 강요하시니 당황스러웠다. 그때 나는 처음으로 의견을 밝혔다.
 "제가 어른이 되면 컴퓨터로 일을 할 거예요. 키보드는 양손으로 쓰니까 왼손 오른손 차이가 없을 거예요"
 '나는 호랑이입니다'는 드넓은 초원에서 자유롭게 살던 호랑이가 사람에게 잡혀 서커스단에 갇히는 이야기이다. 구름처럼, 불길처럼 자유로웠던 호랑이는 사람에게 잡혀 우리에 갇힌다. 서커스단에 팔린 호랑이는 서커스 공연에 사용되는 물건으로 전락한다.


 호랑이를 가둔 우리에서, 사람에게 적용되는 수많은 프레임과 틀이 보인다. 우리에 갇힌 채 시키는 대로 연기하는 호랑이처럼 우리도 규정된 역할에 맞춰져 살고 있지는 않나. 여자애는 얌전히, 남자애는 울지 않고 씩씩하게. 학생은 공부만 열심히.
 사람들에게 비웃음 받는 어릿광대만은 호랑이와 동물들의 마음을 알아주고, 탈출을 도와준다. 동물들과 함께 밀림으로 떠나면서 호랑이는 말한다.
 "우리는 원래 코끼리였고 코뿔소였고 원숭이였고 호랑이였어요. 그리고 우리는 원래 자유로웠답니다"
 호랑이는 자유로워졌지만, 우리는 아직도 프레임에 갇혀 있지 않을까. 사회가 요구하는 역할이 아니라, 사람은 자유롭게 태어났고, 원하는 대로 바라는 대로 될 수 있음을 잊지는 않았는지.


▲ 권은정 아동문학가
 20년이 흘렀다. 나는 여전히 왼손잡이로 살며 양손으로 키보드를 치며 이 원고를 쓰고 있다. 이제는 다섯 살, 7개월 아기의 엄마가 되었다. 나 또한 아이에게 역할을 강요할 수 있는 위치가 되어 버린 것이다. 그래서 아이를 키우는 것이 더욱 조심스럽다. 혹시라도 무심결에 아이들에게 프레임을 강요할까봐.
 아이들이 자유롭게 꿈꾸고, 정해진 역할이 아닌 스스로 선택하며 자라기를 바란다. 하늘을 미끄러지듯 흐르는 구름처럼 춤추는 불길처럼 사는 호랑이와 같이. 권은정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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