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의 시간들이 별처럼 빛나는 보석으로
고통의 시간들이 별처럼 빛나는 보석으로
  • 울산신문
  • 승인 2017.06.13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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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단상]구본숙 수성대 외래교수
▲ 구본숙 수성대 외래교수

올 봄 전 청주 드림작은도서관의 관장님이자 수필가이신 김혜식 관장님께서 귀한 선물을 보내주셨다. 32년 전 담그신 된장과 직접 쓰신 수필집, 수필평론서였다. 평소 존경하던 분이어서 선물이 무척 반갑고 기분이 좋았다. 그 가운데 수필집인 '조강지처 그 존재의 서글픔' 은 두고두고 읽으며 그 내용과 필자가 겪은 비슷한 삶의 조각들을 되새기곤 한다. 반닫이, 색지함, 병풍 등 우리네 일상 속에서 볼 수 있는 물건들과 그 관련된 경험으로 구성되어 있다. 지금은 옛 물건이 되어가는 일상의 물건들과 얽혀진 관장님의 여러 경험들이 평범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고통스러운 모습이기도 하다. 

 교훈적이며 문학적 아름다움을 담고 있는 수필로 인생의 선배이자 인고의 시간을 이겨낸 경험과 기억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인생을 바라보는 심미안과 깊은 통찰에서 오는 무게감으로 마음깊이 숙연함을 느끼는 영혼을 울리는 글이다. 주제별로 한 편씩 틈틈이 읽다보니 어느덧 마음이 가볍고 깨끗해짐을 느낀다. 주제 가운데 하나인 놋그릇은 가난했던 삶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관장님은 어린 시절 어려운 사정으로 놋그릇에 밥을 담아 먹으며 목숨만 부지할 정도의 허기짐을 경험했다. 굶주림으로 2km 남짓 거리의 학교를 걸어가다 쓰러지기도 할 정도였다. 지금도 놋그릇을 보면 어린 날의 일들이 떠올라 마음이 저리다고 한다.
 1980년대 노동운동의 상징 박노해의 '밥줄이 하늘' 이라 했듯 지금의 관장님은 매 끼니마다 놋그릇에 밥주걱으로 하늘을 담는 일을 즐거워하신다. 놋그릇에 수북하게 담긴 쌀밥으로 마음의 허기까지 채워준다는 글귀는 아름답고 서정적이기까지 하다. 고된 시간들은 보석이 되어 주옥같은 글을 남긴다. 관장님은 현재 옛 일을 추억하며 수필가, 수필평론가, 수필 심사위원 등으로 활약하시며 아름다운 삶을 살고 계신다. 

 어려웠던 경험들, 혹은 평범해서 지나칠 뻔 한 경험도 인고의 시간을 거치면 아름다운 추억이 되고 의미 있는 결과를 남긴다. 불꽃같은 삶을 살다간 빈센트 반 고흐는 한 평생 고통 속에서 살았다. 어린 시절부터 혼자 있기를 좋아한 고흐는 미술에 대한 관심으로 16세에 그림가게 점원으로 일했으며 능력 있는 직원으로 인정받기도 했다. 목사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목사가 되기 위한 공부를하기도 했으나 그림에 대한 여전한 관심으로 30살이 다 되어 자신만의 그림을 그리게 되었다. 뒤늦게 찾은 일에 자신을 내던지듯 돌진했고 그 이후 37살, 유명을 달리할 때까지 엄청난 양의 작품을 남겼다.
 그러나 연예, 결혼 모두 실패했으며 경제적으로 자립하지 못했다. 동생 테오의 지원이 있었으나 넉넉한 생활을 하지 못했다. 그림은 생전 단 1작품이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팔렸을 뿐이다. 여러 콤플렉스를 가졌던 고흐는 정신적으로 고통스러워하다 끝내 정신병원에서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그는 어려움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자신의 소명을 다해 영혼을 위로하는 그림을 그렸다. 생전 불투명한 삶 속에서 세상은 그를 인정해 주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 사후 뜨거웠던 삶을 반영하는 그의 작품은 이제 우리에게 가슴 뭉클한 감동을 주는 예술품이 되었다. 

 인생을 살다보면 누구나 어려움은 닥치기 마련이다. 때로는 지금의 일상이 너무 하찮게 여겨지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비바람과 차가운 인고의 시간을 거쳐 비로소 봄이 되어 아름다운 꽃을 피우듯 언젠가는 우리 삶 속에서 한없이 길게 느껴지는 어려움과 고통이 세월이 지나 각자의 자리에서 보석이 되어 영롱하게 빛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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